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361건

  1. 낚시배 사고와 언론, 그리고 문빠 (28)
  2. 한남충박멸협회가 필요하다 (256)
  3. 슈퍼스타 이국종에 대한 아쉬움 (56)
  4. 손아람 살해특공대는 왜 조직되지 않는가? (80)
  5. 조기숙 교수님, 감사드립니다 (29)
  6. 경향신문을 공격하는 문빠들 (278)
  7. 난 합의가 싫어요 (7)
  8. 이명박을 재평가해야 한다 (11)
  9. 박근혜와 문재인의 눈물 (12)
  10. 아쉬운 영화, 택시운전사 (56)
  11. 외유와 재수 (8)
  12. 서울로와 청계천 (7)
  13. 5대비리 배제공약 재고하자 (18)
  14. 자유한국당의 마지막 의인 (9)
  15. 대통령님, 70대의 투표를 재고해 주십시오 (86)
  16. 아내의 김치찌개 (37)
  17. 박근혜와 진돗개 (9)
  18. 고마워요 박근혜 (11)
  19. 저질극화: 근혜의 여자 1편 (6)
  20. 박근혜는 새를 어떻게 울릴까? (10)
  21. 7시간의 비밀이 밝혀지다 (54)
  22. 반어법 전문가가 본 안희정의 선의 (40)
  23. 쇼생크교도소만도 못한 (30)
  24. 오리와 정신 (15)
  25. 김장수가 보여주는 선진 대한민국 (27)
  26. 정연국 대변인과 김영재 원장님께 (11)
  27. 그것이 정말 알고 싶다 (13)
  28. 구라의 향연이 펼쳐진다 (7)
  29. 박사모도 비웃는 야당 (29)
  30. 서창석 병원장에게 요구한다 (24)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낚시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났다.
대부분의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빠른 대응을 칭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49분 만에 첫 보고를 받았다. 이어 위기관리센터를 찾아 서면보고까지 포함해 4차례 보고를 받고 현장을 중심으로 한 구조 작전 지시를 내렸다.”


박근혜 정부의 7시간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49분이라는 숫자가 초음속처럼 느껴질 수 있다.
‘공정’과 ‘객관’이란 점에서 내가 가장 높은 평가를 내리는 미디어오늘도 이 점을 칭찬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신고 접수 시간부터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했던 걸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는 시간대별 사고 내용과 지시 및 조치 내용까지 상세히 밝히면서 사고 대응에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흐뭇한 마음으로 미디어오늘 기사를 읽어내려 가던 이라면
맨 마지막 두 줄에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번 사고로 22명 중 13명이 숨지고 7명이 생존했다. 선장 등 2명은 실종된 상태다.”
잉? 이렇게나 희생자가 많았어? 다 구한 게 아니고?
기사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봐선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데,
22명 중 구조자는 3분의 1에 해당되는 7명에 불과했다.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들의 문대통령 칭찬이 낯 뜨거운 이유는
원래 칭찬이란 건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낚시배가 뒤집어졌는데 전원이 구조됐다.

-새벽이고 안개도 껴서 구조가 어려웠는데 전원구조라니, 이거 대단한데?

-알고 보니 현장에서 신속하게 대처했고, 또 대통령한테 보고도 즉각 이루어졌다네?
-오오, 역시 대통령이 바뀌니까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구나!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렇다.
-낚시배가 뒤집어졌다.
-신고접수가 된 시각은 6시 9분이고, 구조보트를 보내라고 한 시각은 13분인데
막상 보트가 출발한 시각은 26분이다. 무려 19분의 차이가 난다.

-차가운 물속에서 견딜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감안하면 19분은 아쉽다.

-결국 승객의 3분의 2가 희생됐다.
-오오, 역시 대통령 바뀌니까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구나!

 

이렇게 정리해 보니 마지막의 칭찬이 뜬금없지 않은가?
신속한 보고와 지시는 어디까지나 인명을 더 구하기 위함이고,
그게 실패한 시점에서 대응이 좋았다는 건 용비어천가에 다름없다.
세월호와 달리 이번 사고는 구조가 더 어려웠던 것 같고,
해양경찰 역시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13명의 죽음 앞에서 우리들끼리 잘했다고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볼썽사납다.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난데없는 날벼락에 슬퍼하고 있는데,
언론들은 “아유, 정말 문대통령은 대단해!”라고 칭찬하고,
문빠들은 ‘이게 나라다’라고 외친다.
아무래도 그들이 생각하는 ‘나라’는 내가 생각하는 ‘나라’와 다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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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남충이 있다.
여기서 한남충은 모든 한국남성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
생각이 매우 단순한 일부 한국남성을 지칭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린다.
그는 한 여성을 납치해 자신이 준비한 기생충, 좀 더 정확하게는 회충을 먹였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회충을 먹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그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한 장의 사진을 첨부하는데,
그건 기생충학자인 모씨가 “기생충은 몸에 해롭지 않으며, 먹으면 영양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을 캡쳐한 것이었다.

이 경우 일어날 일에 대해 추측해보자.
1) 기생충학자 모씨가 그 범죄를 사주한 것이므로, 그 모씨에게 비난이 쏟아진다.
2) 그 한남충만 욕한다.
3) 둘 다 욕한다.

상식적으로 답은 2번이어야 한다.
무언가가 몸에 좋다는 것이 납치해서 강제로 먹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 말이다.
게다가 그 모씨가 기생충을 먹어도 된다고 한 것은
기생충을 먹자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기생충에 대해 그렇게까지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다는 의미였으니,

모씨의 행동은 어느 모로 보나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 나라의 한남충들은 희한하게도 1번을 택한다.

괜한 얘기가 아니다.
9월 25일 방영된 EBS <까칠남녀>의 주제는 ‘예쁜 소녀 찾습니다’였는데,
그날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런 말을 한다.
“예쁜 남자 아이돌에 대한 이모들의 선호는 문화적으로 다르게 해석될 부분이 있죠. 여태까지 저런(어리고 예쁜) 남성은 여성들에게 선호받지 못했지만 하나의 취향으로 다시 존재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로리타 '컨셉'과 쇼타 '컨셉'이 똑같은 선상에서 이야기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현재 교수에 따르면 나이든 남성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롤리타 콤플렉스’이나
나이든 여성이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것을 ‘쇼타로 콤플렉스’는
소아성애로 연결되는 범죄인 반면
어린 여자가 섹시함을 강조하는 롤리타 콘셉트나
어린 남자가 귀여움을 강조하는 쇼타로 콘셉트는 하나의 취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전자는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반면 후자는 최근 들어와서 생긴 취향으로
남녀 권력관계의 전복을 내포한 새로운 경향이니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이교수의 얘기였다.
같이 출연하는 황현희가 이의를 제기한다.
황현희: 아동성범죄자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현재: 미성년자 의제 강간은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은 처벌 받아야죠. (2번 강조) 아까 이야기 한 건 '컨셉'을 이야기한 거예요.
황현희: '컨셉' 자체도 같은 선상이지 다르게 생각하시면 안되죠.
손아람: 처벌이 달라야 한다는 게 아니라, 똑같은 사건이라도 얼마나 사회 구조와 맥락을 담고 있는지는 다르다는 거죠.


뭐 그렇게 어려운 얘기도 아니고, 문제될 만한 부분도 없다.
그런데 한 워마드 여성회원이 남아를 성추행했다는 글을 쓴 뒤
이현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EBS <까칠남녀>에서 했던 말을 캡쳐해 같이 올리자
이교수의 말은 갑자기 ‘미성년자 강간사주’가 돼버렸다.
한남충들의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
설령 이교수가 “남자아이 성추행은 좀 관대하게 봐야한다”고 했다해도
그가 무슨 법무부장관도 아닌 바, 누군가가 그걸 빌미로 남아 성추행을 저지른다면
그건 그 사람이 또라이인 것이지 이 교수에게 화살을 돌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한남충들은 까칠남녀 게시판에 몰려가 이교수를 욕하고,
까칠남녀를 폐지하자고 거품을 문다.
이교수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자신이 한 발언의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줬건만,
한남충들은 막무가내다.
그들이 그러는 이유는 딱 한가지, 여성의 목소리를 좀 더 대변하는 공중파 프로가 있다는 게 싫은 것이다.
그동안 뭐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며 벼르고 있다가 이거다 싶어 우르르 달려드는 그들은 모습은
자기 생각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좀비들 같다.


