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김치찌개



언젠가 아내가 아침 일찍 서울에 간다고,

햄을 구워놓고 간다고 했다.

이게 좀 의아했던 건 난 평소 아침을 안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햄을 보니 갑자기 아침이 댕겼기에,

렌지에 햇반을 돌리기 시작했다.

돌리면서 보니까 냄비에 김치찌개가 들어있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아, 내 아내가 나를 위해 찌개를 끓였구나."

좋아하는 햄과 김치찌개에 밥을 맛있게 먹었다.


퇴근 후 만난 아내에게 아침 잘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여보가 김치찌개도 끓여 놨더라? 맛있게 잘 먹었어."

아내가 놀란다. "무슨 김치찌개?"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외친다.

"그거, 오래돼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걸 먹었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김치찌개는 내가 2주쯤 전에 우리동네 김치찌개집에서

포장을 해온 거였는데

버리는 걸 잘 안하는 아내는 그걸 차일피일 미룬 채 부엌에 방치하고 있었다.

아내 말에 의하면 곰팡이 슬었을까봐 무서워서 못버린 거라나.

그 김치찌개를 난 먹었다.

그것도 한그릇이 아니라, 맛있다며 한그릇을 더 먹었고

그 안의 고기와 김치까지 다 긁어먹었다.

아내는 말한다.

"야, 변한 냄새 안나디?"


자랑은 아니지만 난 십대 후반에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린 후 코로 숨을 쉬지 못했고,

냄새도 맡지 못한다.

그래서 실험할 때 "이게 포르말린인가 알코올인가" 구별을 못해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으니,

설사 그 김치찌개가 변했다고 한들 어떻게 알았겠는가?

사람이란 참 신기한 존재인 게,

아침 든든히 먹었다고 기분좋게 하루를 보냈던 난

변했을지 모른다는 아내의 말에 갑자기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엄청난 악몽을 꿨다.

고3이고 입시가 코앞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한 그런 꿈을.

그 꿈을 꾼 덕분인지 미식거림은 다행히 멈췄다.

그래도 난, 여전히 아내가 사랑스럽다.

비록 변한 김치찌개를 먹게 했어도.


* 만우절에 나름대로 멋진 글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의 부친상 때문에 3월 31일부터 4월 1일 3시까지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그 바람에 글쓸 타이밍을 놓쳤습니다ㅠㅠ


할 수 없이 제가 복면가왕에 나왔다는, 평범한 거짓말을 몇몇 분들에게 문자로 전송하는 데 그쳤습니다.


원래 쓰려던 건 이거였어요.


제가 영화에 나온다는 거죠.


[영화 구속, 기생충박사 서민 출연 확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진다....


영화 '구속'에서 전원주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역을 맡고


최순실 역에는 박경림 씨, 우병우 전 수석에 정준하 씨 등이 출연한다.


기생충박사 서민은 제대로 말을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 박 전 대통령이 혹시 기생충에 걸린 게 아니냐고 병원에 왔을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며 자문하는 역할로 나온다]


뭐 대충 이렇게 거짓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쓰고 보니까 제가 바빴던 게 다행이다 싶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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