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쉬와 김지하

 

 

 

20127, 피닉스 선즈의 전설적인 가드 스티브 내쉬가 농구명문 LA 레이커스에 입단한다.

코비 브라이언트라는 슈퍼스타가 뛰고 있고

드와이트 하워드라는 엄청난 선수마저 영입했으니

레이커스가 우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이가 많았으리라.

 

하지만 1974년생으로 우리 나이로 마흔인 내쉬는 더 이상 전성기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게임당 어시스트가 8.8개로 준수하긴 하지만,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크리스 폴이나 러셀 웨스트브룩에 비하면

내쉬는 어느 팀에나 있음직한, 그저 그런 가드로 보이고,

지금 농구를 처음 보는 이들이 내쉬를 본다면 저딴 선수가 무슨 전설이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꼭 내쉬 탓은 아니지만 레이커스는 현재 5할 승률에도 못미치며 우승은커녕 플레이오프 진출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내쉬의 진가를 몰라줄 팬들을 위해 nba.com에선 스티브 내쉬의 전성기 때 베스트 플레이 10을 만들어놨다.

이 하이라이트 필름은 왜 내쉬가 가드로 역대급인지 입증해 주는데,

어떻게 인간이 저런 패스를 하지?”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들만큼의 패스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걸 보고나면 내쉬가 있어서 농구가 아름답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거다.

http://watch.nba.com/nba/video/channels/top_plays/2013/01/07/steve-nash-top-10.nba?cat=catId%3A58

 

 

존경받는 지식인인 김지하는 분신자살이 이어지던 1991,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라는 장문의 글을, 그것도 조선일보에 기고한다.

실망하긴 했지만 그가 생명존중을 새 모토로 삼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요즘 그가 보이는 모습은 아예 막나가기로 작정한 듯해서,

그를 믿고 지지했던 사람들을 슬프게 만들기까지 한다.

작년 말의 박근혜 지지선언 때부터 김지하를 알았던 사람이라면

원래 좀 이상한 사람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지하 시인은 유신시대 내내 정권과 싸웠던 몇 안되는 지식인이다.

누구나 쉽게 대통령을 욕하던 요즘과 달리 그때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재판 없이 징역을 살만한 중범죄였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안위에만 신경쓰며 침묵으로 일관할 때

저항의 목소리를 내주며 사람들의 답답함을 풀어준 건 바로 김지하였다.

그가 쓴 오적이란 시는 스티브 내쉬의 전성기 때 어시스트에 비유될 만한 것으로,

시라는 게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1941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73,

30대의 김지하는 저 하늘의 북극성처럼 홀로 빛났지만,

70대의 그는 박근혜에게 몰표를 던지는 다른 70대의 한 명이 됐다.

하기야, 그 나이쯤 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혼미한 것도 당연한데,

나이드는 게 무섭고 슬프다는 걸 김지하가 잘 보여주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정상에 있을 때 은퇴하는 게 어려운 것처럼,

유신시대 최고의 저항시인도 마지막까지 멋진 모습을 보이는 게 힘든가보다.

나이가 들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아야 한다는 옛말이 새삼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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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신문도 잘 안보고 살고 있습니다.

정치를 끊고 그냥 논문만 써볼까 하고 있는데요

그렇게 사니까 뭐, 마음은 편하네요 -.-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들으면 "대통령이 박근혠데 무슨 복이냐"고 따박따박 반박하고 있구요,

"잘 지내냐?"는 질문을 받으면 "잘 지내...려고 하는데 대통령이 박근혜"라는 말이 저도 모르게 나오네요. 히유, 5년을 어떻게 견딜까요. 아직 임기가 시작도 안됐는데 벌써 지겨워지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