사실 강간을 사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성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가해자에게 빙의해서 피해자인 여성을 꽃뱀으로 모는 한남충들,
“죄질이 불량하지만 피해자와 합의한 점,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들어서”라는 말과 함께
성범죄 가해자에게 벌금5만원 같은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는 이 나라 판사님들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성범죄 천국으로 만드는 주범들이다.
그러니 애먼 이교수를 성범죄 사주범으로 모는 대신
자신이 쓴 댓글모음을 보며 스스로 반성하는 게 맞지만,
어쩌겠는가. 한남충 사전에 반성이란 건 없으니 말이다.


19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생충이 득실댔다.
기생충박멸협회의 노력 덕분에 기생충은 거의 다 박멸됐고,
몇몇 기생충들만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기생충의 몰락과 때를 같이해 한남충들이 득실대고 있는데,
해악 면에서는 기생충과 비교도 안될만큼 무시무시하다.
정부가 하루속히 한남충박멸협회를 세우고,
대학마다 한남충학과가 만들어져 이들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가 이루져야 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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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인 의사의 희생은 포장되어 의료계를 망친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소말리아 해적에게 죽을 뻔한 석선장을 수술해 살리고,

북한군 장교를 수술해서 살린(더 정확히는 살릴)

국민영웅 이국종 교수가 의료계를 망치고 있다?

1년에 4번 집에 가고, 한쪽 눈이 실명위기일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분,

그러면서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 빚만 쌓인 분,

이쯤되면 의료계의 테레사수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면 저 도발적인 말은 어떤 의미일까?

저 글을 쓴 분이 의사였으니, 이국종 교수에 대한 질투의 차원인 것일까?

그분의 마음속에 들어가본 적이 없으니 정확한 건 알 수 없지만,

질투는 절대 아니라는 데 5만원 정도는 걸 수 있다.

질투는 내가 저렇게 살고 싶은데 살지 못해. 배아파!”일텐데

의사들 중 이국종 교수처럼 살고픈 이가 과연 있을까 싶어서다.

그렇다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의사들이라면 알고 있다.

저 말이 어느 정도의 진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던 이국종 교수

 

만일 이국종 교수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석해균 선장이 총을 맞았을 때, 우리 정부는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 같다.

수송팀: 그런데 환자를 어디로 모셔가죠?

정부: 큰병원, 무조건 큰병원 가야지. 내가 한번 연락해볼게.

큰병원1: 그게요, 저희는 총상 전문가가 없습니다. 수술을 하려면 할 수는 있을텐데

처음 해보는 수술이라 위험하기도 하고, 또 수술을 뒷받침할 장비도 부족합니다.

큰병원2: 저희는 그런 총상을 한번도....어쩌고..

실제로 일년에 몇 번 오지도 않을 총상환자를 위해

전문적인 의사를 채용하고, 또 해당 장비를 유지할 병원은 그리 많지 않으니,

대화가 순전히 가상의 일만은 아니다.

 

, 이 경우 정부가 선택할 일은 어떤 게 있을까?

정부관계자; 총상처럼 심각한 외상을 입었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없구나.

이참에 외상전문 병원을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정부는 각 도마다 하나씩 초 응급환자를 위한 병원을 짓고, 관련의사를 스카웃한다.

힘든 일을 하니 당연히 월급은 기존 의사보다 2배쯤 주고,

충분한 휴식을 제공해야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으니,

의사도 적정수보다 더 많이 뽑는다.

정부가 이걸 유지하는 데 돈이 좀 들겠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적절한 치료만 받는다면 죽지 않아도 될 외상환자가 1년에 1만명,

하루 27명씩 나오는 걸 감안하면 이 돈이 그리 헛된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는 외상환자가 잘 죽지 않는, 외상환자 강국이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국종교수라는 슈퍼스타가 존재한다.

정부는 자기들이 욕을 먹을만한, 이슈가 될 환자가 생기면 1초도 안걸려 결정을 내린다.

아몰랑 이국종에게 데려가!”

석선장이 총을 맞아도 이국종, 북한에서 넘어온 장교도 이국종에게 보내면 된다.

아무리 어려운 환자도 그가 헌신적으로 돌보면 살아날 수 있으니까.

물론 모든 환자가 다 이국종 교수의 은총을 입을 수는 없는지라

1년에 1만명의 죽지 않아도 될 환자가 죽어나가지만,

이걸 가지고 정부를 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자신이 운이 없어서, 지방에 살아서, 헬기가 제때 없어서 그리 됐다고 여길 뿐,

응급의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정부는 각성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그러니 정부는 굳이 비싼 돈을 들여 외상환자를 위한 의료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없다.

물론 석선장 사고 이후 정부가 아무것도 안한 건 아니다.

소위 이국종법이라는 걸 통과시켜 전국에 16개의 중증외상센터를 만들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 재원은 과속차량의 과태료 중 20%로 충당하기로 했는데,

그게 무려 1600억원이다 (여기서 무려는 반어법이다).

한 개도 제대로 못 세울 그 돈으로, 정부는 16개의 중증외상센터를 만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외상환자들이 목숨을 건지고 있을까?

확실한 건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전과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석선장의 치료비는 2억원이었는데,

석선장의 전 직장인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치료비를 내지 못했다.

아주대 측은 정부에 그 돈을 내달라고 했지만,

알뜰하기 짝이 없는 우리 정부는 그 돈 지급을 거절한다.

결국 그 돈은 아주대의 손실로 처리되는데,

안그래도 매년 수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아주대병원에게

국민적 영웅인 이국종 교수는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이제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해보자.

이국종 교수는 현재 49세고, 건강도 그다지 좋지 않다.

과연 그가 언제까지 현재와 같은 초인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그가 더 이상 환자를 못보게 되면, 혹은 그가 운좋게 정년까지 일하다 물러나게 되면,

그때 북한에서 넘어온 총상환자는 어디로 가야 할까?

이국종 교수가 퇴임함과 동시에 아주대는 외상센터를 폐쇄할지도 모르고,

실제로 지금 이국종 교수의 후계자도 없는 상황이다.

외상전문 의사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드는 게 맞지만,

이국종이라는 슈퍼스타의 존재는 정부와 국민을 마취상태로 이끌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게 하는 중이다.

물론 이게 이국종 교수가 욕을 먹을 일은 아니며,

위에서 인용한, 저 도발적인 글을 쓴 의사 역시 이국종을 욕하는 건 아니다.

욕을 먹어야 할 것은 그에게 모든 짐을 맡긴 채 아무것도 안하는 정부지만,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이국종 교수가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든, 그리고 앞으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

완벽한 의사이기 때문에.

 

* 저 글이 올라온 사이트의 댓글을 보다가 어이가 없는 글을 몇 개 발견했다.

1) 의사 수 늘립시다. 저 일이라도 하겠다는 사람 많습니다.

2) 무슨 의사가 희생하는 것처럼 써놨네요? 근데 왜 의대 커트라인은 그렇게 높죠?

여기에 대해 일일이 반론하는 건 무의미한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런 분이 더 있을까봐 말씀드린다.

1) 이국종 교수의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의사를 늘려봤자 편하고 돈 되는 일을 하지, 이국종 교수가 되려는 사람은

단언컨대 없다.

2) 이국종 교수의 일이 희생인 것은, 지금 하는 일 말고 어떤 일, 예컨대 다른 과 취직이나 개업 등등을 해도 지금보다 훨씬 더 편하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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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작은 남자는 죽어야 돼.”

젠더 이슈를 다루는 까칠남녀에서 패널로 나온 손아람은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한 게 손아람의 키가 180센티를 훨씬 넘는 장신이기 때문은 아니다.

몇 달 전, 갓건배라는 게임 유저를 죽이자는 살인특공대가 조직된 바 있다.

아프리카에서 개인방송을 하던 김윤태는

갓건배가 게임 중 남성을 비하한다는 이유로 그를 살해할 것이며,

그 과정을 실황중계하겠다고 했다.

찾아낸 주소가 갓건배의 것이 아니라도 아무 여자나 죽이겠다고 하기도 했다.

이 병적인 퍼포먼스에 남성들은 친절하게도 후원금을 보내줬는데,

방송을 보던 이의 신고로 아무 여자가 죽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김윤태는 벌금 5만원을 선고받지만,

그 후 후원금이 폭주해 여혐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이 어이없는 사태에 대해 진선미 의원이 경찰청장에게 따졌을 때,

남성들은 진선미 의원에 대해 심한 욕설을 퍼붓는다.

