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의 서울시장 출마선언 직전, 프레시안은 A양의 진술을 바탕으로
그가 2011년 12월 23일 렉싱턴호텔에서 A양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기사를 씁니다.
정봉주가 무고하다면 이런저런 변명을 할 것도 없이 A양을 고소하면 됩니다.
그 후의 일은 검찰에서 다 알아서 해줄 테니까요. 


문제는 정봉주가 실제 그런 일을 했을 경우입니다.
이때 정봉주가 할 수 있는 대응은 세 가지가 있었습니다.
1) 그날 A양을 만난 적이 없다
2) A양을 만났지만 성추행한 사실은 없다
3) 성추행을 인정하고 A양에게 사과한다


여기서 가장 좋은 선택은 3)번입니다.
“미모의 여대생에 순간적으로 혹했다”라고 한다면
당장은 비난을 받을지라도 곧 용서받지 않겠습니까.
그 유혹을 견딜 사람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거니와,
김기덕이나 안희정에 비해 정봉주의 혐의는
대중들에게 매우 가벼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니까요.
게다가 정봉주는 이명박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나꼼수의 일원이잖습니까.

그 다음으로 좋은 선택은 2)번입니다.
A양이 수감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한번 보자고 했다면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당시 CCTV가 있는 것도 아니니, 부인한다면 A양이 그걸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봉주는 1)번을 선택하면서 진흙탕싸움을 시작합니다.
이게 진흙탕싸움인 이유는 23일 당일의 알리바이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범죄를 주장하는 쪽에서 증거를 제시하는 게 맞지 않느냐 하겠지만,
살인사건에서도 피의자에게 “너 그날 오후에 뭐했냐?”라고 알리바이를 묻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7년 전의 일이라 증명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기억이 안난다고 우길 수 있는데요,
정봉주는 최고 인기였던 나꼼수 멤버여서, 당시 증거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게 정봉주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범행이 일어났을 시간의 알리바이가 없다면 정봉주의 말이 거짓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거든요.
A양이 시간을 특정하지 않았지만, 민국파의 증언대로 1시반-2시반이 범행 추측시간이라고 본다면
정봉주는 그 시간의 알리바이를 제시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봉주는 그렇게 하지 못한 채 여론전을 펴면서,
결국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합니다.

 

더 이해하기 힘든 건 정봉주 쉴더 분들의 반응입니다.
정봉주의 편을 들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상식에 준해서 주장을 해야 할 텐데,
쉴더 분들의 논리는 좀 어이없습니다.
네 가지 쟁점만 지적합니다 (제가 잘 가는 사이트인 엠팍의 글들을 주로 참조했습니다).

                                                                             엠팍의 쉴더들이 하는 주장. 두 글의 댓글을 합쳤다


 

-정봉주는 왜 A양을 고소 안하는가?
=조선일보 기사에도 나왔지만 프레시안에 대한 고소는 의미가 없습니다.
공익을 위한 일이고 또 증인이 믿을만 하다면
성추행이 없었다 해도 프레시안은 무혐의가 나올 수 있거든요.
따라서 확실한 진실을 가리려면 정봉주가 A양과 민국파를 고소하는 게 맞습니다.
근데 쉴더들은 여기에 대해 “정봉주가 미투를 지지하며, 고소는 A양에 대한 2차가해다”라는
정말 희한한 주장을 합니다.
자신들도 이해 못하는 걸 변명하려니 이런 희한한 논리를 펴게 되는 거죠.
A양은, 쉴더들의 정의에 따르면, 미투 운동의 훼방꾼입니다.
그러니 미투를 지지하려면 A양을 응징하는 게 맞습니다.
설마, 정봉주가 진짜 A양을 몰라서 고소 못한다고 생각진 않겠죠?
어느 분이 지적한대로 악플러를 고소할 때,
당사자는 그가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지만 고소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정봉주가 A양을 모른다 해도 고소만 하면 경찰이 다 찾아줍니다.
따라서 A양을 고소 안하는 건 정봉주가 뭔가 구린 게 있다는 뜻일 수 있어요.
확신하건대, 정봉주가 뒤늦게라도 A양을 고소한다면 쉴더들은 이럴 겁니다.
“가즈아!” “A양 인실 각!”

