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신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많은 고민 가운데 던진 소신있는 한 표 기억하겠습니다.”
“이런 분이 정말 보수중의 보수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5월 31일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들-

 

어줍잖은 책을 한 권 썼다.
그게 정치에 관한 책이다보니 국회방송에서 운영하는 <TV, 도서관에 가다>에 나가게 됐다.
여느 책프로처럼 MC와 둘이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패널이 두명 더 있었다.
한분은 경남대 김근식 교수님이고 또 한분은, 무려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책 자체가 아무래도 진보를 지향하다보니,
왜 이런 책을 썼냐고 나를 마구 몰아붙일까봐 걱정이 됐다.
하지만 막상 만난 그 의원은 내가 가진 선입견을 모조리 깨줬다.
건설분야의 전문가인 그분은 2016년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는데
말씀도 잘 하시는데다 매우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었다.
방송에서 내가 한 말, “자유한국당 의원이라고 해서 머리에 뿔난 줄 알았는데,
이렇게 훌륭한 분이 계시는지 몰랐습니다.”

어느 집단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건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다 나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집단은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
이건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자유한국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뭘까?
김근식 교수가 여기에 대한 답을 준다.
“의원 개개인은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이들이 훌륭하지 않은 정당에 묶여있기 때문이죠.”
맞다.
국회의원은 때때로 개인이 아닌 전체의 일부로만 기능해야 하며,
당론이란 억압은 거기 동원된 의원 전체를 매도하는 근거가 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이들 모두가 다 한심한 정치인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토론 덕분에 난 김현아라는 참 괜찮은 의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방송을 한 보람은 충분했다.

그날 오후, 총리인준에 관한 표결이 있었다.
위장전입과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은 총리에 대해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건
너무도 당연했지만,
자유한국당 (이하 한국당)의 반응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총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통령이란 자리에 박근혜를 추대했고,
그것도 모자라 지난 대선 때는 성완종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홍준표를 후보로 옹립한 당에서
별로 역할이 없는 총리의 흠결을 붙들고 늘어지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새 대통령이 정권을 인수할 기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면,
돕지는 못한다해도 최소한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이리라.
하지만 한국당은 그런 정당이 아니었기에,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역시!’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런데 전원 퇴장이라는 당론을 거스르고 본회의에 나가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내가 아침에 만났던 김현아 의원이었다.!

 

김의원은 왜 그랬을까.
“이 후보자에 대한 많은 흠결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정국 이후 그 무엇보다 국정안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표결에 참여했으며,
같은 이유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네티즌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건 한국당에게도 좋은 일인 것이,
그 당에도 제대로 된 사람이 최소한 한명은 있다는,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김의원의 항명에 분노했고,
본인의 동의나 설명 절차 없이 강제로 상임위를 변경하는,
소위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이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는 아까 했던 생각을 고쳐먹게 만든다.
한국당은 의인을 내쫓는 당이니, 그 안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찾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할 거라고.
실제 김현아 의원은 이전에도 당원권 3년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으니,
악의 소굴에 있는 의인에겐 시련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총리인준에 찬성표를 던지자는 결정은 아마 며칠 전에 내렸을 것이다.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날, 김현아 의원은 마음이 편하진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김의원은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고 방송을 했고,
하는 말마다 국민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김의원이 악의 소굴에 있었기 때문에 더 빛이 났을지도 모른다고.
악의 소굴이 천사의 둥지로 거듭나긴 어려울 테니,
김의원이 하루빨리 거기서 벗어나 소신껏 일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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