갓건배가 남성비하 발언을 했으며, 그건 죽어도 싼 일이라고.

갓건배는 무슨 말을 했을까.

남성들에 의하면 갓건배는 6.25 참전용사를 비하했단다.

솔직히 남자가 키 작으면 저게 남자인가 싶다. 옛날 6·25 전쟁 났을 때 다리가 잘린 애인가 싶고.”

이것 이외에도 갓건배가 했다는 말들은 읽고 있어도 눈을 버릴 정도다.

, 이 말들로 인해 갓건배는 죽어야 마땅할까?

온라인의 저속한 표현이 살해를 정당화한다면,

죽어야 마땅한 사람은 정말 한둘이 아닐 것이다.

언젠가 상습적으로 늦는 웹툰 업로드를 기다리던 중

여성임이 드러난 네티즌에게 남성들이 가하는 온갖 더러운 말들을 보며 기겁한 적이 있다.

일부 남성들에게 그건 일상이었으며,

게임판에서 그런 일은 허다했다고 한다.

 

여혐은 인터넷과 그 역사를 공유한다.

바깥에선 찌질하게 살던 일부 남성들은

익명의 공간인 인터넷에서,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상처받은 자존심을 만회하려 했다.

된장녀, 김치녀, 김여사를 비롯해 맘충까지, 여성을 지칭하는 비속어들이 만들어졌다.

참다못한 여성들이 반격에 나선 게 바로 메갈리아였는데,

그들은 소위 미러링을 통해 혐오당하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줬다.

미러링을 통해 반성에 이른 남성들도 없진 않지만,

많은 남성들은 메갈이 만든 한남충이란 단어에 거품을 물었다.

여성을 싸잡아 욕하는 광경을 보며 같이 좋아했던 그들이

왜 남성 전체를 싸잡아 욕하느냐?”며 화를 내거나

여혐에 침묵하고 또 즐기기까지 하던 이들이

갑자기 혐오는 나쁜 것이야. 여혐. 남혐 똑같이 나빠라며 근엄하게 훈계하는 광경은

그저 씁쓸했다.

안타깝게도 남성들의 십자포화에 메갈리아는 망했고,

그 뒤 여성들은 너 혹시 메갈이야?”라는, 남성들의 끈질긴 사상검증에 시달리고 있다.

 

갓건배는 폐허가 되다시피 한 남혐의 전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전사다.

남성들은 6.25 참전용사까지 비하하는 건 너무했다고 하지만,

게임 중에 남성들이 했던 발언들 중엔 그에 필적할 것들이 많이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남자 많이 접해서 좋겠다는 발언이나

6. 25때 못먹고 자라서 가슴이 글케 작냐 같은 발언들이 대표적인 예인데,

여기에 대해 제지하는 남성들은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러니까 갓건배의 말은 여기에 대한 미러링으로 볼 수 있는데,

한 네티즌은 갓건배의 미러링을 이렇게 평가한다.

갓건배와 갓건배 팬들 덕에 인게임에서 여성유저에게 여혐을 하는 일이 적어졌죠.

여성유저들도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같이 화내주는 남성유저도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갓건배만 살해협박의 대상이 된다는 건

남성들의 그 잘난 정의감은 오직 상대가 여성일 때만 작동된다는 사실을 아주 잘 보여준다.

손아람 작가의 도발은 이런 취지에서 나왔다.

특정표현이 문제여서 협박을 한 것이라면 저는 이 자리에서 바로 실험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과거 미수다키작으면 루저를 뛰어넘는,

키 작은 남자는 죽어야 된다는 발언을 했다.

이러고도 아무 일이 없다면 한국남성들은 오직 약자에게만 흥분하는 비겁한 자들이란 공식이 성럽되지만,

아직까지 손아람 작가를 죽이러 갈 특공대는 조직되지 않았다.

까칠남녀 게시판에는 이런 말만 있다.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이냐?”

신상을 공개하지 않은 건 갓건배도 마찬가지지만,

저런 걸 핑계라고 대고 있다니 한심하지 않은가?

그러니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한국남성은 여자에게만 강한 척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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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에 조기숙 교수님이란 분이 계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하시기도 했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분의 장점은 글을 참 잘 쓰신다는 점이다.

과거 그분의 글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필명을 드날릴 날이 올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아쉽게도 내 글은 다음과 같은 비판만 듣고 있다.

‘지식쓰레기’ ‘철이 덜 든 사람’ ‘회충 알 까는 소리’ 등등 (마지막 표현은 정말 멋지다).

 

그래도 기뻤던 건 조교수님이 내 이름을 알아주셨다는 점이다.

뭐랄까, 스타가 이름을 불러주니 팬이 꽃이 된 그런 기분?

게다가 조교수님의 글은 내 글의 어느 부분이 모자란 지를 깨닫게 해주셨다.

 

 

 

원래 내 생각: 언론의 존재는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문빠들이 그 언론을 적폐세력으로 몰며 없어져야 한다는 건 옳지 않다.

 

하지만 이건 다 내 생각이 짧은 탓이었다.

조교수님에 따르면

1) 문재인에게 불리한 기사를 쓴다며 한경오를 공격하는 분들을 문빠라 부르는 건

반지성의 전형이다. 절대 그렇게 불러선 안된다

2) 오히려 한경오를 공격하는 분들은 집단지성의 상징이다.

게다가 조교수님은 언젠가 <지성리더십의 위기>를 쓰실 텐데,

그 대상은 곡학아세를 밥먹듯이 하는 언론과 논객이란다.

그런데 그 대상 중에 내가 포함돼 있다!

정말로 저서에 나를 포함시켜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언급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드린다.

 

게다가 조교수님은 타 전공에 대한 이해가 높으셔서, 기생충학 박사 따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고 계셨다.

“나도 몸안에 기생충 한두 마리 키우면 곧 기생충박사 되겠네.”라는 구절 말이다.

이건 우리 세계에선 실제 일어나는 일로,

충북대 엄기선 교수님은 몸안에서 길이 3미터에 달하는 아시아조충을 키워

세계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실었고,

건협 회장이신 채종일 교수님은 처음 보는 기생충을 직접 드시면서

매일매일 증상을 기록한 논문을 쓰셔서 후학들을 감동시킨 바 있다.

나 역시 눈에 기생충의 유충을 넣어서 키우려 한 적이 있고,

광절열두조충이라는, 5미터는 가뿐히 넘는 기생충을 몸에 키우려 했는데

이것도 다 논문을 쓰기 위함이었다 (아쉽게 두 번 다 실패)

 

물론 조교수님이 쓰신 글 중 억울한 대목도 있다.

내가 안철수를 지지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데,

조교수님이 링크해주신,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긴 게 안철수 덕분이라는 내 글은

‘안철수가 자기 욕심 때문에 분당을 한 덕분에 야 성향 유권자들이 위기의식을 느껴

투표장에 달려간 덕분이다‘는 주장일뿐 그가 잘했다는 얘긴 아니었다.

박근혜 덕분에 젊은이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고 했다는 게 박근혜 지지의 증거는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나와 조교수님의 급수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

그 당시 난 새누리당이 200석을 넘는 압승을 할 것으로 봤는데

조교수님은 ‘나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예견했었다.’라는 게 아닌가? (2012년은 2016년의 오타일 듯)

안그래도 강한 여당 앞에서 분열된 야당이 이길 거라고 예견한다는 건 보통 내공은 아니며,

역시 정치분석은 이런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정말 본받아야 하는 건 조교수님의 자기검열이다.

조교수님은 <문재인이 이긴다>라는 책 제목이 혼란을 줬다며

스스로 4년간 언론에 나타나지 않으셨단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조교수님은 언론계에서 롱런하며 글을 쓰고 계시는 것일 텐데,

그 잣대를 내게 적용하면 20년 정도는 정치에 관한 글을 안써야 맞다.

저 글이 2006년에 쓰여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앞으로도 십년은 더 절필하는 게 맞겠지만,

다들 알다시피 내가 생계형 글쟁이인데다

나같은 일반인이 조기숙 교수님의 엄격한 자기검열을 지킬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급적 조심스럽게 글을 쓸 생각이다.

