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군면제

 

 

 

남북관계가 악화되면 사람들은 보수를 대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진다. 보수 쪽 후보가 국가안보를 더 잘 해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근원에는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 자신을 반대하는 야당 측 인사들을 빨갱이로 단정짓고 탄압을 했던 슬픈 역사가 자리잡고 있는데, 소위 문민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군사독재의 후계자들은 보수언론과 손잡고 김대중, 노무현 등 야당 후보에게 색깔론이라 불리는 이념공세를 되풀이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 진보 쪽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고 해서 국가안보가 더 흔들린 건 아니었고, 보수 측 대통령이 됐다고 나라가 튼튼해진 것도 아니었다. 그 중에서도 보수를 대변한 이명박의 집권 기간 동안 우리나라 국방은 역사상 최약체라 불려도 좋을 만큼 한심했다.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해 46명의 아까운 장병들이 목숨을 잃는다. 사건 발생 초기 "내가 배를 만들어봐서 아는데 파도에도 그리 될 수 있다"고 하던 대통령은 지방선거가 가까워지자 갑자기 북한의 소행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북의 어뢰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보복공격은 어렵다 해도 북한으로부터 사과 정도는 받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한 거라곤 북한 측 인사를 몰래 만나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달라고 애걸했다.

 

 

그게 다가 아니었다. 같은 해 11월 23일, 북한은 난데없이 서해 연평도의 우리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70여 발을 발사했다. 이로 인해 해병대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휴전협정 이래 민간을 상대로 한 대규모 군사공격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교전상황이 아님에도 이렇게 도발을 할 수 있었던 건 북한이 우리를 만만히 본 결과로 추측된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이후에 보여준 것이라곤 여당 정치인이 보온병을 포탄이라고 우긴 것과 그 인근에서 난데없는 군사훈련을 시행한 게 고작이었으니, 북한의 판단을 틀렸다고 하기도 어렵다.

 

 

 

얼마 전 발생한 노크귀순은 그 하이라이트였다. 북한 병사가 철책선을 넘고 초소까지 와서 노크를 할 때까지 아무도 그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니, 정말 놀랄 일이지 않은가? 우리 부대로 들어와 50분간 주변 경비대와 군 시설을 여유 있게 돌아다녔다는데, 귀순한 게 아니라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국방장관은 대국민사과를 하고 14명을 문책하는 선에서 끝내려 하지만, 이런 정부를 믿고 어찌 잠을 편히 이룰 수 있겠는가?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혹시 대통령이 군대를 안다녀와서 국방이 해이해진 결과가 아닐까? 물론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필이 아니란 이유로 명령을 따르지 않는 군대라면 문제가 있지만, 사격자세를 취하면서 개머리판을 얼굴에 대는 대통령, 무슨 일만 있으면 혼자만 지하벙커로 숨어버리는 대통령, 원세훈 국정원장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을 군면제자로 채우는 대통령을 보면서 군인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대충 짐작은 간다.

 

 

 

"나라가 통일돼 평화로워진 후라면 몰라도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는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4개월 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주장한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이다.

 

 

포클랜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국의 대처를 비롯해 많은 여성 지도자들의 사례가 이 말이 시대착오적임을 입증해 주긴 한다. 하지만 노크귀순의 진원지인 동부전선 대신 포격 직후에도 가지 않던 연평도를 전격 방문하는 등 군을 정치에 이용하려고만 드는 현 대통령을 보니 저 분이 군대 면제라서 저런 식의 사고밖에 할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보수 쪽 후보인, 그리고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박근혜는 군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기우였으면 좋겠다. 그보다 더 좋은 건 군대에 다녀온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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