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한 아이돌 가수가 3중 추돌 사고를 냈다.

사건 초기 음주사실을 부정하던 그 가수는 의혹이 확산되자 결국 음주사실을 시인했다.

그렇다면 음주운전을 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그 가수는 역사에 남을 명언을 한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그 가수가 바로 클릭비의 김상혁인데,

그저 노래만 잘 하는 줄 알았던 가수가 심오한 철학이 담긴 말을 했다는 것에

놀란 사람은 한둘이 아니었다.

김상혁 교가 생겼고,

그 종교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면서 김상혁교를 널리 알렸다.

결혼은 했지만 유부남은 아니다” “불은 질렀지만 방화는 아니다등등은

열성신도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하지만 김상혁의 그 발언은 시대를 앞서가도 너무 앞서갔고,

초창기의 선지자들이 다 그렇듯이 김상혁은 네티즌들의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그는 그 사건 이후 9년이 지나도록 방송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한 다른 연예인들이 오래지 않아 방송에 나오고,

심지어 대마초를 피운 연예인들도 1-2년만에 복귀하는 현실을 떠올려 보면,

우리 사회가 위대한 선지자에게 얼마나 가혹한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사이비종교는 탄압이 강할수록 더 위세를 떨치기 마련,

김상혁교는 조용히 그 교세를 확장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때가 왔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그간 암약해 오던 신도들이 정부 요직에 오른 것.

그들은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바 임무를 다하기 시작한다.

현 정부의 초대 대변인이 된 윤창중 씨는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에 간 짧은 틈을 노려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grab했다.

이게 문제가 되자 윤씨는 엉덩이를 툭툭 쳤지만 성추행은 아니다고 해명했는데,

사람들은 그때서야 깨달았다.

김상혁교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를.

 

 

20138, 대기업들에게 깎아준 법인세 때문에 세수부족에 시달리던 정부는

소위 세제개편안을 마련, 근로자들로부터 돈을 걷자는 기특한 생각을 한다.

세금을 올린다고 하는데 좋아할 사람은 없었는데,

근로자들은 증세는 안하겠다고 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파기했다고 반발했다.

연말 정산할 때 환급액이 줄어들거나 추가로 세금을 토해내는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증세가 아니라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납세자연맹 회장의 발언)

이에 대해 청와대 경제수석은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세를 한 건 아니라고 했는데,

세금은 더 걷지만 증세는 아니라는 이 말에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청와대 경제수석마저 김상혁교의 신도라면, 대체 현 정부에는 얼마나 많은 신도들이 들어가 있는 거야?”

    

그 후 김상혁교의 신도 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정부 관계자도 아닌 판사마저 그 대열에 합류했다.

이범균 부장판사가 그 주인공으로,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직원들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해 구속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을 맡았는데,

원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원세훈 원장이) 정치에는 개입했지만 선거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판결의 취지.

그 뉴스를 본 사람들은 김상혁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 새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시대를 2-3개월 앞서가기도 힘든 판에 무려 9년이나 앞서다니!

9년 전에는 말도 안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보편적 상식이 돼버렸으니,

김상혁은 정말이지 신이 내린 선지자였다.

 

이쯤되면 김상혁을 방송계에 복귀시키고

김상혁의 시대예측’ ‘김상혁이 키운 신도들같은 프로를 맡김으로써

그에게서 미래를 듣는 기회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게 아닐까?

9년간 더욱 단련됐을 그의 내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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