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과 아파트


골프를 치지는 않지만 보는 건 좋아한다. 

타이거 우즈의 팬이어서 그가 나오는 경기는 밤을 새가면서 보곤 했는데,

바람피우는 것을 들킨 후 우즈는 평범한 선수가 돼버렸다.

그 뒤 골프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었는데,

최근 나로 하여금 다시 골프를 보게 만든 선수가 있었다.

이름은 조던 스피스로, 93년생이니 나이는 23살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는 올해 굵직한 대회 두 개를 연달아 우승하며 80억 가량을 벌었고,

지금까지 번 상금은 200억이나 된다.


스피스의 애인. 



골프를 칠 때 타이거 우즈만큼의 폭발력이 없다는 게 아쉽지만,

그가 우즈보다 뛰어난 점은 사고를 칠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일단 그의 애인은 절세미녀가 아니다.

이건 금발미녀들만 좋아했던 타이거 우즈와 다른 점이다.

두 번째, 기사를 보니 그가 프로골프의 세계로 뛰어든 이유가 그의 여동생 때문이란다.

여동생 엘렌이 자폐증을 앓고 있어서라는데,

여동생을 위해 대학진학을 포기할 정도의 마음가짐이라면

우즈보다 더 오래 정상에 머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하고픈 얘기는 조던 스피스가 아니다.

올해 마스터스 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스피스는 댈러스에 집을 샀는데,

그 집을 잠시 감상해 보자.





이런 데서 자면 방이 너무 휑해서 무서울 수도...ㅋㅋ



                                               요리가 막 하고 싶어지는 부엌




침실이 다섯 개나 있고, 게임방, 비디오방 등도 있다는데,

이 집을 사는 데 든 비용이 230만달러다.

우리나라 돈으로 25억 정도니 일반인이 벌 수 있는 돈은 아니다.

신기한 것은 우리나라 아파트 중에는 이 정도 돈을 가볍게 뛰어넘는 곳이 몇 군데 있다는 것.




부의 상징인 타워팰리스의 로열층만 해도 스피스의 집 두채 정도는 살 수 있는 가격이다.

로마에서 시작된 아파트의 유래는 못사는 서민들에게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려는 의도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상하게 부의 상징으로 의미가 변질됐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다를 수 있으니 이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해도,

조던 스피스의 집과 우리나라 아파트는 삶의 질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1) 스피스의 집은 2천평이 넘는 데 반해 55억짜리 아파트는 90평 남짓이다.

2) 스피스의 집에선 마음껏 뛰놀 수 있지만, 55억 아파트는 층간소음 때문에 걸음도 살살 걸어야 한다.

3) 스피스의 집에선 개 몇십마리를 키울 수 있지만, 55억 아파트에서는 스피츠 한 마리를 키우더라도 눈치를 봐야 한다. 

4) 스피스의 집은 널따란 마당이 있지만, 55억 아파트는 코딱지만한 정원을 나눠쓴다.

5) 스피스의 집은 창문을 열면 맑은 공기가 들어오는데, 55억 아파트는 창문으로 매연이 들어온다. 



이렇게 따져보니 우리나라 부자들이 그 부에 걸맞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넓은 집에서 여유롭게 사는 대신 좁아터진 곳에서 불편하게 살다보면

“내가 이 돈 가지고 이렇게 살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보면 사회에 불만을 갖게 되지 않겠는가?

국토가 좁고 인구가 많으니 아파트밖에 답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와 인구밀도가 비슷한 네덜란드만 봐도 (우리나라 인구밀도 503-네덜란드 497) 

인구대비 아파트 거주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아파트 붐은 아파트가 재산증식의 기능을 담당해서일 텐데,

이제 그 기능을 많이 상실했음에도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고 있는 게 신기하다. 


* 나 역시 아파트에 살고 있긴 하다.

하지만 개를 네 마리 키우다보니 아파트가 불편하기 짝이 없어서 마당이 있는 곳으로 이사갈 꿈을 꾸고 있다.

이게 내가 매주 로또를 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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