어느 가족의 해체

 

 

네이버 지식사전은 가족해체를 이렇게 정의한다.

“가족집단이 이혼, 가출, 유기 등에 의해 가족구성원을 상실하게 됨으로써 가족구조가 붕괴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가족해체는...결속감, 소속감, 충성심, 합의, 가족단위의 정상적 기능 등의 파괴를 의미한다”

가족해체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건 이미 오래됐다.

어떤 이유든지 평생 얼굴을 맞대며 미운정 고운정을 쌓아가야 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건 정말 마음아픈 일이다.

 

최근 내가 알던 가족이 해체와 다름없이 된 일이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만큼 사연이 기구한지라 여기서 소개할까 한다.

그 가족은 무지하게 못살았다.

아들들은 집안 형편 때문에 학비가 싼 동지상고에 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아들들은 다들 똑똑해 명문대에 진학했고,

특히 머리가 좋은데다 권모술수에도 능했던 셋째아들은 재벌기업에 입사,

건설회사 회장 자리에 오른다.

이 과정에서 셋째 아들은 물론이고 큰형과 작은형까지 평생 써도 다 못쓸만큼 돈을 벌었다.

 

 

보통 가족 같으면 “그 돈을 쓰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냈겠지만

이들은 달랐다.

그 돈을 발판으로 정치판에 뛰어든 것.

그들 생각에 정치는 갖고 있는 돈을 두세배, 많게는 이삼십배까지 증폭시킬 수 있는 수단이었으니까.

돈과 더불어 권모술수에도 능했던 덕분에 이들의 도박은 성공했고

셋째 아들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그런 정치적 거물이 된다.

4년 내내 그들은 정말 열심히 돈을 벌었다.

어떤 분은 강바닥을 파서 돈을 벌고, 또 어떤 분은 정치적 거물의 형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적정선이라는 게 있는 법이었다.

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정여사의 말처럼, “벌어도 너무 벌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해도 너무하네”란 말이 나왔고,

그간 그들을 못본척 하던 검찰도 서서히 수사를 시작했다.

비극의 시작은 둘째형이 구속되면서부터였다.

 

 

2007년 이미 100억원의 재산을 신고할만큼 부자였던 둘째형은

쩨쩨하게 7억원을 장롱 속에 숨겨뒀다가 덜컥 구속됐다.

본인은 억울하다고 말하는데, 그 말에 십분 공감한다.

더 큰 것들도 많은데 고작 7억을 가지고 구속을 시키니, 열불이 나는 것도 당연할 테니까.

나머지 분들도 편안할 수는 없었다.

쩨쩨하게 몇십억 땅투기를 한 게 걸려서 수사대상이 된 것.

게다가 못본 척 하는 걸로 일관한 검찰을 대신해 특검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으니

겁이 날 수밖에.

 

 

 

진정한 동지는 위기의 순간 드러나는 법,

맨 처음 큰형이 배신을 때렸다.

특검 수사 하루 전날 일이 있다면서 중국으로 도망간 것.

거기서 시간을 벌면서 빠져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했으니,

“정말 일이 있어서 갔다”는 큰형 측의 말도 일리가 있다.

곧이어 아들의 배신이 이어졌다.

땅투기를 한 게 아버지가 시켜서 했다고 진술한 것.

그 이전엔 자기 스스로 돈을 빌려서 땅을 산 것처럼 해놓고선

사태가 불리해지자 잽싸게 발을 뺀 거다.

옛이야기 중에 아들과 아버지 중 한쪽을 희생시켜야 하는 부부가 있었다.

그때 그 부부는 “자식은 또 낳으면 되지”라는 논리로 아들을 희생시키기로 결정한 바 있는데,

이 아들은 어찌하여 이렇게 쉽게 아버지를 고발한단 말인가?

그 아버지가 어떤 아버지인가.

욕을 먹어가며 유명 축구감독과 사진도 찍게 해준 그런 아버지인데!

 

 

내가 아들이었다면 “아버님이 지금 들어가시면 언제 나오실지 모른다”며 모든 책임을 내가 졌을 텐데,

아들을 영 잘못 키운 것 같다.

큰형은 수사망을 피해 도망가고

100억 부자인 둘째형은 고작 7억을 더 벌려다 구속됐으며,

아들은 아버지한테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만들고 자기만 빠져나가려 한다.

돈도 많고 우애가 좋았던 이 가족의 해체,

이 가족만큼 현대 사회의 가족해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을까 싶다.

쓰다보니 너무 마음이 아파, 글을 쓰다말고 두 번이나 중단했다는 것도 말해둔다.

가족해체, 이제는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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