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이정미의 이 말은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라이벌전의 승리자가 이명박임을 말해주는 선언이기도 했다.
어찌됐건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파면당한 대통령보다는 나은 존재일 테니까.
최소한 이명박 임기 때는 “이게 나라냐?”는 자괴감을 갖진 않았고,
출근도 안하고 관저에만 머무른 박근혜와 달리
이명박은 매일아침 일찍 집무실에 출근했단다.

하지만 최승호 전 피디의 <공범자들>을 보다가
과연 이명박이 이긴 게 맞는지 회의가 들었다.


예컨대 다음 장면.
최승호: 대통령께서 언론을 망친 파괴자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그게 무슨 말인지, 난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는데.
최승호: 네, 저 MBC 출신입니다. 김재철 사장이 와서 MBC를 많이 망가뜨렸거든요.
그러자 이명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럼 그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최승호는 외친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그의 말처럼 언론이 제 기능을 했다면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의 두 축인 KBS와 MBC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철저히 망가졌는데,
특히 MBC는 박사모로부터 찬사를 받을 정도로 맛이 갔다.
이건 다 언론을 자기 하수인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명박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니,

박근혜의 멸망에는 이명박의 책임이 아주 크다.

 

그 밖의 분야에서도 과연 박근혜가 더 나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비리로 잃어버린 돈의 액수가 워낙 차이가 나서다.
박근혜는 최순실에게 돈을 아낌없이 퍼줬고,
기치료라든지 각종 주술적인 일에 돈을 썼다.

이건 전적으로 그의 한심함에 기인하지만,
총액만 따져보면, 비아그라 구입비까지 모두 합쳐봤자 10조원도 못될 것이다.
물론 마음같아선 더 빼돌리고 싶었을 테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무능했기에, 재벌 회장을 불러다 푼돈을 뜯는 양아치밖에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이 빼돌린 돈은 차원이 다르다.
누군가의 이익으로 귀결된 4대강 사업에 20조가 넘는 돈이 들어갔고,
사업성도 없는 곳에 돈을 뿌리다시피한 자원외교는

그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사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무능하면 큰 손해를 끼치지 못하지만,
사악한 자가 영악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에서 상수도사업본부 본부장을 하던 원세훈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도
이명박이 아니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파격인사였는데,
이명박의 기대대로 원세훈은 국정원 요원들을 내로라할 악플러로 키워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블랙리스트도 이명박이 원조였으니,

박근혜가 한 일은 이 사업을 계승한 것에 불과했다.

악인의 조건 중 하나인 뻔뻔함은 어떨까.
국정농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박근혜의 뻔뻔함도 보통 사람은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그런 박근혜도 이명박 앞에서는 몇 수 아래인 듯싶다.
<공범자들>에서 MBC 파괴의 책임을 김재철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다음 구절을 보면 이 인간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퇴임 이후 2년 2개월간 모두 2255차례-국내 2240회, 해외 15회-경호 활동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3번 꼴이다.”
이런 분이니, 적폐청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노무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게 많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정리해 보자.
1) 해먹은 돈의 액수: 이명박 >>>>>>넘사벽>>>>박근혜
2) 언론장악: 이명박 >> 박근혜
3)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사유화: 이명박 > 박근혜
4) 뻔뻔함: 이명박 > 박근혜
5) 말사랑: 이명박 < 박근혜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vs 박근혜 대결에서 이명박이 더 나은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참에 이명박의 실체를 제대로 밝힘으로써 더 이상 헷갈리는 분이 없기를,
이번 추석이 이명박이 집에서 지내는 마지막 추석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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