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과 기생충

 

기생충을 연구하다보니 기생충도 사람들처럼 좋은 애도 있고, 나쁜 애도 있었다.

말라리아 같은 애들을 연쇄살인마에 비유한다면,

회충은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리 잘생기지 않은 이웃이다.

비율로 따지면 나쁜 기생충보다 오히려 좋은 애들이 더 많으니,

기생충에 비유했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를 일으킬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가기관들을 보면 가끔 기생충 생각이 난다.

이것 역시 내가 기생충을 연구해서 그런 것일 뿐,

내과를 전공했다면 암, 소화불량 같은 각종 질병을 가지고 똑같은 생각을 했으리라.

회충보다 소화불량이 훨씬 더 큰 인류의 적이라는 점에서

기생충과 비교하는 건 오히려 관대한 일일 수 있다.

 

첫 번째. 감사원.

원래 감사원은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 와중에 잘못된 게 있으면 날카롭게 지적함으로써 더 큰 피해를 막는 게 감사원의 역할,

그렇게 본다면 감사원은 바이러스나 세균을 물리치는 면역계 비슷해야 되는데,

우리나라 감사원은 오히려 기생충을 자처한다.

기생충 중에서 굳이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한다면 분선충이 딱인데

이 분선충은 면역이 정상인 사람에서는 별 증상을 유발하지 못한 채 웅크리고 있지만,

나이든 사람이랄지 스테로이드를 쓴다든지 해서 면역이 약해지면

자기 세상을 만난 듯 활개를 친다.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던 한 사람이 분선충에 걸렸는데,

그의 대변은 물론이고 코와 입, 심지어 폐에서도 분선충이 나왔을 정도로

이 기생충은 면역억제자에게 가혹하다.

학계에서는 이 기생충을 가리켜 기회감염성 기생충이라고 부르며 멸시하는데,

감사원의 행태가 딱 분선충과 일치한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엔 4대강 공사에 대해 별 문제점을 찾을 수 없다고 했던 감사원은

새 대통령이 선출된 올해 1월부터 갑자기 공사가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얼마 전에는 ‘4대강은 사실상 대운하였다,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은 다 아는 성명을 냈다.

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엔 알아서 기고, 정권의 힘이 빠진 뒤엔 저놈이 사실은 나쁜 놈이다라며 입에 거품을 무는 기회주의적 행태,

기생충학을 배운 사람이라면 감사원을 보면서 분선충을 떠올렸으리라.

 

두 번째. 검찰

우리나라 검찰에 대해 권력의 시녀라고 비난하는 일이 그 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 기간은 원래 얘네들이 시녀의 유전자를 가진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심하고 시녀 역할을 했다.

-대통령 아들의 내곡동 땅 투기---> 밑에서 한 거고 대통령은 몰랐다

-민간인 불법사찰---> 아랫것들이 작당해서 한 일

등등 사례를 들자면 한도 없을 텐데, 그 백미는 바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집요한 스토킹이다.

한 전 총리가 아무리 괘씸해도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면 이제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검찰은 도대체 스토킹을 멈추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동안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았다고 환호하는 장면을 9시 뉴스에서 대체 몇 번을 본 건지.

그런 검찰이 얼마 전 한 전 총리에 대해 또 항소를 해 화제가 됐다.

1심 재판부가 “"직접적인 증거인 한씨의 검찰 진술은 객관적인 사실과 맞지 않고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던 그 사건에 대해

난데없이 항소를 한 것.

 

 

일관성이 있는 이 집요함을 보면서 난 스파르가눔을 떠올린다.

뱀이나 개구리를 먹고 걸리는 스파르가눔은 우리 몸에 들어온 뒤 조직을 뚫고 이곳저곳을 가는데,

남자에서 주로 가는 곳이 고환이다 (여자는 유방)

장에서 고환까지 그 먼 길을 몇센티짜리 벌레가 어떻게 갔을까를 생각하면

그 집요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검찰이 한명숙 하나만 보고 집요하게 달리듯,

스파르가눔도 고환 냄새를 향해서 집요하게 기어간 모양이다.

수명도 겁나게 길어, 우리나라 환자 중 한 명에게서 20년을 살았다는 게 보고되기도 했으니,

몇 년간 한명숙 한 명만 괴롭힌 검찰과 얼추 들어맞는다.

 

세 번째, 국정원.

요즘 주가를 올리는 국정원의 전략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댓글공작이라는 자신의 과오가 드러나자 NLL을 터뜨려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게 만드는 것.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그 전략에 말려들어 버렸으니, 국정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브레인이자 전략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탁월한 전략을 보면서 한 가지 기생충이 떠올랐다.

아프리카에 있는 수면병원충은 사람의 뇌를 침범해 의식을 잃게 만드는데,

그게 꼭 잠자는 거 비슷하다고 해서 수면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수면병원충은 혈액에 산다.

혈액은 백혈구를 비롯한 온갖 면역세포들이 사는 곳,

학자들은 대체 어떻게 수면병원충이 혈액속에 사는지 의아했다.

비결은 표면 단백질을 수시로 바꾸는 것.

자신에 대한 항체가 만들어지면 표면 단백질을 싹 바꿔 버려,

항체가 엉뚱한 곳을 찾도록 하고 자신은 유유히 혈액속에서 헤엄을 친다.

국정원을 보면서 혹시 요원 중에 수면병 연구자가 있나?”는 의혹을 가진 이유다.

 

사실 기생충은 매우 성공적인 생물체로,

27천만년된 상어의 분변에서도 기생충이 발견됐을만큼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앞으로도 기생충은 인류와 더불어 잘 살 것 같은데,

우리나라 국가기관들이 이런 성공적인 생물체를 본받는 건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국정원, 검찰, 감사원은 국가기관들 중에서 가장 기생충을 벤치마킹한 곳들,

그러니 그들에게 이렇게 불러주자.

이 기생충들아!”

'전염병 권하는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누리 국민 되기  (68) 2013.07.28
사인 (Sign)  (41) 2013.07.20
국가기관과 기생충  (45) 2013.07.17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책  (58) 2013.07.10
노무현과 이명박의 국격  (178) 2013.06.26
김학의 아버님이 나서 주십시오  (51) 2013.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