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받은 앤디는 재소자에 대해 가혹한 처우로 악명높은 쇼생크 교도소에 갇힌다. 영화 <쇼생크탈출>얘기다. 위대한 작품이 다 그렇듯 이 영화도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데, 이를 위해 줄거리를 조금만 요약해 본다. 은행 부지점장이었던 앤디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간수들의 돈관리를 맡게 되고, 소장의 검은 돈까지 관리하게 된다. 당시 소장은 죄수들을 일터로 내몰고 그 수익금을 착복해 왔는데, 앤디의 등장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그 돈의 최종 종착지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인물이니, 혹시 걸려도 쇠고랑을 찰 염려가 없다. 소장으로서는 앤디의 존재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불청객이 끼어든다. 토미라는 이름의 절도범은 감옥에 있을 때 들은 얘기를 앤디에게 해주는데, 같은 감옥에 있던 작자가 앤디의 아내를 살해한 진범이라는 것이다. 정식재판이 열린다면 앤디는 무죄로 풀려날 터였다. 그래서 소장은 상상하기 힘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토미를 으슥한 곳으로 불러내 죽여버린 것이다. 이에 분노한 앤디는 긴 땅굴을 파서 탈옥에 성공하고, 소장 몫으로 돼있던 예금을 찾아 자신이 그리던 곳으로 떠난다. 앤디의 복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앤디는 은행 직원에게 부탁해 소장의 비리가 고스란히 기록된 자료를 신문사에 보낸다. 곧 경찰이 쇼생크교도소에 들이닥치고, 부역자를 체포하는 것은 물론 그 주범인 소장의 방문을 두드린다.


가난하게 살아 돈이 없었던 최태민은 사이비종교를 이용해 대통령의 딸 박근혜에게 접근한다. 사이비종교에 열려있던 박근혜는 최태민을 자신의 구원자로 받아들이고, 그의 딸 최순실까지도 영적 지도자로 여긴다. 결국 그들은 박근혜의 재산을 관리하게 되는데, 최태민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박근혜의 영향력을 이용해 그 재산을 계속 불려나간다. 하지만 뭔가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다. 자신뿐 아니라 후손들이 대대손손 뽑아먹고 살만한 한 방이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 했다. 안타깝게도 최태민은 대업을 보지 못하고 죽지만, 최순실은 아버지의 꿈을 이루어 드린다. 주종목인 문화와 체육은 물론이고 경제와 안보까지, 최순실의 발자취가 닿지 않은 곳은 없었다. 물론 이는 다 박근혜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에 불청객이 끼어든다. 비선실세가 있다는 문건이 외부로 유출돼 세계일보에 보도된 것이다. 여기에 청와대에 파견돼 일하던 박관천 경정이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는 천기를 누설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하기보단 최순실과 그의 딸만을 위한 정치를 했다는 게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벌려놓은 사업들을 제대로 수확도 못한 채 접는 불상사가 생길 판이었다. 그래서 대통령은 상상하기 힘든 방법을 동원하는데, 세계일보에 제보한 최경위를 자살로 몰아간 것이다. 다행히 수명이 다한 노트북이 JTBC 취재진에게 발각됐고, 이를 계기로 그간 침묵하던 언론과 검찰이 매일같이 후속보도를 쏟아낸다. 결국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국민의 뜻에 밀린 국회는 박근혜를 탄핵했다.


다시 쇼생크탈출. 경찰이 쇼생크 소장의 방문을 두드렸을 때 소장은 방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는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자 소장은 책상서랍에 넣어 둔 권총의 총구를 자신의 입에 넣고 방아쇠를 당긴다. 최순실게이트는 이와 다르다. 검사가 출석을 요구하자 대통령은 공정성을 문제삼아 거부한다. 특검이 청와대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대통령은 헌법 위반이라며 들여보내지 않는다. 특검이 제시하는 모든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사실이 아니라며 거부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억울하다, 엮였다, 라며 언론플레이만 계속하고 있다. 그래도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킨 소장과 달리 대통령의 발버둥은 그저 추하다. 그 광경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있는가보다. 그러고보면 자살이란,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다.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예의가 아니라 국민의 몽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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