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인간의 윤리나 도덕, 정의 이런 것들에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고,

심지어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뜻과 반대로 나가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주변의 한 좌파는 “대통령이 아는 게 없어서 그렇다”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도 다 1번을 찍으면 20점은 맞을 텐데

매번 엇나간 선택을 하는 데에는 분명히 뭔가가 있다 싶었다.

정 할 일이 없던 어느 날, 이런 대통령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고,

그때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 ‘나쁜 남자’가 인기가 있으니까 ‘나쁜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2) 대통령의 정의관이 일반인의 그것과 다르다. 즉 대통령은 남들이 보기엔 ‘악’인 것을 정의라고 생각한다.

3) 지지율 0%의 신화를 써보려고 한다 



혼자 이래봤자 의문이 해소되는 건 아니었는데,

그러던 중 요즘 베스트셀러 1위 <미움받을 용기>를 읽게 됐다.

아들러라는 철학자를 신봉하는 ‘철학자’가 은둔하는 청년과 대화를 나누며 교훈을 준다는 내용.

평소 자기계발서를 즐겨읽지 않아서 안읽으려고 했는데

아내가 나더러 좀 읽어보라고 샀기에 할 수 없이 읽었다. 

안읽었으면 큰일날 뻔했다 싶을 정도로 주옥같은 말이 많았고,

내게 도움이 되는 내용도 엄청 많았다.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이 책을 읽음으로써 그간 풀리지 않았던 의문인

“대통령은 왜 저러실까”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다음 구절을 보자.

“아들러 심리학에서는 타인에게 인정받기 원하는 마음을 부정한다네...

타인의 기대 같은 것은 만족시킬 필요가 없다는 말일세.“ (151, 154쪽)

이게 무슨 말일까? 

“타인의 평가에만 신경을 기울이면 끝내는 타인의 인생을 살게 된다네.” (155쪽)

실제로 남의 시선을 늘 의식하는 사람은 사실은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란다. (210쪽)

우리 대통령은 결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 결과 국민의 기대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대통령의 목표가 국민의 기대와 늘 180도 다른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도 이 책은 답을 준비해 놨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인 ‘미움받을 용기’,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일세...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어.” (186-187쪽)

그랬다.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는 남에게 미움받을 각오를 해야 하니,

되도록이면 국민들이 싫어할 일만 골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집권 3년차에 ‘자유’를 얻었다.

아들러 심리학이 국내에 소개된 게 바로 이 책을 통해서고,

이 책이 처음 나온 게 작년 11월인 걸 보면,

대통령은 이 책이 나오기 전부터 아들러 심리학에 정통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대통령에게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의 비아냥은 삼가자.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그렇게 자유를 얻으신 분이 얼마 전 대통령이 유승민 전 새누리당 대표한테

분노해 마지않았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거기에 대한 답 역시 이 책에 나와있다.

“모든 인간관계의 트러블은 타인의 과제에 함부로 침범하는 것에 의해 발생한다네.” (161쪽)

대통령이 보기에 세월호 특별법을 무력화시켜 진상을 뭉개는 것은 대통령의 과제인데,

국회가 건방지게 거기에 함부로 침범하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엇던 것.

이러니까 말끔하게 정리가 되지 않는가?

이래서 옛 어른들이 그렇게 책, 책, 책 했구나 싶다.

미움받을 용기를 실천하고 계신 대통령에게 다시한번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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