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머리나쁜 자한당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회담이 취소된 날,
너무 충격을 받아 입맛이 다 떨어졌다 (다행히 저녁을 먹은 이후였다).
간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가 이렇게 날아가나 불안했던 난
이제는 문대통령이 뭔가 해주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김정은 역시 같은 생각을 해서인지 문대통령에게 SOS를 쳤고,
그 결과 뜬금없다는 느낌까지 드는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이 회담이 무산 위기에 놓인 북미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남북 정상이 원하기만 하면 둘이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긍정적 의미가 있다.
이는 문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전폭적인 신뢰감을 심어준 덕분으로,
박근혜나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이다.

 

정상회담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전쟁보다는 평화를 원하는 국민들의 비율이 더 높다는 의미일 터,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현실로 구현해주는 게 정치라고 한다면,
아무리 적폐정당인 자유한국당이라 해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문대통령의 노력에는
지지를 보내주는 게 맞다.
대통령이 잘하는 게 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건 사실이고,
이러다간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참패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대북관계 개선에 협조하는 게 자한당에겐 유리하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의 일화처럼,
늘 거짓말만 일삼는 이의 말은 사람들이 귀담아 듣지 않는다.
자신의 발언을 남들이 믿게 하려면 평소 신뢰를 쌓아놓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만약 홍준표가 1차 판문점 회담 후 “평화를 위해 애쓰는 대통령에게 존경을 보낸다”고 했다고 치자.
사람들은 ‘어? 이게 웬일이야? 동명이인인가?’라며 놀라다가 ‘말이 헛나왔겠지’라고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홍준표가 며칠 후 “이번 회담은 당연히 국회비준 해드리겠다”라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어? 이게 웬일이야?’라며 또 놀라겠지만, 그 놀람의 정도는 그전보다 약할 것이다.
그 홍준표가 급작스런 판문점 회담에 대해 “애쓰셨다. 꼭 성과가 있길 빈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홍준표에 대해 신뢰감을 갖게 되고, 그를 다시 볼 것이다.
그랬던 그가 문대통령의 다른 실책에 대해 공격을 한다면
그의 말을 진지하게 곱씹어보는 사람들도 많지 않겠는가?
이 땅에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합리적 보수’라는 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
세 번 정도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말을 연속으로 하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자한당은 세 번은커녕 단 한번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못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첫 번째 정상회담에서 ‘위장 평화 쇼’라고 해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고,
북미 회담이 무산된 뒤에는 “트럼프가 문재인 정권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아무리 봐도 이건 문대통령의 성공을 질투하고 그의 실패에 신이 나 있는 철부지의 말일 뿐인데,
이번 2차 회담이 끝난 뒤 자한당 대변인 정태옥이 한 말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
‘법률적으로 아직 반국가단체인 김정은과의 만남을 국민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이루어졌고,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너무나 가벼운 처신이다.’
정태옥도 위에서 시키니까 저런 말을 했겠지만,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다.
반국가단체 운운하는 걸 보면 정말 급하긴 급했나보다 싶다.
자한당과 홍준표가 알아야 할 것은,
그들이 하는 말이 기사로 만들어져 인터넷에 실리는 건
그 말에 무슨 중요한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자들은 그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그의 말을 기사로 작성하며,
가장 말이 안되는 부분을 제목으로 뽑아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한다.
네티즌들 역시 ‘이번엔 또 뭐라고 헛소리를 했을까?’
‘여기에 또 어떤 참신한 욕이 달렸을까?’ 같은 기대감에서 그 기사를 클릭하는 것이지,
뭔가 정보를 얻거나 공감하기 위해 그러는 건 아니다.
제1 야당이 그저 예능으로만 소비되고 있다는 얘기인데,
모두가 다 아는 이 사실을 자한당 수뇌부들만 모르고 있다는 게 참으로 신통하다.
자신들의 텃밭에서마저 큰 격차로 뒤지고 있는 지방선거 지지율을 보고도 느끼는 게 없는 걸 보면
그들을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겠다.
“바보.”

                       이 영화가 지금 만들어진다면, 홍준표가 향숙이 이뻤다 라는 대사를 쳤을 듯하다 (나랑 닮은 건 함정)                                                        

순간의 판단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예측력, 그리고 상황에 맞는 전략이 필요한 선거판에서
바보와 싸우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뜻있는 국민들이 ‘홍준표님 종신대표 해 주세요’라고 외치는 건 바로 이 때문인데,
여전히 대표직에 앉아 헛소리를 해대는 홍준표는
그 말을 자신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알아듣는 모양이다.
우리 모두 외쳐보자.
“홍대표님, 지방선거랑 재보선 다 박살나도 절대 물러나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