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한남충이 있다.
여기서 한남충은 모든 한국남성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생각이 매우 단순한 일부 한국남성을 지칭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그는 한 여성을 납치해 자신이 준비한 기생충, 좀 더 정확하게는 회충을 먹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회충을 먹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그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한 장의 사진을 첨부하는데,
그건 기생충학자인 모씨가 “기생충은 몸에 해롭지 않으며, 먹으면 영양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캡쳐한 것이었다.

이 경우 일어날 일에 대해 추측해보자.
1) 기생충학자 모씨가 그 범죄를 사주한 것이므로, 그 모씨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2) 그 한남충만 욕한다.
3) 둘 다 욕한다.

상식적으로 답은 2번이어야 한다.
무언가가 몸에 좋다는 것이 납치해서 강제로 먹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그 모씨가 기생충을 먹어도 된다고 한 것은
기생충을 먹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기생충에 대해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으니,

모씨의 행동은 어느 모로 보나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나라의 한남충들은 희한하게도 1번을 택한다.

괜한 얘기가 아니다.
9월 25일 방영된 EBS <까칠남녀>의 주제는 ‘예쁜 소녀 찾습니다’였는데,
그날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런 말을 한다.
“예쁜 남자 아이돌에 대한 이모들의 선호는 문화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부분이 있죠. 여태까지 저런(어리고 예쁜) 남성은 여성들에게 선호받지 못했지만 하나의 취향으로 다시 존재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로리타 '컨셉'과 쇼타 '컨셉'이 똑같은 선상에서 이야기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현재 교수에 따르면 나이든 남성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이나
나이든 여성이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것을 ‘쇼타로 콤플렉스’는
소아성애로 연결되는 범죄인 반면
어린 여자가 섹시함을 강조하는 롤리타 콘셉트나
어린 남자가 귀여움을 강조하는 쇼타로 콘셉트는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자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반면 후자는 최근 들어와서 생긴 취향으로
남녀 권력관계의 전복을 내포한 새로운 경향이니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이교수의 얘기였다.
같이 출연하는 황현희가 이의를 제기한다.
황현희: 아동성범죄자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현재: 미성년자 의제 강간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은 처벌 받아야죠. (2번 강조) 아까 이야기 한 건 '컨셉'을 이야기한 거예요.
황현희: '컨셉' 자체도 같은 선상이지 다르게 생각하시면 안되죠.
손아람: 처벌이 달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 똑같은 사건이라도 얼마나 사회 구조와 맥락을 담고 있는지는 다르다는 거죠.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도 아니고, 문제될 만한 부분도 없다.
그런데 한 워마드 여성회원이 남아를 성추행했다는 글을 쓴 뒤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EBS <까칠남녀>에서 했던 말을 캡쳐해 같이 올리자
이교수의 말은 갑자기 ‘미성년자 강간사주’가 돼버렸다.
한남충들의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
설령 이교수가 “남자아이 성추행은 좀 관대하게 봐야한다”고 했다해도
그가 무슨 법무부장관도 아닌 바, 누군가가 그걸 빌미로 남아 성추행을 저지른다면
그건 그 사람이 또라이인 것이지 이 교수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한남충들은 까칠남녀 게시판에 몰려가 이교수를 욕하고,
까칠남녀를 폐지하자고 거품을 문다.
이교수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자신이 한 발언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줬건만,
한남충들은 막무가내다.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딱 한가지, 여성의 목소리를 좀 더 대변하는 공중파 프로가 있다는 게 싫은 것이다.
그동안 뭐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며 벼르고 있다가 이거다 싶어 우르르 달려드는 그들은 모습은
자기 생각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좀비들 같다.


사실 강간을 사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가해자에게 빙의해서 피해자인 여성을 꽃뱀으로 모는 한남충들,
“죄질이 불량하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들어서”라는 말과 함께
성범죄 가해자에게 벌금5만원 같은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이 나라 판사님들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성범죄 천국으로 만드는 주범들이다.
그러니 애먼 이교수를 성범죄 사주범으로 모는 대신
자신이 쓴 댓글모음을 보며 스스로 반성하는 게 맞지만,
어쩌겠는가. 한남충 사전에 반성이란 건 없으니 말이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생충이 득실댔다.
기생충박멸협회의 노력 덕분에 기생충은 거의 다 박멸됐고,
몇몇 기생충들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기생충의 몰락과 때를 같이해 한남충들이 득실대고 있는데,
해악 면에서는 기생충과 비교도 안될만큼 무시무시하다.
정부가 하루속히 한남충박멸협회를 세우고,
대학마다 한남충학과가 만들어져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가 이루져야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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