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와 진돗개



박근혜가 삼성동 주민에게 선물 받았다는 진돗개 두 마리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선물이 돼선 안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받는 이가 그 동물을 좋아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동물을 주는 건 서로에게 비극이 된다. 

판다 쯤 되는 희귀한 동물이라면 또 모르겠다만,

우리나라에서 개는, 설사 진돗개라 해도, 구하기 어려운 동물은 아니다. 

개를 좋아하는 이는 대부분 개를 기른다.

여건이 안돼 기르지 못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구하지 못해서 못기르는 이는 없단 얘기다. 

그럼 박근혜는 개를 좋아할까.

그의 삶을 뒤져봐도 그런 흔적을 찾긴 어렵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주민이 개를 선물한 건, 

박근혜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의 계획이었다. 

박근혜와 그 개의 관계는 출발부터 어긋난 거였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 중 일부는 개에 대한 편견 때문에 개를 싫어한다.

그랬던 사람이 개와 함께 지내면서 개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애교가 뛰어날 뿐 아니라 주인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한 개의 본성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사람의 마음도 능히 녹일 수 있으니 말이다. 

기획의 산물이긴 해도 전국민 앞에서 개를 예뻐하는 척 했다면,

박근혜에게는 개를 돌볼 의무도 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 관저에서 개를 쓰다듬는 정도는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근혜가 “출근할 때마다 반겨준다”며 SNS에 쓴 걸 보면 

그 개는 삶의 주 무대가 관저였던 박근혜 곁이 아닌,

청와대 본관에 있었다.

관저에 주로 머물며 출근도 잘 안했다는 점에서,

박근혜가 개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즉 박근혜는 사진 찍을 때를 제외하면 그 개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었을 터,

그래서 난 박근혜가 자택으로 가면서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는 걸 믿지 않는다.

그가 진돗개에게 혈통이 있다는 걸 알았을 리도 없고,

설사 알았다해도 파면당해 쫓겨나는 마당에 개를 챙길만큼 우선순위를 높이 두진 않았을 것이다.

측근이 물었다해도 “내가 개까지 신경써야 해?”라며 화를 내는 게 더 박근혜답지 않을까. 

그렇다면 출근할 때마다 개가 반겨줬다는 SNS는 진실일까.

이것 역시, 다른 이가 써준 것일 확률이 높다.

오히려 개들은 박근혜로부터 풍기는 범죄의 냄새 때문에 

그가 나타날 때마다 경계를 했을 것 같다. 

혹시 그 SNS가 진실이라면, 그건 개들이 당장 꺼지라는 의미로 짖는 걸 

박근혜가 반가움의 표시로 착각한 탓이리라.

2017년 3월 10일, 박근혜가 파면당하면서 개와 박근혜의 형식적인 관계는 끝이 난다. 


사람들은 박근혜가 자택으로 가면서 개를 데려가지 않은 걸 욕한다.

박근혜가 최근 4년간 한 모든 일에 대해 욕을 해도 괜찮지만,

개를 놔두고 간 건 백번 잘한 일이다. 

명목상의 주인은 박근혜일지라도,

실제 주인은 박근혜가 아니다. 

개는 자신의 소유권을 가진 이가 아닌,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이를 주인으로 섬기니까. 

박근혜가 자택으로 갈 때 개를 데려갔다면 

그건 그 개를 선물한 삼성동 주민에 대한 예의 때문이거나,

자기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이기 위함이지,

개 주인의 의무감에서 나온 건 결코 아니었으리라.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개와 함께 있는 건, 둘 모두에게 비극이니,

차라리 놓고 가는 게 좋았다.

그 개는 지금 혈통보존 단체로 갔다.

박근혜한테 간 것보다야 낫지만, 

거기서 하는 일이 새끼를 많이 낳는 것일 텐데,

그보다는 원래 개를 분양했던 진도주민 김기용 씨에게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거기 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지금까지 못받은 사랑을 받으며 살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실제로 김기용 씨는 개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던데,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앞으로는 개가 정치인의 이미지를 위해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개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주인과 같이 살 권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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