    

-증거사진은 왜 공개 안해요?
정봉주 측은 그날 찍힌 사진이 780장이 있답니다.
시간당 30장이 넘는, 엄청난 양입니다만, 다 필요없습니다.
진중권의 말대로 민국파가 얘기한 시간인 1시 반-2시반 사이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사진 한 장만 있으면 됩니다.
쉴더들은 말하죠. “그걸 왜 미리 까냐? 결정적인 패로 가지고 있어야지.”
전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대중에게 공개됐다고 해서 검찰 조사 때 증거가 안되는 것도 아닌데다,
그게 결정적 증거라면 굳이 검찰조사가 필요없습니다.
프레시안이 알아서 사과할 테니까요.
근데 왜 사진을 까지 않는 것일까요?
그래서 의심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해당 시간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사진은 없는 게 아니냐고요.
박훈 변호사도 이 점에 착안, 해당 사진이 나온다면 1억원을 정봉주에게 주겠다고 했네요.

 

                                                       날짜는 모르지만 휴대폰 사진은 오전 11시 54분을 가리키고 있다.


 

-그날 정봉주는 나꼼수 녹음을 했는가?
=정봉주가 잠적하면서 한 일은 그날의 알리바이를 복기하는 것이었을 겁니다.
이틀 뒤 그가 내놓은 알리바이에는 나꼼수 녹음이 없었습니다.
합정동서 민변과 점심--> 어머니 병원 (1시, 노원을지병원)---> 합정동 명진스님 (2시반), 이런 시나리오였는데
쉴더 분들은 줄기차게 정봉주가 그날 나꼼수 녹음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민국파가 특정한 시간과 무관한 11시 54분 나꼼수 녹음사진이 나오니까
“가즈아!” “프레시안 폐간 갑시다!” 이러면서 환호합니다.
그러면 정봉주는 어머니 병원에 안간 건가요?
누군가가 공개한 1시 49분 구글 캡쳐본은 나꼼수 녹음 장면을 담고 있던데,
구글 캡쳐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점은 논외로 한다해도,
언제는 정봉주가 병원에서 바로 홍대로 달려와 명진스님을 만났다면서요.
1시 병원(을지병원)---> 나꼼수 녹음 (1시49분)---> 명진스님 (2시반), 이게 말이 되나요?
다시 말하지만 정봉주는 해당 시간 나꼼수 녹음을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쉴더들만 나꼼수 사진을 가지고 난리를 치고 있으니 희한합니다.


-A양은 왜 시간을 자꾸 바꾸는가?
=이것 역시 정봉주 측의 왜곡입니다.
A양의 잘못은 6년 전 남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날짜를 잘못 특정한 것일 뿐,
23일이라는 날짜는 여전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근데 이걸 ‘자꾸 시간을 바꾼다’라고 왜곡하는 건
A양의 진술 자체를 거짓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한 전략에 불과합니다.
특이할 점은 A양이 성추행의 시간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도 왜 공개하지 않는지 궁금한데요,
이걸 알고 싶다면 위에 말한대로 A양을 고소하면 됩니다.
그럼 A양이 주장하는 시간대는 물론이고 그녀가 실존인물인지도 자연스럽게 파악되겠지요.
그럼에도 정봉주가 A양을 고소하지 않는 걸 보면
그는 A양이 누군지, 범행시간이 몇시인지 전혀 궁금하지 않은가 봅니다.


따라서 저 역시 진중권이 주장한 것처럼 정봉주가 그날 렉싱턴 호텔에 갔고,
거기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난리를 칠 이유가 없으니까요.

게다가 자기 잘못을 감추기 위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드는, 바보같은 전략을 쓰는 것만 봐도,
정봉주는 서울시장의 자격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미투의 소재가 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행위에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민병두가 훨씬 더 자격이 있네요.
그리고 정봉주의 모든 말에 장단을 치면서 환호하는 쉴더 분들,
제발 책 좀 읽고 논리력 좀 키웁시다.
정봉주가 점점 더 못믿을 사람이 되는 데는 쉴더들 탓이 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