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집에서 오줌싸서 키를 뒤집어쓰고 이웃집에 소금을 얻으러 다닌 것까지 나오지 않겠느냐"

김용준의 총리 낙마 이후 박근혜 당선인이 한 말이란다.

어릴 적 오줌싼 게 아들 둘을 군대에 안보낸 것에 필적할 만한 일이라니,

당선인의 아들로 태어났다면 맞아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싶다.

박 당선인은 또 이런 말도 했다.

“일해야 할 인재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만신창이가 될 수 있어 (공직 나서는 걸) 피할까 걱정된다”

이 말은 자신의 주변에 모인 인사들 중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자기고백이기도 한데,

가끔은 궁금할 때가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크게 욕먹지 않을 만한 사람이 정말로 한 명도 없어서 저런 사람을 내세운 걸까,라는 궁금증 말이다.

“그 위치까지 가려면 어느 정도의 탈법은 있게 마련”이라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그게 ‘어느 정도’가 아니라 “심해도 너~~~무 심한” 정도에 이른 후보자가 다수인지라 그런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한 답은 이렇다.

“그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인사청문회의 역할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이번에 박 당선인은 오늘 아침에 뭘 먹었는지가 기억이 안날 만한 75세 노인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게다가 그 노인의 아들 두명은 모두 군대에 보내지 않았는데,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실패한 원인이 바로 아들의 병역문제라는 점,

유승준이 오노와 같은 취급을 받는 이유가 군대를 편법으로 뺐기 때문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가히 최악의 지명이라 할만하다.

솔직히 아들 병역만 제대로 됐다면 “증여세야 좀 안낼 수도 있지! 부동산투기도 니들 같으면 안했겠어?”라고 길길이 날뛴다면 못이기는 척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걸 모를 리가 없는 박 당선인은 왜 김용준 씨를 지명했을까?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 특히 공직에 뜻이 없는 분들은 정말 하고싶은대로 하며 산다.

아이를 군대에 안보내는 건 기본이고 증여세를 안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등등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라면 온갖 일을 하신다.

그러면서도 그분들은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을 갖는다.

어릴 적부터 받아온 윤리교육의 여파이기도 하고,

언론에서도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외치며 있는 사람들이 뭔가 하라고 하니 괜시리 주눅이 들 때도 있다.

그런 분들에게 인사청문회는, 심리적 안정을 주는 도구다.

‘아, 나만 이러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부터 “이렇게 하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야. 난 더 이상 외롭지 않아”라는 위로까지,

그분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자신들의 유대감을 확인하고 더더욱 재산 불리기에 전념할 수 있게 된다.

기득권층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기득권층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얻는 심리적 안정은 사회 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747로 대표되는 선진조국에 큰 보탬이 된다.

그렇다면 비기득권층은 어떨까?

평소 지킬 거 다 지켜가며 사는 비기득권층은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부자들은 다 나쁘다”는 평소 신념을 재확인하며,

자신들이 가진 건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저들보다 낫다는 우월감을 갖게 된다.

또한 김용준으로 대표되는 기득권층을 욕하면서 일터와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우리 사회의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

 

물론 박 당선인이 김용준을 지명한 이유는 또 있다.

문제가 아주 많은 사람을 첫 번째 총리후보로 지명하면

그 다음에 누구를 지명하더라도 “이 사람은 괜찮네”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야당 역시 새 대통령이 지명하는 총리를 두 번 연거푸 낙마시키는 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는 부담을 가질 것이므로,

두 번째 총리는 일정상의 촉박함까지 겹쳐져 아마도 쉽게 통과될 것 같다.

박 당선인이 오줌싸개 어쩌고 하면서 청문회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하는 것도

다 두 번째 총리가 쉽게 통과되도록 여론을 조성하는 것,

다시 말해 박 당선인은 자기 측근들 중 가장 문제가 많은 이를 총리로 지명해 간을 본 것에 불과하고,

두 번째 총리 지명자야말로 박 당선인이 뽑고 싶었던 인물인 거다.

이 주장에 대해서는 "박당선인을 너무 과대평가한 게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리더의 머리가 좋지 않다고 해서 참모들도 모두 다 머리가 나쁜 건 아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쌉니다 천리마마트’라는 네이버웹툰, 정말 재미있다.

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212694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어떻게든 5년을 버티려면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