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빠; 문대통령을 극성으로 지지하는 자들을 칭하며, 정상적 지지자와 구별된다. 존경하는 이동형 평론가는 이들을 극문똥파리라고 부르지만, 여기선 그냥 문빠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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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지방선거는 말만 지방선거일뿐, 사실은 경기도지사를 뽑는 선거였다.
다른 후보들은 다 제쳐두고 경기도지사에 대해서만
온갖 네거티브가 작열했기 때문이다.
결국 도지사로 당선된 이재명이 같은 지역 후보로 나온 남경필보다,
그리고 다른 지역 후보로 나온 수많은 후보자들보다
더 나쁜 삶을 살았는진 모르겠지만,
다들 거기에 매달리다보니 이재명 도지사가 경기도를 어떻게 이끌어갈지는 물론이고,
여타 후보자들에게 꼭 필요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네거티브가 특별했던 건 이게 자유한국당이나 한국당 지지자,
또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래도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문빠 사이트에서 시작됐다는 데 있다.
내가 즐겨 갔던 엠팍과 클리앙 등에선 이재명을 까는 글이
하루 수십개, 수백개씩 올라왔는데,
그 글들로만 보면 이재명은 천하에 나쁜 사람이고,
심지어 이명박. 박근혜 저리가라 할만큼 악질이다.

 

그래도 이상했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의 흠결은 대개 눈감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인 우리 정치판에서,
사실로 확인된 것도 아닌 이재명의 의혹들에 대해 문빠들이 거품을 무는 것이 말이다.
경기도는 접경지역이 많은 특성상 진보진영에서 한 번을 제외하곤 이겨보지 못한 어려운 지역이란 걸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이 이긴다면 그 의미가 컸을 터였다.
민주당 경선이 시작되기 전, 문빠들은 여기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압승해야 되는데, 이재명이 후보가 되면
여러 의혹들 때문에 다른 민주당 후보들까지 타격을 받을 수가 있거든.
그러니까 경선에서 미리 걸러야 한다는 거야.”
인터넷을 장악한 문빠들은 ‘거의 다 따라왔다’고 절규했지만,
경선결과는 여론조사에서 예측한대로 이재명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여기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쳐도, 희한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경선이 끝난 뒤 문빠들이 한층 더 가열차게 이재명을 욕한 것이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아님에도 문빠들은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고 악다구니를 썼고,
자신들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추미애 대표를 욕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 남경필 후보를 찍겠다는 글들로 문빠 사이트가 도배되는 걸 보면,
이들의 목표가 민주당 승리가 아닌, 다른 데 있다는 게 명약관화해진다.

 

그랬다.
그들은 차기 대선에서 전해철과 김경수로 대표되는 친문,
즉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가 돼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눈의 가시는 이재명이었다.
성남시장직을 잘 수행한 덕에 인지도를 끌어올린 그가
경기도지사까지 된다면 다음 대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차지하게 될 게 뻔했다.
그러니 문빠들에게 이번 지방선거의 목표는 이재명의 낙선이었는데,
경선에서 맞붙은 전해철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점이 없었기에
네거티브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살아있는 내가 그 증거”라는 관심종자 김부선의 말에 열광한 것은
평소 그들이 미투운동에 지극히 부정적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또한 돈 1700만원을 모아 이재명의 의혹을 증폭시키는 광고를
그들이 그렇게 저주하던 조선일보 1면에 실은 건,
문빠들이 이번 선거에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문빠들에게 경천동지할 순간은 경남도지사에 출마하려던 김경수가
드루킹 의혹에 연루되는 바람에 출마를 포기하려던 때였다.
이재명의 의혹들은 그렇게 증폭시키던 그들은
김경수가 당사자를 직접 만났고, 또 오사카 영사 추천 같은 일을 했다는 게 드러난 뒤에도
“출마를 포기하면 안된다”며 읍소했는데,
만일 이재명이 이 일에 연루됐다면 어떻게 했을지를 생각하면
이중성의 극치라 할만했다.
결국 김경수가 마음을 바꿔 출마하기로 하자 문빠 사이트는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 일로 김경수가 인지도가 높아져서 더 잘됐다’라고 말하는,
착란적인 증세까지 보여줬다.

문제는 문빠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시간이 많고 공격성이 뛰어난데다 집요하기까지 해 인터넷을 자신들의 주장으로 도배할 수는 있지만,
아쉽게도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1인 1표다.
전해철이 경선에서 별로 힘도 못써보고 패배한 것,
그리고 이재명이 본선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 것은
현실에서 문빠들의 존재감이 극히 미미하다는 걸 잘 보여준다.
문빠들은 누가 자기를 욕하면 문대통령 지지율 80%를 들먹이지만,
정작 정상적인 지지자들도 문빠들에 대해 넌더리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니 김경수가 정말 대권을 노린다면 문빠랑 결별하는 게 최우선 과제겠지만,
지금으로 봐선 그럴 기미가 없어 보이니 안타깝다.
그래도 문빠들의 노력이 아무런 성과도 못낸 건 아니다.
헛소리도 계속 듣다보면 진리로 여겨지는 법,
임기 내내 박근혜를 비판했던 내가

작년 말 문빠를 까는 글을 쓴 뒤 박사모로 몰린 것처럼,
인터넷에서 이재명 네거티브를 장장 두달여 동안 한 결과
그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그전보다 늘어났다.
여기에 고무된 문빠들은 “이재명은 여기까지다. 행여 대권을 노려선 안된다”며 못을 박는데,
이런 글을 보면 그들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정리하자.
민주당이 덤터기를 쓸까봐 이재명을 욕한다는 문빠들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그저 친문인사가 차기에도 대권을 차지하게 하려고
대선 레이스에서 앞서있는 주자를 음해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다.
많은 이들이 문빠를 박사모와 동일시한다.
하지만 문빠를 제법 관찰해 온 내가 보기에 그런 분석은 적절하지 않다.
문빠들은 박사모보다 훨씬 더 집요하고, 훨씬 더 조작에 능하다.
게다가 그들은 자기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 다 ‘정의’라고 생각한다.
덜떨어져 보이는 박사모보다 문빠가 훨씬 더 위험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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