조기숙 교수님께 깊이 감사드리고,

또 댓글로 깨우침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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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사이트 엠팍의 주류는 소위 문빠들이다.
문재인 대통령 (이하 문통)을 지키겠다는 이념으로 뭉친 엠팍 유저들은
자신들의 주군에게 불리하다 싶으면 우르르 몰려가 파상공세를 편다.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달라고 국민들이 권력을 위임해준 이가 바로 대통령인데,
엄연히 ‘국민’인 이들이 왜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사이트는 엠팍만이 아니어서,
인터넷을 보다보면 세상이 죄다 문빠들로 가득찬 것처럼 느껴진다.
전혀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지난 9년여 동안 시정잡배면 족할 이들이 대통령이라고 나댔으니,
간만에 나온 훌륭한 대통령에 열광하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들이 경향과 한겨레, 오마이뉴스 등 ‘한경오’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위 댓글들을 보면 한경오가 무슨 적폐세력인 것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심지어 한경오에 대한 엄청난 증오심까지 엿보인다.
참 신기한 일이다.
조중동과 종편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이 주류를 장악하는 상황에서
문빠를 자처하는 이들이 몇 안 되는 진보언론을 공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
댓글에 있는 것처럼 지난 대선 때 문통에게 불리한 기사가 나온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안철수의 지지율이 올라가면서
안철수가 될지도 모른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적이 잠깐 있는데,
문빠들은 이게 언론의 장난질이고, 진보언론도 여기 가세했다고 생각한다.
좀 더 근원적인 이유로 문빠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이하 노통)이 실패한 이유가
진보언론의 공격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자유한국당, 조중동 등 원래 그런 애들의 공격이야 늘 있었던 것이지만,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의 공격은 더 아픈 법,
결국 이들은 문통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한경오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이들이 뭘 잘 모르는 것 같아 2016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당시엔 박근혜가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열심히 하고 있었지만,
이를 아는 국민은 드물었다.
가장 먼저 나선 이는 조선일보였다.

그 동안 너무 심하게 권력을 빨았다고 생각한 조선일보는
민정수석이었던 우병우의 비리를 고발함으로써 비판언론인 척 하고자 했다.
모든 길은 최순실로 통한다고, 우병우를 조사하던 조선일보는
결국 최순실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그녀를 만났고, “김종 씨 아시죠?”라는
우리가 숱하게 봤던 그 영상을 찍는다.
하지만 최순실을 건드리는 건 ‘역린’이기에 조선일보는 곧 탄압에 직면했고,
결국 최순실 관련 기사를 포기한다.
뒤를 이은 게 문빠들이 적폐세력이라고 우기는 한겨레였다.
한겨레의 심층보도와 때마침 시위에 나선 이화여대생들 덕분에 최순실은 수면위로 다시 떠올랐다.
이윽고 경향과 오마이가 합세했고, 이들의 기사는 SNS를 타고 방방곡곡에 퍼져나갔다.
정부에 장악당한 KBS, MBC는 말할 것도 없고
보수언론 모두 이 사태에 침묵했으니,
한경오가 아니었던들 지금 대통령은 여전히 박근혜였을 것이고,
문통은 홍준표에 이은 지지율 2위로, 대통령이 되느냐 마느냐 힘겨운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으리라.

 

 

 

“제일 토나오는 인간들, 경향. 한걸레.”
자신의 주군을 믿고 한경오를 욕하는 문빠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안드는 기사가 몇 개 있다는 이유로 이 난리를 피우니 말이다.
경향신문의 기사 ‘가르치려 드는 언론이 싫다는 사람들’ 중 한 대목을 보자.
“경향신문이 만난 한·경·오를 비판하는 시민들 중 어느 누구도 종이신문을 구독하거나, 홈페이지를 방문해 뉴스를 보는 경우는 없었다.”

아마도 이들은 SNS나 포탈사이트의 ‘많이 본 뉴스’를 통해 한경오의 기사를 볼 것이다.
인터넷은 그 속성상 높은 조회수를 추구하며,
그러다보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가 주를 이룬다.
요즘 성추행이나 몰카, 명절 며느리 같은 기사가 자주 출몰하는 것도 그 때문인데,
이런 사건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역시 정치며,
우리는 주권자로서 정치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엄중히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면 정치인의 막말이나 성범죄 등에 관심이 집중될 뿐,
정치현실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2014년 일어났던 조현아의 땅콩회항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람들은 그 기사에 열광했고, 몇 달간 조현아를 욕했다.
조현아의 행동이 그렇게 오랜 기간 관심을 받을만큼 엄청난 범죄였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덕분에 정윤회를 비롯한 비선조직이 있다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완전히 묻혀버렸고,
그 뒤 있었던 세계일보에 대한 정부의 탄압, 최경위의 자살과 박관천 경정의 구속은
그렇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때 국민들이 그 문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면
최순실의 실체는 좀 더 일찍 드러날 수 있었다.

 

무식한 이를 속여먹는 건 아주 쉽다.
보수 쪽으로 기울어진 우리 사회의 지형을 고려해볼 때
스스로 진보라고 여기는 젊은이들이 책도 읽지 않고, 종이신문도 구독하지 않는다면,
악의적인 선동이 우리 사회의 지배적 여론이 될 테고,
문통 같은 분이 대통령을 할 확률은 점점 희박해질 것이다.

그러니 젊은이들이 해야 할 일은 진보언론을 욕하는 게 아니라
진보언론이 조중동. 종편과 맞서 싸울 수 있게 그들의 힘을 키워주는 것이 아닐까?
‘가르치려 드는 언론이 싫다는 사람들’이란 경향 기사는 이 점을 조리있게 설명해 주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젊은이들은 이 기사에마저 욕을 해댄다.
이 땅에 이명박. 박근혜보다 더한 대통령이 나타나는 것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말하자.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을 빼앗긴 이유는 진보언론 때문이 아니라,
노 대통령이 정치를 잘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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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합의가 싫어요

 

문제. 다음에 알맞은 형량을 보기에서 고르시오.

피고인은 상습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데다 지위를 이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등 죄질이 나쁘므로 ( )를 선고한다.’

 

1) 무죄

2) 집행유예

3) 징역형, 실형

4) 무기징역

5) 사형

 

상습적? 죄질이 나빠? 이런 수식어를 본 이라면 4, 혹은 3번을 고르겠지만,

법은 그리 만만한 분야가 아니다.

누구나 답을 맞출 수 있다면 아무나 판사를 시키지,

뭐하러 어려운 시험을 보게 하겠는가?

놀랍게도 답은 ‘2번 집행유예.

, 이쯤해서 그가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보자. MBN 기사다.

[경기 수원의 한 병원에서 수술실 실장으로 근무한 45살 임 모 씨.지난 2015년부터 20대 동료 여직원들을 성추행하기 시작했습니다.수술 준비실 탁자에 앉아 있던 실습생 22살 김 모 씨를 끌어안은 채로 들어 올리면서 신체접촉을 했습니다.심지어 부하직원 26살 여성 이 모 씨에게는 다리를 못 움직이게 한 채로 강제로 어깨를 잡아당겨 입맞춤했습니다.임 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수술을 마치고 나온 여성 환자를 표적으로 삼았습니다.지난 5월과 6, 마취가 덜 깨 침대에 누워 있던 여환자에게 다가가 수술복 바지 안에 손을 넣고 더듬은 겁니다.1)]

 

그러니까 피고인은 남자 간호사였다.

상식적으로 의료인의 성범죄는 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게 맞다.

의료인은 다른 직종보다 성범죄에 대한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보다 엄격한 처벌로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위 범죄의 피고인은 상습범이다.

동료 간호사는 물론 환자에게도 마수를 뻗쳤다.

마취가 덜 풀려 몽롱한 상태인 여자환자를 더듬는 건 해도해도 너무한, 파렴치한 행위다.

게다가 성범죄의 경우 재범률이 굉장히 높은 범죄인만큼,

다시 사회로 나온 그가 아무 짓도 안하고 살아가기를 기대하는 건

나무에서 물고기를 찾는 격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징역 2, 집행유예 3을 선고했는데,

덕분에 여성 환자들은 수술을 받을 때마다 이 병원에 그 간호사가 근무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이건 의사부자의 성추행

 

그래도 이해가 안간다.

집행유예를 내릴 거면 죄질이 나쁘다는 얘기는 하지 말았어야지 않을까.

이쯤해서 해당 판사가 도대체 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알아보자.

다만, 피해자들과 모두 합의해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2)

그랬다. 그놈의 합의가 문제였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성범죄자들은 갖은 수를 쓰며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려고 하며,

피해자들은 귀찮아서 혹은 안해줬다가 더 큰 해꼬지를 당할까봐 등의 이유로

합의서에 서명을 해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을 보자.

