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사이트 엠팍의 주류는 소위 문빠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이하 문통)을 지키겠다는 이념으로 뭉친 엠팍 유저들은
자신들의 주군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 파상공세를 편다.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달라고 국민들이 권력을 위임해준 이가 바로 대통령인데,
엄연히 ‘국민’인 이들이 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사이트는 엠팍만이 아니어서,
인터넷을 보다보면 세상이 죄다 문빠들로 가득찬 것처럼 느껴진다.
전혀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지난 9년여 동안 시정잡배면 족할 이들이 대통령이라고 나댔으니,
간만에 나온 훌륭한 대통령에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들이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한경오’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위 댓글들을 보면 한경오가 무슨 적폐세력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심지어 한경오에 대한 엄청난 증오심까지 엿보인다.
참 신기한 일이다.
조중동과 종편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주류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문빠를 자처하는 이들이 몇 안 되는 진보언론을 공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
댓글에 있는 것처럼 지난 대선 때 문통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온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안철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적이 잠깐 있는데,
문빠들은 이게 언론의 장난질이고, 진보언론도 여기 가세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근원적인 이유로 문빠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하 노통)이 실패한 이유가
진보언론의 공격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중동 등 원래 그런 애들의 공격이야 늘 있었던 것이지만,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공격은 더 아픈 법,
결국 이들은 문통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한경오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들이 뭘 잘 모르는 것 같아 2016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엔 박근혜가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이를 아는 국민은 드물었다.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조선일보였다.

그 동안 너무 심하게 권력을 빨았다고 생각한 조선일보는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의 비리를 고발함으로써 비판언론인 척 하고자 했다.
모든 길은 최순실로 통한다고, 우병우를 조사하던 조선일보는
결국 최순실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녀를 만났고, “김종 씨 아시죠?”라는
우리가 숱하게 봤던 그 영상을 찍는다.
하지만 최순실을 건드리는 건 ‘역린’이기에 조선일보는 곧 탄압에 직면했고,
결국 최순실 관련 기사를 포기한다.
뒤를 이은 게 문빠들이 적폐세력이라고 우기는 한겨레였다.
한겨레의 심층보도와 때마침 시위에 나선 이화여대생들 덕분에 최순실은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이윽고 경향과 오마이가 합세했고, 이들의 기사는 SNS를 타고 방방곡곡에 퍼져나갔다.
정부에 장악당한 KBS, MBC는 말할 것도 없고
보수언론 모두 이 사태에 침묵했으니,
한경오가 아니었던들 지금 대통령은 여전히 박근혜였을 것이고,
문통은 홍준표에 이은 지지율 2위로, 대통령이 되느냐 마느냐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으리라.

 

 

 

“제일 토나오는 인간들, 경향. 한걸레.”
자신의 주군을 믿고 한경오를 욕하는 문빠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안드는 기사가 몇 개 있다는 이유로 이 난리를 피우니 말이다.
경향신문의 기사 ‘가르치려 드는 언론이 싫다는 사람들’ 중 한 대목을 보자.
“경향신문이 만난 한·경·오를 비판하는 시민들 중 어느 누구도 종이신문을 구독하거나, 홈페이지를 방문해 뉴스를 보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도 이들은 SNS나 포탈사이트의 ‘많이 본 뉴스’를 통해 한경오의 기사를 볼 것이다.
인터넷은 그 속성상 높은 조회수를 추구하며,
그러다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주를 이룬다.
요즘 성추행이나 몰카, 명절 며느리 같은 기사가 자주 출몰하는 것도 그 때문인데,
이런 사건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역시 정치며,
우리는 주권자로서 정치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엄중히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면 정치인의 막말이나 성범죄 등에 관심이 집중될 뿐,
정치현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2014년 일어났던 조현아의 땅콩회항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은 그 기사에 열광했고, 몇 달간 조현아를 욕했다.
조현아의 행동이 그렇게 오랜 기간 관심을 받을만큼 엄청난 범죄였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덕분에 정윤회를 비롯한 비선조직이 있다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완전히 묻혀버렸고,
그 뒤 있었던 세계일보에 대한 정부의 탄압, 최경위의 자살과 박관천 경정의 구속은
그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때 국민들이 그 문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면
최순실의 실체는 좀 더 일찍 드러날 수 있었다.

 

무식한 이를 속여먹는 건 아주 쉽다.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우리 사회의 지형을 고려해볼 때
스스로 진보라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책도 읽지 않고, 종이신문도 구독하지 않는다면,
악의적인 선동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 여론이 될 테고,
문통 같은 분이 대통령을 할 확률은 점점 희박해질 것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은 진보언론을 욕하는 게 아니라
진보언론이 조중동. 종편과 맞서 싸울 수 있게 그들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가르치려 드는 언론이 싫다는 사람들’이란 경향 기사는 이 점을 조리있게 설명해 주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은 이 기사에마저 욕을 해댄다.
이 땅에 이명박. 박근혜보다 더한 대통령이 나타나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을 빼앗긴 이유는 진보언론 때문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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