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에서 칼럼니스트로 데뷔한 이래 요즘처럼 무력감을 느낀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름 잘 썼다고 생각한 글마저 보는 이가 거의 없어서다.
사람들은 칼럼을 안보고 뉴스만 본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 역시 뉴스가 재밌다.
다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최순실의 전지전능함을 느낀다.
승마협회, 이화여대, 미르재단, 서울대병원, 독일 비덱에 이어 베트남총영사까지,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어쩜 그리도 많은 분야를 해먹었는지,
혼자서 이 많은 걸 했다는 게 도대체 믿어지지 않는다.
그는 어쩌면 영험한 무당이라 분신술을 행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건 청와대와 그 관련자들의 구라의 향연을 보는 것,
시간순서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의 반응은 보는 이에게 큰웃음을 선사한다.
몇 명만 예를 들어보자.

1. 김희정 전 여성부장관.
과거: 정유라는 모든 대회에서 1등만 했습니다! 이런 선수를 부모님이 누구라고 해서 모욕한다면 문체부가 나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현재: 혼자 나와서 1등 했는지 내가 알았냐?
* 그럼 알아보지도 않고 옹호했냐?


2. 이원종 전 비서실장
과거: 최순실이 연설문을 고쳐줬다니, 봉건시대에도 없는 노릇. 상식 있는 사람이면 누가 그 말을 믿겠냐?
현재: 몰랐다. 내가 그걸 알았다면 그런 말을 했겠냐?
* 그럼 알아보지도 않고 반박했냐?


3. 정호성 전 비서관
과거: 최씨에게 대통령 보고자료를 전달한 적이 없으며, 최씨 사무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정호성 전 비서관의 통화 녹음 파일에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에게 연설문 초안을 전달하라는 지시 사항도 녹음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순실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내용도 있다고 전해지는데, 검찰도 깜짝 놀랄 정도의 말투였다고 합니다.”
* 사무실을 모른다면서 보고자료는 어디로 전달했을까? 설마 최순실이 매번 와서 받아간 것?




4. 박대통령을 18년 보좌한 이재만 전 비서관
2015년 1월 9일, 당시 민주당 서영교 의원과의 대화
서영교: 최순실씨를 만난적있습니까 ?    
이재만: 정윤회씨가 비서실장할때 인사를 나눈 적 있습니다.
서영교  :  그 후에도 최순실씨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
이재만  :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
서영교  :  만난사실이 없는게 아니고 기억이 없는거죠 ?
이재만  :  그런 기억이 없습니다
* 박대통령과 최순실이 죽고 못사는 사이인데, 최측근인 이재만이 본 적이 없다면 이재만은 박대통령도 본 적이 없다고 할 사람인 듯



5. 김종 전 차관
과거: 최순실 씨는 물론 조카 장시호도 모른다.
장 씨 법인에서 일했던 관계자, “나 “논현동 한 카페에서 김종 문체부 전 2차관과 최순실이 만났다. 김종 차관이 최순실 씨와 안에서 면담을 했고, 장시호 씨는 밖에서 기다렸다.” “장씨에 의하면 이모인 최순실 씨와 김종 차관은 말이 잘 통하는 사이라고 했다”
* 박대통령 밑에서 차관 하려면 모르는 사람과도 말이 잘 통해야 하는가보다



6. 이대 총장 & 청담고 교장
과거: 정유라에게 특혜를 준 적이 없다.
현재: 학사관리를 잘 못한 건 맞지만 특혜는 아니다.
* 출석 안해도 학점 주고 진급시켜 준 게 특혜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특혜?


7. 안종범 전 비서관
과거: 최순실 씨를 모른다.
검찰 출석 당시
기자: 기금 모금 관련해서는 본인의 판단입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대행한 것입니까?
안종범: 검찰에서 모두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 재단 출원금 모금은 강제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안종범: 검찰에서 모두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 지금도 최순실 씨 모르십니까?
안종범; 검찰에서 모두 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이분을 보면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는 옛말이 떠오른다. 최순실. 박근혜 주범, 안종범은 종범이라잖은가.


8. 청와대경호팀 & 다시 이원종
10월 21일 이훈의원: 최순실 씨 청와대 왔다간 적 있습니까 없습니까?
이원종: 제가 알기엔 없습니다. 본 일도 없고 들은 일도 없습니다.
이훈: 경호처장에게 여쭤볼게요. 누가 들어오면 기록이 다 남습니까?
경호처장: 모두 기록이 남습니다.
이훈: 청와대 근무자가 뒷좌석에 다른 사람 태우면 청와대 들어갈 수 있습니까?
경호처장: 들어갈 수는 있는데 기록은 남습니다.
* 그런데 현실은 이영선 행정관이 운전하고 최순실은 뒷좌석에! 이원종 씨, 당신 청와대에서 근무 안했지!




9. 구라의 몸통은 역시 박대통령.
-과거: 최순실 관련 의혹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가 없다.’
-jtbc가 태블릿PC에 실린 증거를 보도한 뒤; “최순실로부터 연설문 도움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성된 뒤에는 그만뒀다.” “저로서는 좀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
-하지만 그 이후에도 최순실이 대통령과 합작해 수많은 비리를 저질렀다는 게 드러나자;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이런 자괴감이 들 정도”
* 모든 게 다 최순실 탓? 이건 엄연히 박근혜 게이트라고요.

-담화 도중에는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듭니다”
-그런데 종교계 인사를 만난 자리에선 “잠이 보약”
* 잠 잘주무셔서 좋으시겠어요


-담화 도중엔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선임한 변호사에 따르면; “사건 검토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조사 시기를 연기해 달라” “박 대통령을 조사한다면 되도록 서면조사를 하고 부득이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면 받아들이겠다” “대통령이 임기 중 수사를 받으면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될 수 있어 조사가 부적절하다”
-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다음 대목,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기 앞서 한 사람의 여성이라는 점 또한 양해해주시기 부탁드린다”
* 여성이기 앞서 대통령이라는 게 맞는 거 아닌가요?



10. 박근혜 스무고개
사람들의 의혹: 박근혜는 세월호 7시간 동안 뭐했을까? 7시간만에 나타나서 한 말을 보면 전혀 보고받은 것 같지도 않은데.
김기춘 비서실장; 어디 있었는지 나도 모른다.
산케이신문; 혹시 정윤회랑 있었니?
청와대; 틀렸어!
사람들; 그러면 굿 했지? 그날이 최태민 기일을 앞둔 때였잖아.
청와대: 굿은 절대 아니지롱.
사람들; 그렇다면.... 피부 댕기느라 프로포폴 맞았구나?
청와대; 그것도 아니지롱. 약오르지? 맞춰봐.
사람들: .....
* 뭘 했는지 속시원하게 밝히면 될 텐데, 그걸 밝히느니 욕먹는 게 낫다고 하니 그냥 욕이나 해줍시다.


아래는 보너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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