가해자의 부모들은 피해자가 다니는 학교로 찾아와 합의를 종용했는데,

워낙 많은 인간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학교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이 경우 학교에서 피해자를 보호해주는 게 상식에 부합하지만,

학교 측은 피해자에게 자퇴를 종용하는 아름다운 배려를 함으로써

해당 학생은 여러 학교를 전전해야 했다.

여기에 피해자의 아버지가 피해자 몰래 합의금을 받아

죄다 술값으로 썼다는 미담도 추가되는데 (합의금이 5천만원이었다나)

여기서 보듯 합의하면 형을 깎아주는 관행은 피해자로 하여금 2차 피해를 유발하며,

음주자를 관대히 처벌하는 심신미약,

항소하면 무조건 형을 깎아주는 항소미약(이건 내가 그냥 만든 말이다)과 더불어

일반인들에게 한숨이 나오게 하는 3대 악습이다.

                                                    이건 당시 가해자 부모가 한 말이다

 

판사들은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판사들이 합의 자체를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를 괴롭혀서 합의하는 작태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죄질이 나쁘지만 피해자와 합의했으므로

죄질이 나쁜데다 피해자를 괴롭혀 합의를 종용하기까지 했으니로 바뀌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1) '마취된 틈타'여환자 성추행한 남자간호사, MBN 2017-10-02

2) 마취환자 성추행한 남자간호사에 집행유예...‘피해자와 합의 고려’, 서울경제 2017-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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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 권한대행 이정미의 이 말은 이명박과 박근혜라는,
라이벌전의 승리자가 이명박임을 말해주는 선언이기도 했다.
어찌됐건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파면당한 대통령보다는 나은 존재일 테니까.
최소한 이명박 임기 때는 “이게 나라냐?”는 자괴감을 갖진 않았고,
출근도 안하고 관저에만 머무른 박근혜와 달리
이명박은 매일아침 일찍 집무실에 출근했단다.

하지만 최승호 전 피디의 <공범자들>을 보다가
과연 이명박이 이긴 게 맞는지 회의가 들었다.


예컨대 다음 장면.
최승호: 대통령께서 언론을 망친 파괴자라는 비판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그게 무슨 말인지, 난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는데.
최승호: 네, 저 MBC 출신입니다. 김재철 사장이 와서 MBC를 많이 망가뜨렸거든요.
그러자 이명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럼 그 사람한테 물어봐야지.”

최승호는 외친다. 언론이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그의 말처럼 언론이 제 기능을 했다면 박근혜 정부가 그렇게 망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의 두 축인 KBS와 MBC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철저히 망가졌는데,
특히 MBC는 박사모로부터 찬사를 받을 정도로 맛이 갔다.
이건 다 언론을 자기 하수인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명박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니,

박근혜의 멸망에는 이명박의 책임이 아주 크다.

 

그 밖의 분야에서도 과연 박근혜가 더 나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
비리로 잃어버린 돈의 액수가 워낙 차이가 나서다.
박근혜는 최순실에게 돈을 아낌없이 퍼줬고,
기치료라든지 각종 주술적인 일에 돈을 썼다.

이건 전적으로 그의 한심함에 기인하지만,
총액만 따져보면, 비아그라 구입비까지 모두 합쳐봤자 10조원도 못될 것이다.
물론 마음같아선 더 빼돌리고 싶었을 테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무능했기에, 재벌 회장을 불러다 푼돈을 뜯는 양아치밖에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명박이 빼돌린 돈은 차원이 다르다.
누군가의 이익으로 귀결된 4대강 사업에 20조가 넘는 돈이 들어갔고,
사업성도 없는 곳에 돈을 뿌리다시피한 자원외교는

그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사악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무능하면 큰 손해를 끼치지 못하지만,
사악한 자가 영악하고 부지런하기까지 하면 그 피해가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시에서 상수도사업본부 본부장을 하던 원세훈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도
이명박이 아니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파격인사였는데,
이명박의 기대대로 원세훈은 국정원 요원들을 내로라할 악플러로 키워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문제가 됐던 블랙리스트도 이명박이 원조였으니,

박근혜가 한 일은 이 사업을 계승한 것에 불과했다.

악인의 조건 중 하나인 뻔뻔함은 어떨까.
국정농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박근혜의 뻔뻔함도 보통 사람은 흉내조차 낼 수 없지만,

그런 박근혜도 이명박 앞에서는 몇 수 아래인 듯싶다.
<공범자들>에서 MBC 파괴의 책임을 김재철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지만,
다음 구절을 보면 이 인간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가 퇴임 이후 2년 2개월간 모두 2255차례-국내 2240회, 해외 15회-경호 활동을 지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3번 꼴이다.”
이런 분이니, 적폐청산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노무현 정부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는 우리도 이미 알고 있는 게 많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정리해 보자.
1) 해먹은 돈의 액수: 이명박 >>>>>>넘사벽>>>>박근혜
2) 언론장악: 이명박 >> 박근혜
3)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사유화: 이명박 > 박근혜
4) 뻔뻔함: 이명박 > 박근혜
5) 말사랑: 이명박 < 박근혜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vs 박근혜 대결에서 이명박이 더 나은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참에 이명박의 실체를 제대로 밝힘으로써 더 이상 헷갈리는 분이 없기를,
이번 추석이 이명박이 집에서 지내는 마지막 추석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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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때,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무릎이 까진 난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었는데,
지금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으로 보아 많이 아팠나보다.
내 몸이 아파서 우는 것, 이건 아이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육체적 고통 이외에도 아이들은 자주 운다.
과자를 땅에 떨어뜨린 게 아까워서 울고,
잘못해서 혼났다고 울고, 무서워서 운다.
간혹 억울해서 울기도 하며, 부모에게 내 요구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우는 애도 있다.

어른이 되면 우는 이유가 좀 더 다양해지는데,
아이와 다른 점은 타인의 고통 때문에 운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잃는 것에 슬픔을 느끼는 건 아이들에서도 나타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 배우자의 장례식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건
주로 어른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건 그 친구에게 감정이입을 한 결과로,
‘내가 저 상황이면 정말 슬프겠구나’라며 역지사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어른들은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의 비극에 울기도 한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미증유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억울하게 죽어간 그들을 생각하며 울기도 한다.

 

 

 

세월호 사건 당시 진도체육관을 찾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이하 박근혜)은 울지 않았다.
비극 앞에서 대통령이 꼭 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관점에서 본다면 냉정을 유지한 채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는 것이
대통령에게 더 필요한 덕목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에게 눈물이 필요한 이유는
그게 타인의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는 신호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문제해결이 시작될 수 있어서다.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지 않는다면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유족들의 요구가 짜증이 나겠지만,
그 반대라면 만사 제쳐두고 유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할 것이고,
그러다보면 사태의 진정한 수습이 가능해진다

.
세월호와 관련된 대국민 담화 때 박근혜가 눈물을 흘리긴 했다.
하지만 그게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감정이입을 한 결과가 아니라는 건
그 후의 행보에서 드러난다.
만나달라는 유족들의 거듭된 요구를 대통령은 거부했고,
원래 약속했던 세월호특별법과 진상조사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대국민 담화 때의 눈물이 눈을 깜빡이지 않은 결과물이라는 시중의 낭설이
사실일 수도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눈물이 별로 없는 사람도 있고, 박근혜도 그 중 하나일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는 가끔씩 눈물을 흘렸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 2차 대국민 담화 때,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는 명언을 남기면서
박근혜는 눈물을 보였다.
그 눈물은 자신이 당하고 있는 일들이 억울해 죽겠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눈물을 이용해 당장의 위기를 타개해 보려는 수단이었을 텐데,
이런 눈물은 전형적으로 어린이에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이외에도 박근혜가 눈물을 보인 적이 몇 번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으로, 당시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을 맞고 총선에서 전멸할 위기였다.
그때 박근혜는 TV에 나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도와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는데,
그 덕분에 한나라당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린다.
이것 역시 “나 이거 사줘!”라며 칭얼대는 어린아이의 눈물과 같은 맥락이었으니,
박근혜의 눈물은 어린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눈물이 많은 분이다.
내가 별로라고 평했던 영화 <택시운전사>를 보고도 우셨다니,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우는 것 같다.
내가 주목한 장면은 세월호 유족들을 만났을 때 문대통령이 보인 눈물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부 차원의 사과를 했다.”1)
참사 직후에도 울지 않는 분이 있는 반면
3년이나 지난 일에 대통령이 울 수 있었던 것은 유족들의 감정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세월호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돼야 이 눈물이 의미있는 것이 되겠지만,
정치 지도자의 눈물은 그 자체로 문제해결의 시작이 될 수 있는지라
이전 정권에서 눈의 가시같은 존재 취급을 받았던 유족들이 이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전혀 몰랐던 남의 슬픔에 공감하는 능력,
박근혜에겐 없고 문재인에겐 있는 이 능력이
앞으로도 대통령으로 하여금 ‘어른의 눈물’을 흘리게 하고
억울해서 잠 못 이루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기를 빈다.

