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봐야 할 것 같아서 어젯밤 혼자 나가서 보고 온 영화.

송강호가 나오고 또 광주 이야기니 엄청난 대작이 탄생할 것 같았지만

보고 난 느낌은 '기대이하'였다.

송강호가 독일에서 온 기자를 택시에 태워 광주까지 태워다 주고,

다시 김포공항까지 태워다 준다는 게 스토리의 전부다.

물론 그 중간에 광주민주화운동 (이하 광주) 현장이 나오긴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무리였다.  

영화는 이게 실화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화'가 의미를 갖는 건 실화가 영화보다 더 훨씬 영화같을 때에 국한된다.

감독도 스토리의 빈약함을 만회하기 위해 여러 픽션을 배치하는데,

그 픽션들이 스토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 뜬금없이 등장한, 택시들을 이용한 카체이싱은 스토리에 녹아들어가는 대신

이게 뭔가 싶은, 이질감을 줬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26년을 보자.

거기 나온 주인공들은 다 광주와 관련된 하나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들이 결국 광주라는 거대한 물줄기로 이어져 영화 내내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스토리가 전혀 없다.

독일인 기자는 왜 그리 광주에 집착하는지 전혀 나오지 않고,

송강호의 스토리도 그 당시로선 그리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갑자기 나온 유해진은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게 이상한 사람이었다.

감독으로선 광주시민이 폭도가 아니고, 아주 순박한 사람들인데 억울하게 당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했다. 

<디워>와 비슷하게 개봉했던 <화려한 휴가>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평론가들은 광주를 일회성으로 소비하느니 뭐니 비판했지만

개인적으론 그 영화가 광주를 훨씬 더 잘 알려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별점 10점을 주는 건 광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 당시 아무것도 안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고,

젊은 사람들은 광주가 있었기에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리라.

(심지어 평론가들조차 6.1이라는 파격적인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별점을 낮게 주는 게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그 목적으로 1점을 주는 분들도 있다).

소재가 아무리 숭고한 것일지언정, 영화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예술이며,

당연히 재미도 있어야 한다.

내가 <변호인>을 높게 평가하는 건 그게 꼭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주제로 한 영화라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하면 무조건 박수받는 시대에 문재인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광주가 상영되니

누가 이 영화에 딴지를 걸겠느냐만,

이 영화를 보고나니 노무현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던 송강호의 연기력과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광주라는 소재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미 4백만을 돌파했으니 이 영화가 천만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난 이 영화가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흥행의 이유가 영화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영화외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 광주가 청산되지 못했다는 건 보상 차원이 아니다.

인터넷만 쳐보면 광주는 빨갱이와 간첩이 일으켰다는 주장이 판을 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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