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하는데 뒤에 앉은 일행 중 하나가 묻는다.

유세윤이 왜 그런 줄 알아?”

한동안 난 그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국정원과 NLL, 그리고 아시아나기 사고까지,

날이면 날마다 뉴스거리가 쌓이는 세상에서

유세윤이 뜬금없이 음주운전 사실을 고백했다는 건 몇십년 전의 얘기처럼 아득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말들은 특별할 게 없었다.

방송을 그만두고 싶었다느니, 우울증이라느니,

인터넷에서 떠도는 소문을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했으니까.

밥을 다 먹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누군가의 말이 날 다시 주저앉혔다.

누군가가 유세윤의 음주운전 사실을 목격했고 그를 협박했다는 것.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런 의견을 낸 창의성에 감탄이 나왔다(이게 다 창조경제 덕분이리라).

 

 

 

그 이유가 무엇이든 유세윤의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음주운전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범죄며, 그에 따른 처벌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런 판국에 유세윤은 자신의 범죄를 스스로 고백했으니,

그게 협박에 의한 것이든 뭐든 음주운전을 해도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이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오랜만에 유세윤 얘기를 듣고나니 내가 아는 어떤 분의 얘기가 떠오른다.

전직 대통령으로 재직했던 어느 분이 유세윤의 행동에 감동받아 회고록을 집필 중이란다.

 

사람들은 대체 그 사람이 뭘 회고할 게 있어서 책을 쓰냐고 비웃음을 날리지만,

그분처럼 보다는 로 점철된 5년을 보낸 분이 회고록을 낸다는 건

겨우(?) 음주운전 때문에 고백을 한 유세윤과는 비교도 안될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김영삼 회고록에서 보듯이 회고록이라는 게 그 속성상 자기 자랑도 들어갈 수 있지만,

동서고금의 고위직을 막론하고 내세울 게 쥐꼬리만큼도 없는 분은

내가 알기에 그분이 유일하다.

따라서 그분의 회고록은 거의 반성문 수준의 책이 될 것으로 추측된다.

게다가 잘못한 일 하나하나가 다 메가톤급이라, 지은 죄를 다 고백하려면

10권 정도는 돼야지 않겠느냐는 게 유령단체인 한국 회고록 협회의 분석이다.

 

그가 이토록 빠른 시간에 회고록을 내는 걸 보면 혹시 돈이 궁해서 그러는 게 아니냐

의심하기도 한다.

그 의심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그분은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가장 돈을 좋아하는 분이셨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분의 비리에 관심이 많은 팬들이 천만을 헤아리니,

책이 나오기만 하면 돈 방석에 앉을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분석이야말로 그분을 욕되게 하는, 소위 종북주의적 시각이리라.

대통령 재임 시절 그분이 연 2억원, 5년 합계 10억원에 달하는 대통령 월급을 받지 않은 것,

수백억에 달하는 재산을 장학재단으로 만들어 친구와 친척으로 이루어진 이사진에 맡긴 것 등은

그분이 푼돈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강력한 징표다.

회고록 100만부가 팔려야 10, 모든 팬들이 다 사서 천만부가 팔린다고 해봤자

100억원에 불과할진대,

그분이 그 정도 돈 때문에 자신의 비리를 까발리겠는가?

 

이제 관심은 그분이 어느 선까지 고백을 할 것이냐인데,

유세윤의 고백에 감동받아 회고록을 쓰기로 한 것이니만큼

세사한 것까지 다 밝혀서 그가 유난히 사랑하는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기 바란다.

집필에 도움을 주고자 내가 한번 짜본 구성안을 공개한다.

 

1: 내가 미국산 쇠고기를 좋아하는 이유

2: 돈은 강바닥에 있다

3: 나는 민간인이 뭘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

4: 나는 지하벙커가 편안하다

5: 아들아,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6: 이씨 가의 형제들

7:

 


회고록 집필 소식을 들은지 벌써 한달여가 지났으니,

1편 정도는 완성됐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곧 나올 내 책보다 난 이분이 낼 회고록이 훨씬 기대된다.

올 여름, 각하의 뜨거운 고백을 기다려 보자.

 

* 7편부터는 생각이 안나서 공란으로 비워뒀는데요, 님들이 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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