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분이 있다.

매우 훌륭한 분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분을 볼 때마다

영화에 나오는 조직 보스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저 영화가 실제 조직 보스가 아닌, 그분을 모델로 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

 

1) 지식

조직 보스는 대개 지식이 짧다.

인터넷에 카페를 만들겠다고 하면 그거 우리 구역이야?”라고 반문하고,

오렌지가 영어로 뭐냐는 질문에 델몬트라고 대답한다.

내가 아는 그분도 그렇다.

언젠가 벌어졌던 토론회에서 한 분이 교토의정서에서 합의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에 대해 물었다.

그분의 답변이다.

“...준비를 잘 해서...배기가스라든가 이런 것이 조정이 될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를 하든지 이런 게 커다란 부담을 갖지 않도록 정부가 유도를 하고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388786

이게 무슨 말일까. 토론 상대방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다.

심지어 이산화가스라는 말도 쓰셨는데,

이런 것 역시 그분의 매력이고, 많은 지지를 받는 비결이긴 하다.

 

2) 의리

조직 보스는 의리를 중히 여긴다.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은 이렇게 말한다.

식구가 뭐여. 밥을 같이 먹는 입구녕이여.”

그러면서 조인성은 의리를 지키지 않는 자는 식구가 아니라고 일갈한다.

내가 아는 그분도 그렇다.

중요한 시기에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들에게 한자리씩 챙겨주는 걸 보면,

조인성의 의리는 초라해 보일 지경.

그러다보니 윤창중 대변인이나 고영주 이사장같은 악재가 계속 터져나오지만,

그분은 의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3) 배신자 처단

의리를 중시하는만큼 배신자를 처단하는 데는 추상같은 게 바로 조직 보스.

<신세계>라는 영화에서 황정민은 경찰 프락치라는 게 들통난 여성을

통에 넣고 시멘트를 부은 뒤 바다에 던져버린다.

잔인성의 차이는 있지만, 여기에 관해서는 그분도 만만치 않다.

세월호 시행령 파문으로 그분의 심기를 건드린 유승민 대표를 날려버렸고 (이 과정에서 유대표는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를 하면서 원세훈 원장을 기소한 채동욱 총장도 찍어냈다.

그리고 지금은 국회의원 후보 공천권을 국민에게 주자는 개혁안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김무성 대표를 흔들고 있는 중이다.

가히 찍히면 죽는다, 이 분을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들면 납량특집 영화는 충분히 나올 듯하다.

 

4) 책임

영화 <약속>에서 일을 저지른 건 보스인 박신양이지만

실제로 감옥에 들어간 건 그 부하인 정진영이었다.

조폭은 아니지만 <베테랑>에서도 그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데,

개망나니인 유아인이 한 짓 때문에 그 밑에 있던 유해진이 대신 경찰에 자수를 한다.

그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찌된 게 사과하는 법이 거의 없다!

명백히 그분 잘못인 것도 어찌나 아랫사람들이 대신 책임을 져주는지,

메르스 때 국민에게 사과한 것은 총리가 된 지 얼마 안된 황교안 씨였고

세법개정안 파문처럼 그분 뜻으로 일이 진행되다가 국민들 반대가 심하면

그분은 이 사태와 무관하고, 아랫것들이 잘못했다는 성명이 나오곤 했다.

하기야, 높은 분이 맨날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고 있으면 권위가 없어지긴 하다.

그렇다면 사과할 일을 안만들면 될텐데, 그게 아니니 아랫사람만 죽어난다.

 

5) 급할수록 여유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사채를 못갚아 사무실에 끌려온 채무자가

사채업자 대표인 박영규에게 무릎 꿇고 읍소를 한다.

제발 한번만 봐달라고, 어떻게 해서든 돈을 갚겠다고.

박영규는 그의 얼굴을 보는 대신 뒤돌아선 채 화초에 물뿌리개로 물을 주고 있다.

너무 진지하게 물을 줘서 그의 말을 듣는지도 잘 모르겠을 정도.

타인이 위급할수록 더 느긋해지는 것, 보스들은 대개 이렇고,

관객 입장에선 그 보스가 참 얄밉다.

그분도 비슷하다.

이번 교과서 국정화 파문을 보자.

2017년에 국정교과서가 나오도록 지시한 분은 분명 그분일테고,

그게 효심에서 비롯된 거라는 사실도 다 아는데,

경제가 어렵다며 싸우지 말고 힘을 합치자던 분이

교과서 국정화가 뭐가 그리 급한 문제라고 이러시는지 당최 모르겠다.

더 기이한 건 머리끄댕이를 잡고 싸우는 것들은 죄다 아랫것들이고

그분은 먼 나라에 가서 우주선을 구경하고 있다는 점!

이렇게 운치와 있다보니 매니아층이 많은 거겠지만,

박영규를 볼 때 그랬던 것처럼 너무 그러시니 좀 얄밉기도 하다.

이렇게 열거하다보니 영화감독들이 혹시 그분을 모델로 조직 보스의 캐릭터를 정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인데,

그러고보면 천만명이 볼 수도 있는, 사람들 생각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영화는 왜 그냥 놔두나 싶다.

빨리 귀국하셔서 영화 국정화도 좀 해주시라.

교과서보다 그게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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