 

1) 文대통령, 눈물 속 '세월호 진상규명-미수습자 수색' 약속, 머니투데이 2017-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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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봐야 할 것 같아서 어젯밤 혼자 나가서 보고 온 영화.

송강호가 나오고 또 광주 이야기니 엄청난 대작이 탄생할 것 같았지만

보고 난 느낌은 '기대이하'였다.

송강호가 독일에서 온 기자를 택시에 태워 광주까지 태워다 주고,

다시 김포공항까지 태워다 준다는 게 스토리의 전부다.

물론 그 중간에 광주민주화운동 (이하 광주) 현장이 나오긴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만든다는 건 무리였다.  

영화는 이게 실화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화'가 의미를 갖는 건 실화가 영화보다 더 훨씬 영화같을 때에 국한된다.

감독도 스토리의 빈약함을 만회하기 위해 여러 픽션을 배치하는데,

그 픽션들이 스토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정도는 아니다. 

특히 뜬금없이 등장한, 택시들을 이용한 카체이싱은 스토리에 녹아들어가는 대신

이게 뭔가 싶은, 이질감을 줬다.


강풀의 웹툰을 원작으로 삼은 26년을 보자.

거기 나온 주인공들은 다 광주와 관련된 하나의 스토리가 있고,

그 스토리들이 결국 광주라는 거대한 물줄기로 이어져 영화 내내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그런 스토리가 전혀 없다.

독일인 기자는 왜 그리 광주에 집착하는지 전혀 나오지 않고,

송강호의 스토리도 그 당시로선 그리 특별할 게 없어 보인다.

게다가 갑자기 나온 유해진은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게 이상한 사람이었다.

감독으로선 광주시민이 폭도가 아니고, 아주 순박한 사람들인데 억울하게 당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현실성이 있어야 했다. 

<디워>와 비슷하게 개봉했던 <화려한 휴가>가 갑자기 생각나는데,

평론가들은 광주를 일회성으로 소비하느니 뭐니 비판했지만

개인적으론 그 영화가 광주를 훨씬 더 잘 알려주는 듯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별점 10점을 주는 건 광주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서일 것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그 당시 아무것도 안한 것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고,

젊은 사람들은 광주가 있었기에 지금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리라.

(심지어 평론가들조차 6.1이라는 파격적인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별점을 낮게 주는 게 광주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물론 그 목적으로 1점을 주는 분들도 있다).

소재가 아무리 숭고한 것일지언정, 영화는 기본적으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예술이며,

당연히 재미도 있어야 한다.

내가 <변호인>을 높게 평가하는 건 그게 꼭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주제로 한 영화라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이 하면 무조건 박수받는 시대에 문재인의 정치적 고향이라 할 광주가 상영되니

누가 이 영화에 딴지를 걸겠느냐만,

이 영화를 보고나니 노무현을 능청스럽게 연기했던 송강호의 연기력과

아직도 청산되지 못한 광주라는 소재가 아쉽게 느껴진다.

이미 4백만을 돌파했으니 이 영화가 천만을 넘기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난 이 영화가 성공한 영화라고 생각지 않을 것이다.

흥행의 이유가 영화를 잘 만들어서가 아니라, 영화외적인 이유이기 때문에.


* 광주가 청산되지 못했다는 건 보상 차원이 아니다.

인터넷만 쳐보면 광주는 빨갱이와 간첩이 일으켰다는 주장이 판을 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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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와 재수

 

 

김학철, 박한범, 박봉순, 최병윤. 요즘 억세게 재수없는 분들이다.
이들에게 재수가 없다고 하는 건 너무 이분들 편에 서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재수가 없는 건 사실이다.

지난 7월 16일, 충청도 지역에는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내가 사는 천안은 원래 자연재해가 없어서 ‘하늘 아래 안전한 곳’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이번엔 지하차도가 다 잠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다.
청주 역시 기상청 관측 이래 2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니,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8박10일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구경하러 갈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데,
왜 하필 이 시기에 맞춰 물난리가 났는지,
이분들은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했으리라.
위에 언급한 분들이 재수가 없다고 하는 건 이 대목이다.

 

 

                                                         * 내가 사는 집 바로 옆의 지하차도 2개가 물에 잠겼다 ㅠㅠ

                                  

 

하지만 이분들이 재수는 없었을지언정, 뚝심은 있었던 것 같다.
도의원의 역할이 뭔지 정확히는 모른다만
그래도 자신들의 담당 지역구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물난리가 났다면 외유를 떠나는 걸 한번쯤 고려해봤어야 하건만,
다시금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 3대 2로 강행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 명 정도는 가자고 우길 수 있다고 쳐도,
그런 정신나간 분들이 셋이나 있다는 건 그 셋이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라는 걸 감안해도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강행한 이유가 “이미 두 차례나 연기했던 연수 일정”이고
“민선 6기 임기 중 마지막 기회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이라니,
그들의 말과 달리 꼭 가야 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자신들에게만 의미를 가질 외유를 강행하는 그 뚝심을 난 존경하며,
그런 뚝심이라면 지금 쏟아지는 비판도 다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결국 이분들은 구경도 제대로 못한 채 급히 귀국해 기자회견장에 서야 했다.

 

마음에 없을 사과를 하긴 했지만, 이분들을 단죄하고 사태를 마무리짓는 건 좀 허전하다.
업무와 그닥 관계없을 외유로 국고를 탕진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다.
내가 사는 천안을 예로 들어봐도 여러 건이 나온다.

-2014-10-21; 천안시의회 의원들이 절차를 무시한 해외연수 강행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천안시의회에 따르면 천안시의회 의원 21명 가운데 15명이 3개팀으로 나눠 지난 19일 터키, 20일 일본으로 해외 연수를 떠난데 이어 21일 중국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연수 비용은 1인당 140만-180만원이 지원되며, 터키팀은 130만원을 자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연수 목적도 명확치 않고, 일반 여행상품과 대동소이한 외유성 관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1)
-2015-11-23; 충남 천안시의회가 고질적인 외유성 국외출장 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천안시의회에 따르면 복지문화위원회는 지난달 10일간 서유럽을, 건설도시위원회는 9월 하순 7일간 미국과 캐나다를 각각 다녀온 뒤 최근 국외출장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연수단은 계획과 달리 다른 곳을 둘러보고, 보고서의 상당부분도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그대로 옮겨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국외출장에서 복지문화위원회는 4,400여만원을 들여 시의원 7명과 의회사무국직원 2명 등 9명, 건설도시위원회는 2,480만원을 들여 시의원 8명과 직원 2명 등 10명이 참여했다.
-2016-11-4; 시의원 2명이 구속된 초유의 사태 속에 천안시의회가 국외출장을 강행했다. 3일 천안시의회에 따르면..12명의 시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 2명, 행정부 1명 등 15명은 7박 9일(11월 3일~11일) 일정으로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4개국을 방문하는 국외출장을 떠났다. 이번 국외출장에는 시 예산 3499만 원이 투입된다.3)

 

이게 비단 천안과 청주만의 일은 아닌지라,
‘시의원 & 외유’를 넣고 검색해보면 수많은 기사가 나온다.
충북도 의원들이 뭇매를 맞는 걸 지켜본 충주시 의원들이
8박 10일간 뉴질랜드와 호주를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긴급 취소했다는 미담이 가슴을 훈훈하게 하지만,
그동안 이런 식으로 낭비된 혈세가 도대체 얼마일지 생각하면
그 훈훈함의 수십배에 달하는 분노가 가슴에 회오리친다.
시민단체는 “이런 와중에 뭐하러 가느냐?”고 항의하고,
관련 기사도 죄다 비판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 의원들의 외유는 거의 관행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에 비판의 도마위에 오른 충북도의원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분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앞으로 자치단체 의원들과 국회의원들의 외유를 제한하는 게 어떨까.
최순실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독일에 간 안민석 의원같은 분도 있으니,
전면금지보다는 심사를 엄격히 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 규정을 위반한 이들에겐 가차없이 철퇴를 가하자.
우리가 80년에는 들쥐었을지언정, 37년이 지난 지금까지 들쥐일 수는 없으니까.

