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는 해당 아동이 채 총장의 혼외 아들이라는 점에 대해 아무런 설득력 있는 근거를 갖고 있지 못하다.”

채동욱 검찰총장은 조선일보사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내면서

그 아들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된 그 아이에게 “유전자 검사에 응해 줄 것도 부탁드린다”라는 말도 했다.

사람들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저렇게까지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자기 아이가 아닐 수도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그 아이가 채 총장의 아이라는 쪽이다.

주위 사람들 세명에게 물어서 2명이 “맞지 않냐?”라고 했으니,

무려 67%의 지지율을 보이는 셈이다.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제기된 의혹이 사실임을 믿는 이유는 그걸 처음 보도한 신문이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늘 사실만 보도하는 정론지니까.

동아일보의 최영해 논설위원이 쓴 ‘아버님 전상서’란 칼럼은

조선일보의 정신에 감동해 쓴 오마쥬였고

심지어 내가 예전에 알던 어떤 분은 “조선일보에 났으니까 진짜야”라고 말씀하시기도 했으니,

조선일보가 있어서 우리 사회의 신뢰도가 이 정도라도 되는 거다.

 

 

 

내가 조선일보에 대해 절대적 믿음을 갖게 된 건 1986년이었다.

그날 오후 난 학교 정문에 있었는데,

웬 검은 차가 오더니 신문 뭉치를 휙 던지고 사라졌다.

뭔가 가서 봤더니 ‘조선일보 호외’라면서 김일성이 총에 맞아 죽었다고 되어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조선일보 세계적 특종’이란 문구도 있었고,

사람들이 기쁘다면서 맥주를 마시는 사진도 본 것 같다.

물론 그 후에 김일성이 TV에 나와 건강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 특종은 오보로 밝혀졌지만,

그로부터 십년이 채 못되어 김일성이 진짜로 죽었으니,

조선일보의 기사는 꼭 오보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게다가 김일성이 죽었다는 기사 때문에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잠시나마 기뻐할 수 있었으니,

그 또한 얼마나 좋은 일인가?

무엇보다 감탄한 건, 총소리를 한번 듣고 김일성 사망이란 호외를 내보내는 그 박력이었다.

조선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게 내가 조선일보를 신뢰하기 시작한 이유였다.

 

 

 

그 후에도 조선일보는 정론지로서의 자기 역할을 망각하지 않았는데,

나주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성폭행범의 얼굴을 1면에 공개한 게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물론 사진이 공개된 사람이 동명이인일 뿐 성폭행범이 아니어서 결과적으로는 오보가 됐지만,

성폭행범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사실 확인에 앞서 일단 보도하고 보는 그 자세는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

 

 

 

조선일보는 또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기사를 1면 톱으로 내면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썼다.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이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5도 지역이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核),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했다.

- 17일자 <조선일보> [단독] 김정남 "천안함, 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

물론 나중에 김정남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고,

저 기사의 취재원이었던 고미 요지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김정남과 주고받은 150여 통의 이메일 중 거의 모든 내용을 책에 수록했다...번역 작업도 꼼꼼히 했는데 없었던 내용이 보도된 경위를 알고 싶다"며 조선일보의 창의력에 경의를 표하기도 했는데,

어찌됐건 이 기사는 점점 옅어져 가는 우리 사회의 반공정신을 한층 고취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 밖에도 조선일보가 앞장서서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으킨 적은 한 두 번이 아닌데,

기회가 된다면 묻고 싶다.

어떻게 그리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한결같을 수 있냐고.

직접 물어본다면 조선일보는 배시시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리라.

“괜히 일등 신문이겠어요.”

맞다. 일등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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