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이완구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조사를 받을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잘못한 게 없어도 그럴진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을 끼쳤다면 그 초조함은 이루 말할 수 없으리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각하)을 보면서 신기했던 것이 바로 이 점이었다.

4대강은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허공에 뿌린 자원외교를 조사한다는데

너무도 태연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큰소리까지 치고 있으니 궁금증은 더 커져만 갔다.

물론 각하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까지 당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각하가 괜히 그런 건 아니었으니,

그 일에 연루된 사람들 중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드물고,

그들을 잡아다 족치는 게 더 시급한 문제가 돼버렸다. 

각하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으니, 작금의 사태는 ‘각하의 음모’ 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1. 홍준표 경남지사

성완종 전 회장의 리스트에는 홍지사에게 1억원을 전달했다고 쓰여 있다.

물론 홍지사는 “소설을 쓰고 있다”며 그 사실을 부인했는데,

이는 돈을 준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그래서 대질이 불가능하다는 데서 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홍지사의 자신감은 각하의 그것과 차원이 다른 바,

성 전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했던 한모 부사장이 최근 검찰조사에서 

홍 지사 측근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해 버렸다.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홍지사가 감옥에 가는 것은 시간문제인 듯한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학교는 밥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홍지사의 논리를 여기 대입시키면

감옥 역시 밥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며,

지난 한해 동안 지방자치단체장 중 가장 재산이 많이 늘어나

29억4천187만8천원을 신고한 홍지사에게 공짜로 밥을 준다면

여론이 들끓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공짜 밥을 극도로 싫어하는 홍지사의 성격상

자신이 무상급식의 수혜자가 되는 걸 스스로 거부할 테니,

우리는 유사이래 처음으로 밥값을 내가며 수감생활을 하는 죄수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2. 이완구 총리

이완구 씨가 총리가 된 것은 그가 안대희를 비롯한 다른 총리후보들보다 더 깨끗해서가 아니었다.

지명하는 이마다 문제점이 드러난 탓에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가 울며 겨자먹기로 총리직을 수행해야 했는데,

1944년생이라 만 나이로도 일흔을 넘긴 어르신을 그렇게 혹사시키는 것이

노인을 공경하는 우리 전통에 위배된다는 여론이 들끓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소위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곤혹스러운 모양이다.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했던 터라

그 충격이 더 클 텐데,

그가 택한 방법은 역시 ‘전면부인’이었다.

“성 전 회장과 친분이 별로 없다”면서 돈 받은 사실을 강하게 부정했다.

하지만 친분이 없다는 것부터 문제가 됐다.

알고보니 이총리는 성 전 회장과 23차례나 만났던데,

친한 친구도 일년에 3-4번만 만나기 어려운 세상에서

23번 만난 사람이 별로 친분이 없다면,

친분이 있는 사람은 도대체 몇 번을 만나는지 궁금해진다.



같이 웃고 있는 사진들이 돌아다니자 초조해진 이총리는 급기야 자기 목숨을 내거는데,

그는 대정부질문을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돈 받은 증거 나오면 목숨 내놓겠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돈을 받은 게 사실이면 목숨을 내놓겠다라고 하는 대신

“증거가 나오면”이란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이 말은 자신이 워낙 비밀스럽게 돈을 받아 증거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 같은데,

목숨을 건다는 발언이 나온 뒤에도 사람들은 그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모양이다.

다음과 같은 농담이 네티즌들의 댓글로 떠돌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총리가 목숨을 내놓는 것이 현실성도 없거니와,

그게 우리 사회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다.

이건 왠지 수사를 그만두라는 협박처럼 들리는데,

그것보다는 “전재산을 헌납하고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겠다”라든지

“내가 아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를 다 말하겠다” 같은 단서를 다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이완구와 홍준표,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던 그들은 성 전 회장의 메모로 인해 한 배를 타게 됐다.

그 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텐데,

우리나라에서 소설책이 잘 안팔리는 게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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