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총선은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으로선 지려고 해도 지기 어려운 선거였다.
당시 야당은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었고,
그나마도 대권에 욕심이 생긴 안철수가 당을 깨고 나가 여럿으로 분열된 상태였다.
위기감을 느껴 추진한 단일화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새누리당은 압도적으로 1당이 될 것으로 추측됐고,
과반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180석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새누리당은 과반수는커녕
겨우 122석으로 더불어민주당에게 1당을 내주는 신세가 됐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추종하던 친박들은 인지도나 능력을 따지는 대신
자기네 세력을 한 명이라도 더 공천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새누리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 유력한 TK 지역이 특히 그랬는데,
대표적인 예가 바로 현 바른미래당 유승민이다.
대구에서만 3선을 했던 유승민은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 친박의 미움을 샀고,
결국 공천에서 탈락하고 탈당하는 신세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는 유승민을 거론하며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는 이례적인 요구를 유권자들에게 했고,
조원진은 친박인사의 지원유세에 가서 자신이 진실한 사람을 알아볼 수 있다며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이건 비단 TK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서울 송파을에선 박근혜의 변호사를 맡았던 유영하가 공천됐는데,
당시 지지율 여론조사를 보면 김영순 전 송파구청장이 37.7%, 유영하 4.5%로 상대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1)
 

압승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이런 만용을 부려도 될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이에 진절머리가 난 유권자들은 앞 다퉈 투표장에 가서 새누리당을 응징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부산의 지역구 18곳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후보 5명이 당선되는 등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할 부산과 대구, 그리고 서울 강남에서 야당후보들이 약진한 것이다.
이 승리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가져오는데,
바로 그 해 터진,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바로 그것이었다.
국민들은 주말마다 광화문에 모여 ‘대통령 물러나라’를 외쳤다.
결국 야당의 주도하에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됐고, 결국 국회를 통과한다.
생각해 보자.
2016년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했다면, 그래도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었을까?
국민의 요구가 워낙 거셌으니 어렵사리 통과됐을 수도 있지만,
지금도 그게 정치보복이라 주장하는 자한당의 행태로 보아 부결될 가능성이 더 컸다고 본다.
만일 그랬다면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물론이고 4월 27일에 있는 남북정상회담도 존재하지 않았으리라.


2018년, 이제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바라보고 있다.
자한당은 더 이상 지리멸렬할 수가 없을 정도여서,
지방선거의 꽃인 서울시장에 공천할 후보를 찾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오죽하면 김문수냐?)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2016년 친박이 총선을 망친 것처럼, 문빠들이 나서서 2018년 지방선거를 망치고 있어서다.2)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전해철이 경기도지사에 나선 게 그 신호탄,
문빠들은 그를 당선시키는 것에 이번 지방선거의 사활을 걸기로 했다.
지방선거는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치러지지만,
문빠들에게 지방선거는 오직 경기도지사 뿐이다.
민주당 내 적합도는 전 성남시장 이재명이 상대가 안될 정도로 높고,
자한당 후보인 남경필과의 가상대결에서도 이재명이 압승인 반면
전해철은 접전이다.
[경기도지사 가상대결 조사 결과, 이재명 전 시장은 62.9%, 남경필 도지사는 20.9%를 기록했다. 둘의 지지도 차이는 3배가량 된다. 전해철 의원은 남 지사와 37.8%대 30.5%로 7.3%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3)]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전해철이 국회의원 2선을 하는 동안 별로 보여준 것이 없는 반면
이재명은 성남시장을 하면서 행정능력을 인정받은 게 컸다.
물론 문빠들은 이재명의 인지도를 언론플레이의 결과로 폄하하며,
“홍보를 안해서 그렇지 전해철이 이재명 보다 우위 아니면 동급”이라고 우겨대지만,
그 말에 동조하는 이는 별로 없다.
언론플레이 역시 정치인의 능력에 포함되는 것이며,
깜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언론플레이를 해봤자 먹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지도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자 문빠들은 이재명을 타깃으로 삼아 ‘네거티브’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재명이 성남시장과 대선경선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터라,
문빠들의 네거티브에 공감하는 이들은 오직 문빠들 뿐이다.
그러다보니 엠팍이나 정치신세계 등 문빠 사이트에선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1) 문빠가 이재명을 욕하는 글을 쓴다.
2) 문빠들이 동조하는 댓글을 단다.
3) 지지율 격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4) 문빠들은 의아해한다. “이렇게 이재명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은데 지지율은 왜이래? 이거 조작 아니야?”
뮨빠들이 최후의 보루로 매달리는 게 소위 혜경궁 김씨의 트위터인데,
아무리 봐도 거기서 문빠들이 원하는 뭔가가 나올 것 같진 않다.

                                                                                      문빠 팟캐스트인 정치신세계는 허구한 날 이재명을 욕하는 것에 열을 올린다.

 


신기한 것은 2018년의 문빠가 2016년의 친박과 놀랄만큼 흡사하다는 점이다.
친박이 총선승리보다 자기네 사람을 꽂는 데 열심이었던 것처럼,
문빠들 역시 지방선거 승리보다 친문인 전해철을 경기지사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심지어 그들은 이재명이 후보가 되면 남경필을 지지하겠다는 말까지 하는데,
이건 문빠들이 민주당의 이익보다 문빠의 당파적 이익을 더 챙긴다는 뜻이리라.
문제는 다음이다.
이번 지방선거야 어찌어찌 이긴다 해도,
제1당을 놓고 겨룰 재보궐선거, 그리고 2020년 총선에서 문빠들이 기승을 부리고,
그게 선거 패배로 이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빠들의 행태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고백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문빠들은 여전히 자기들이 절대 선이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있다.
문빠들에게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걱정하다보니,
약 하나로 퇴치되는 기생충이 훨씬 더 인간적으로 보인다.


-----------

1) 뉴시스, “나는 들러리였다"···박종희 전 의원, 새누리당 공천 비화 공개” 2018-3-6
2) 문빠 = 문대통령의 아몰랑 지지자. 정상적인 지지자와는 완전히 다름.
3) 오마이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 여론조사 1위... 남경필과 격차는” 20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