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 조기숙 교수님이란 분이 계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하시기도 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분의 장점은 글을 참 잘 쓰신다는 점이다.

과거 그분의 글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필명을 드날릴 날이 올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아쉽게도 내 글은 다음과 같은 비판만 듣고 있다.

‘지식쓰레기’ ‘철이 덜 든 사람’ ‘회충 알 까는 소리’ 등등 (마지막 표현은 정말 멋지다).

 

그래도 기뻤던 건 조교수님이 내 이름을 알아주셨다는 점이다.

뭐랄까, 스타가 이름을 불러주니 팬이 꽃이 된 그런 기분?

게다가 조교수님의 글은 내 글의 어느 부분이 모자란 지를 깨닫게 해주셨다.

 

 

 

원래 내 생각: 언론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문빠들이 그 언론을 적폐세력으로 몰며 없어져야 한다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이건 다 내 생각이 짧은 탓이었다.

조교수님에 따르면

1) 문재인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다며 한경오를 공격하는 분들을 문빠라 부르는 건

반지성의 전형이다. 절대 그렇게 불러선 안된다

2) 오히려 한경오를 공격하는 분들은 집단지성의 상징이다.

게다가 조교수님은 언젠가 <지성리더십의 위기>를 쓰실 텐데,

그 대상은 곡학아세를 밥먹듯이 하는 언론과 논객이란다.

그런데 그 대상 중에 내가 포함돼 있다!

정말로 저서에 나를 포함시켜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언급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드린다.

 

게다가 조교수님은 타 전공에 대한 이해가 높으셔서, 기생충학 박사 따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다.

“나도 몸안에 기생충 한두 마리 키우면 곧 기생충박사 되겠네.”라는 구절 말이다.

이건 우리 세계에선 실제 일어나는 일로,

충북대 엄기선 교수님은 몸안에서 길이 3미터에 달하는 아시아조충을 키워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고,

건협 회장이신 채종일 교수님은 처음 보는 기생충을 직접 드시면서

매일매일 증상을 기록한 논문을 쓰셔서 후학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나 역시 눈에 기생충의 유충을 넣어서 키우려 한 적이 있고,

광절열두조충이라는, 5미터는 가뿐히 넘는 기생충을 몸에 키우려 했는데

이것도 다 논문을 쓰기 위함이었다 (아쉽게 두 번 다 실패)

 

물론 조교수님이 쓰신 글 중 억울한 대목도 있다.

내가 안철수를 지지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데,

조교수님이 링크해주신,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게 안철수 덕분이라는 내 글은

‘안철수가 자기 욕심 때문에 분당을 한 덕분에 야 성향 유권자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투표장에 달려간 덕분이다‘는 주장일뿐 그가 잘했다는 얘긴 아니었다.

박근혜 덕분에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고 했다는 게 박근혜 지지의 증거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나와 조교수님의 급수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

그 당시 난 새누리당이 200석을 넘는 압승을 할 것으로 봤는데

조교수님은 ‘나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예견했었다.’라는 게 아닌가? (2012년은 2016년의 오타일 듯)

안그래도 강한 여당 앞에서 분열된 야당이 이길 거라고 예견한다는 건 보통 내공은 아니며,

역시 정치분석은 이런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 본받아야 하는 건 조교수님의 자기검열이다.

조교수님은 <문재인이 이긴다>라는 책 제목이 혼란을 줬다며

스스로 4년간 언론에 나타나지 않으셨단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조교수님은 언론계에서 롱런하며 글을 쓰고 계시는 것일 텐데,

그 잣대를 내게 적용하면 20년 정도는 정치에 관한 글을 안써야 맞다.

저 글이 2006년에 쓰여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앞으로도 십년은 더 절필하는 게 맞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내가 생계형 글쟁이인데다

나같은 일반인이 조기숙 교수님의 엄격한 자기검열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급적 조심스럽게 글을 쓸 생각이다.

조기숙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또 댓글로 깨우침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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