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소포자충은 고양이를 종숙주로 삼는, 아주 작은 기생충이다.

이 기생충이 유명해진 것은 이것이 쥐로 하여금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 덕분인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톡소포자충이 종숙주인 고양이로 건너가야 짝짓기와 자손번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톡소포자충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할까?

처음에 쥐에게 들어오면 톡소포자충은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활발히 증식을 한다.

며칠 후, 숙주가 톡소포자충에 대해 면역을 갖게 되면 톡소포자충은 도망칠 곳을 찾다가 쥐의 뇌로 가고,

거기서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서 숨어있다.


파란색이 톡소포자충으로, 쥐의 뇌로 숨어들어가 21일째부터 보이지 않는다



쥐가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려 면역이 약해지면 톡소포자충은 주머니를 깨고 나와 뇌에 엄청난 염증을 일으키지만,

쥐가 건강한 상태로 있으면 고양이에게 가서 짝짓기를 할 방법을 궁리한다.

그 궁리 끝에 나온 것이 바로 쥐로 하여금 고양이를 덜 무서워하게 만드는 것인데,

이는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 중 편도체 (amygdala)라는 부위에 주머니를 만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

편도체는 공포반응을 조절하는 기관, 

그곳에 기거하는 톡소포자충은 쥐에게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결국 쥐로 하여금 고양이에게 잡혀먹게 만든다. 



세월호에 대처하는 현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톡소포자충 생각이 났다. 

현 정부는 톡소포자충, 면역계는 세월호, 쥐는 우리 국민으로 생각하면 대충 들어맞는다. 

집권 1년차 때 현 정부는 대선 때 했던 공약을 파기하면서, 또 종북몰이를 하면서 활발히 보냈다. 

이는 톡소포자충이 쥐의 몸속에 들어와 활발히 증식하는 시기와 비교된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후, 세월호 사태가 터졌다.

박근혜 정부는 숨을 죽였다.

정제되지 않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엄청난 비난이 돼서 돌아오던 시기였으니, 그럴 만도 했다.

대통령은 진도체육관을 찾아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하고,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 

이 시기는 톡소포자충이 쥐의 뇌에 주머니를 만드는 시기에 해당된다.





그 후 정부는 새누리당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세월호에 대한 여론을 바꾸어 나간다.

이는 톡소포자충이 쥐를 조종하는 것에 해당되는데,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된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더 이상 세월호 참사의 진상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됐다.

“우리의 기본 입장은 세월호 참사는 교통사고”라는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의의장과 

같은 당 홍문종 의원의 말은 발언 당시에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렇게 생각하는 여론이 더 많아졌고,

지금은 세월호 기사마다 교통사고 운운은 물론이고 유족들을 욕하는 댓글이 더 많으니,

현 정부의 숙주조종은 완전히 성공했다.

박대통령이 자신의 약속과 달리 특별법 제정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은 점,

그리고 특별법이 어렵사리 통과된 뒤 새누리당이 훼방을 놓을 수 있는 것도

다 그 덕분이다. 


유족들의 절규에 눈도 안돌린 채 카펫을 밟고 있는 대통령님. 저 초연함이 존경스럽다. 




심지어 인양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정부에 조종당하는 국민들도 “돈 드는데 뭐 하러 인양하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명심하자.

톡소포자충이 쥐를 조종하는 이유는 고양이에게 먹히게 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 때문이지,

결코 쥐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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