 

1)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40734

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69&aid=0000108721

3) http://www.cc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01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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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와 청계천

 

 

서울로7017에 관한 기사가 뜰 때마다 네티즌들은 입을 모아 박원순을 욕한다.

"매연 가득한 그곳에 왜 가느냐", "땡볕 피할 곳도 없어 사람들 걷다 쓰러진다"는 댓글을 보고 있노라면,

서울로가 세금낭비고, 엄청난 흉물이 하나 탄생한 것 같다.

 

 

하지만 다녀온 분들이 블로그에 남긴 후기를 보면 정반대의 얘기가 펼쳐진다.

가볼만한 곳이고 또 와야겠다, 밤에 오자, 이런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개통 한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사람이 바글바글하단다.

서울로가 정말 흉물이라면 지금쯤은 소문이 나서 아무도 걷지 않아야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의심을 할만하다.

서울로를 욕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실제 가본 적이 없는 분들이 아니냐는 것이다.

즉 서울로를 만든 이가 박원순이니,

서울로의 실체에 무관하게 욕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서울로는 원래 있던 다리를 보행로로 바꾼 거라, 예산낭비에서는 어느 정도 자유롭다 (그래도 580억이 들긴 했다).

게다가 서울로의 최대 장점은 신호등과 지하도를 거치지 않고 서울역 인근의 목적지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역을 뻔질나게 다녀본 경험으로 말씀드리건대,

서울역에서 인근 건물로 가려면 좀 불편하다.

가까운 거리라도 신호등 4-5개를 건너거나 아니면 음침한 지하도를 가야 하는데

서울로를 이용하면 훨씬 간편하다는 거다.

서울역 일대를 오갈 수 있는 17개의 연결망을 갖춘 초대형 육교,

이것만으로도 서울로의 기능은 충분하다고 본다.

어차피 고가도로가 낡아 철거해야 했으니,

그걸 육교로 리모델링한 게 뭐그리 욕먹을 일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공원'으로 보기엔 부족할지언정

족욕탕과 카페, 각종 식물 등 볼거리까지 있다면 600억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욕하는 분들은 앞으로도 관련기사만 뜨면 거품을 물 테지만,

조형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만든 이를 떠올리며 욕을 하는 그분들이 안스럽기 짝이없다.


이건 비단 박원순의 반대쪽 사람들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을 만들었을 때,

할머니를 모시고 가서 함께 산책을 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는데,

당시 내가 다니는 사이트에다 '청계천 참 좋더라'라고 썼더니, 난리가 났다.

청계천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아느냐부터 (인근 상인들의 생계를 박탈하고 만들어졌다고)

그 물을 흐르게 하는데 얼마나 세금이 낭비되는지 (하루 2천만원이란다)

그게 시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MB 자신의 대권욕심 때문에 만든 거라는 얘기까지 (결국 MB는 대통령이 됐다),

어찌나 욕을 먹었는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런 청계천을 보며 좋아하는 내가 순진하고 어리석은 거라는 말도 들었다.

볼 게 그리 많지 않은 서울에서 물이 흐르는 산책로를 보며 좋아한 것이 그리 큰 잘못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많은 시민들이 즐거워한다면 거기에 돈을 쓰는 게 나쁜 일은 아니며,

그런 업적을 바탕으로 대권에 도전한다면 그걸 천하없는 나쁜 짓이라고 욕할 수는 없지 않을까.


그로부터 십여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은 서울로 2017을 열심히 깐다.

그들의 논리는 십여년 전 청계천을 까는 논리와 판박이처럼 똑같다.

그런데 댓글들 중 신기한 대목이 있다.

매연 마시러 뭐하러 거길 가느냐며 차라리 청계천을 가란다.

이 글에 공감이 많은 걸 보면

개통 초창기 사람들이 그렇게 욕하던 청계천은 이제 서울의 흉물에서 명물로 입지가 바뀐 모양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10년쯤 후, 사람들이 또 다른 욕할 거리를 찾아나설 그때쯤엔

서울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 것 같다.

끝으로 서울로를 욕하는 분들에게 한 마디 드린다.

"죄는 미워도 건축물은 미워하지 말랍니다. 증오의 안경을 벗고 세상을 바라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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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순항하던 문재인 정부가 흔들리고 있다.
이유는 다 알다시피 ‘인사’다.
완전히 깨끗한 사람을 구하기가 너무도 힘든 탓이다.
제1 야당이 일말의 양심도 없는 자유한국당이라는 것도 슬픈 일이고,
정부를 인수인계할 기간이 없다는 것도 제대로 된 인사를 못하는 이유일 수 있지만,
이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때 스스로 자초한 면도 있다.
그는 5대 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고위공직자 인선 때 배제하자고 했다.
다들 알다시피 그 5대 비리는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전입, 논문표절이다.
새누리당 치하에서 임명되는 공직자 중 5대비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기에,
문재인의 ‘5대비리 배제 공약’은 그 당시로서는 대중에게 어필할 멋진 공약이었다.

하지만 내가 만약 문재인 캠프에서 발언할 수 있는 위치였다면
이런 섣부른 공약을 발표하지 못하도록 조언했을 것 같다.
장관급 요직에 임명될 후보들이라면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잘나가는 사람들인데,
위에 언급된 비리와 무관할 수 있을까?


저분들에 비하면 잘나가는 축에도 끼지 못할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일단 걸리는 게 논문표절이다.
표절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남의 것을 그대로 베끼는 파렴치한 행위지만,
내가 논문을 쓰기 시작한 90년대와 지금은 표절의 기준 자체가 다르다.
석사과정 때 난 A라는 기생충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어 그 구조를 자세히 관찰하는 연구를 했다.
논문을 쓸 때 ‘연구방법’에 A를 전자현미경으로 찍게끔 처리하는 과정을 써야 하고,
전자현미경을 찍는 방법도 자세히 기술해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생충을 전자현미경으로 찍는 건 새로운 연구가 아니다.
이미 수많은 선배들이 여러 기생충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었다.
기생충은 달라도 전자현미경을 찍는 과정이 다르지 않은지라,
난 선배들이 쓴 연구방법을 그대로 옮겨적었다.
그 선배들은 그보다 앞선 선배들의 연구방법을 그대로 옮겨적었다.
그땐 그게 당연한 것으로 알았고, 이게 표절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새로 바뀐 표절규정에 따르면 6단어가 연속해서 똑같다면 그건 표절이란다.
내가 만일 공직자 후보가 됐다면 이런 기사가 나갔을 것이다.
“서민교수는 94년에 쓴 석사논문의 한 페이지가 완전히 똑같아, 이건 숫제 복사기 수준이다.
문도리코로 알려진 문대성이 울고 갈 정도다.”
공직자 후보들 중 교수 출신이라면, 그리고 80-90년대에 논문을 쓴 적이 있다면,
표절에서 자유롭기 힘들 것이다.
이이제이라는 팟캐스트로 알려진 이작가의 말을 인용한다.
“그래서 내가 논문을 안쓰는 거야. 논문을 한편도 안썼거든.”
인사원칙 첫 번째. 5대비리를 배제하려면 교수 출신을 멀리해야 한다.

 

 

 

병역문제는 나와 무관하다.
3년 3개월간 공중보건의로 복무했으니 말이다.
다만 내가 근무한 곳이 은평구의 질병관리본부였으니,
‘이거 특혜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그 당시 나처럼 기초의학을 전공한 8명 모두가 질병관리본부와 그 맞은편에 위치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근무했지만,
선정적인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쓸지 모르겠다.
“서민 후보자, 황제 군생활..... 서울서 출퇴근하면서 매일 술마셔”

인사원칙 두번째, 5대비리를 배제하려면 남자를 멀리하라.

위장전입도 다행히 나와 상관이 없다.
애가 다섯이긴 하지만 생물학적 종이 ‘개’인지라 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내게 애가 있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지금 사는 곳이 천안이고, 천안보다는 아무래도 서울이 더 교육여건이 좋으니,
고교진학에 맞춰 애를 서울에 사는 어머니 주소로, 혹은 누나 주소로 위장전입을 시켰으리라.
이게 좋은 일은 분명 아니지만,
애 교육을 위해 중남미 국적을 허위취득하는 세상에서,
부동산투기 목적도 아닌 위장전입에 그다지 죄의식을 갖진 않았으리라.
아무튼 내가 공직자 후보가 된다면 언론에서는 다음과 같은 기사를 쓸지 모르겠다.
“서민 후보자, 위장전입 할까봐 아예 애 안낳았다!”
“인구절벽 헬조선에서 애 안낳는 서민 후보자, 국익보단 사익?”
“안낳은 건가 못낳은 건가? 서민 후보자 의혹”

인사원칙 세번째, 5대비리를 배제하려면 자녀가 있는 자를 멀리하라.

부동산투기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가 현재 사시는 건물의 명의를 나랑 공동명의로 바꾸셨는데,
그게 문제가 될 수 있겠다.
게다가 내가 사는 천안의 집도 아내 명의,
예상되는 언론기사, “이름만 서민이지 사실은 부동산재벌? 서민코스프레 그만하라!”

인사원칙 네번째, 5대비리를 배제하려면 자기 집이 없는 이를 중용하라.

딱 하나 자신있는 건 세금탈루 부분으로,
난 세금을 열심히 납부하고 있다.
월급을 받아서 내는 세금 이외에 과외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을 많이 냈는데,
역시 이런 기사가 나갈 수 있겠다.
“잦은 외부강연...서민 너는 도대체 직업이 뭐냐?”
이런 이유로 난 고위공직자로 부적격이다.

인사원칙 다섯번째, 5대 비리를 배제하려면 수입이 없는 이를 중용하라.

 


내 주변을 봐도 5대비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 보이던데,
이런 추세라면 문재인 정부의 장관 임명이 굉장히 늦게 마무리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총리나 장관을 분위기 쇄신용으로 갈아치우는 게 관행이 되다시피 해,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총리와 장관이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면서 이젠 함부로 사람을 바꾸지 못하게 돼버렸다.
예컨대 세월호 사건이 나고 난 뒤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표를 제출했지만,
그 뒤 새 총리후보로 임명된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낙마하는 바람에
사표를 냈던 정홍원은 그 뒤로도 열달 가량 더 총리직에 더 머물러야 했다.
그러니까 총리와 장관의 인사청문회 도입은
더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공직자마저 경질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하물며 5대비리 연루자를 배제하겠다니, 이러다간 내각 구성 자체가 안될지 모르겠다.
그래서 문대통령에게 건의드린다.
지금이라도 자신의 공약이 섣부른 것임을 인정하고,
최소한 위장전입과 논문표절만이라도 철회하는 게 어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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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많은 고민 가운데 던진 소신있는 한 표 기억하겠습니다.”
“이런 분이 정말 보수중의 보수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5월 31일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댓글들-

 

어줍잖은 책을 한 권 썼다.
그게 정치에 관한 책이다보니 국회방송에서 운영하는 <TV, 도서관에 가다>에 나가게 됐다.
여느 책프로처럼 MC와 둘이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패널이 두명 더 있었다.
한분은 경남대 김근식 교수님이고 또 한분은, 무려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책 자체가 아무래도 진보를 지향하다보니,
왜 이런 책을 썼냐고 나를 마구 몰아붙일까봐 걱정이 됐다.
하지만 막상 만난 그 의원은 내가 가진 선입견을 모조리 깨줬다.
건설분야의 전문가인 그분은 2016년 총선 때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는데
말씀도 잘 하시는데다 매우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었다.
방송에서 내가 한 말, “자유한국당 의원이라고 해서 머리에 뿔난 줄 알았는데,
이렇게 훌륭한 분이 계시는지 몰랐습니다.”

어느 집단이나 문제를 일으키는 건 일부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다 나름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집단은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
이건 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되며, 자유한국당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뭘까?
김근식 교수가 여기에 대한 답을 준다.
“의원 개개인은 훌륭한 분들이 많은데, 이들이 훌륭하지 않은 정당에 묶여있기 때문이죠.”
맞다.
국회의원은 때때로 개인이 아닌 전체의 일부로만 기능해야 하며,
당론이란 억압은 거기 동원된 의원 전체를 매도하는 근거가 된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해서
이들 모두가 다 한심한 정치인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그 토론 덕분에 난 김현아라는 참 괜찮은 의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
방송을 한 보람은 충분했다.

그날 오후, 총리인준에 관한 표결이 있었다.
위장전입과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은 총리에 대해 국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건
너무도 당연했지만,
자유한국당 (이하 한국당)의 반응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총리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통령이란 자리에 박근혜를 추대했고,
그것도 모자라 지난 대선 때는 성완종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홍준표를 후보로 옹립한 당에서
별로 역할이 없는 총리의 흠결을 붙들고 늘어지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자신들의 잘못으로 인해 새 대통령이 정권을 인수할 기간조차 확보하지 못했다면,
돕지는 못한다해도 최소한 훼방은 놓지 말아야 하는 게 최소한의 양심이리라.
하지만 한국당은 그런 정당이 아니었기에,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역시!’라는 감탄이 나오게 만들었다.
그런데 전원 퇴장이라는 당론을 거스르고 본회의에 나가 찬성표를 던진 의원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내가 아침에 만났던 김현아 의원이었다.!

 

김의원은 왜 그랬을까.
“이 후보자에 대한 많은 흠결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탄핵정국 이후 그 무엇보다 국정안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으로 표결에 참여했으며,
같은 이유에서 찬성표를 던졌다.”
네티즌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이건 한국당에게도 좋은 일인 것이,
그 당에도 제대로 된 사람이 최소한 한명은 있다는,
어쩌면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김의원의 항명에 분노했고,
본인의 동의나 설명 절차 없이 강제로 상임위를 변경하는,
소위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한다.
이 사태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는 아까 했던 생각을 고쳐먹게 만든다.
한국당은 의인을 내쫓는 당이니, 그 안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찾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할 거라고.
실제 김현아 의원은 이전에도 당원권 3년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바 있으니,
악의 소굴에 있는 의인에겐 시련이 끊이지 않는 것 같다.

총리인준에 찬성표를 던지자는 결정은 아마 며칠 전에 내렸을 것이다.
그 결정을 실행에 옮기는 날, 김현아 의원은 마음이 편하진 않았으리라.
그럼에도 김의원은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고 방송을 했고,
하는 말마다 국민에 대한 애정이 넘쳤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김의원이 악의 소굴에 있었기 때문에 더 빛이 났을지도 모른다고.
악의 소굴이 천사의 둥지로 거듭나긴 어려울 테니,
김의원이 하루빨리 거기서 벗어나 소신껏 일할 수 있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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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어머니는 스파이입니다.
박사모들한테 둘러싸여 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수시로 제게 보고합니다.
제가 가끔 글에서 인용하곤 하는, 박사모들의 카톡도 다 어머니가 보내주신 것들입니다.
어제 어머니가 들은 대화내용입니다.
박사모1: 문재인이 되다니 기가 막혀 죽겠어 증말.
박사모2: 박근혜 대통령이 뭐 하려고 하면 지네들이 사사건건 반대만 했잖아?
 이제 우리도 똑같이 해주면 돼. 무조건 반대하는 거야.
박사모3: 좀만 기다려 봐. 노무현처럼 3년 안에 자살할지도 모르잖아.

 

어머니가 78세인지라 이분들 역시 다 비슷한 연배입니다.
40세를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불혹이라고 했고,
60세를 귀가 순해진다고 ‘이순’이라고 했던 공자는
70세를 종심(從心), 즉 마음대로 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나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종심을 이미 지난 저 박사모들에게
우리나라의 앞날은 그다지 걱정되지 않는가 봅니다.
저희집에서 기르는 개도 달리다가 물그릇을 엎기라도 하면 미안해합니다.
그러니 자신들이 맹목적으로 지지했던 박근혜가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을 일으켰다면
최소한 미안한 척이라도 해야 맞습니다.
하지만 홍준표가 24%를 얻으며 2위를 차지한 이번 투표결과만 놓고봐도
그들에게 일말의 양심을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 (緣木求魚)인 듯합니다.

 

출구조사에 의하면 이번 대선에서 60대 이상은 45.8%, 70대 이상은 50.9%가 홍준표를 지지했습니다.
이분들은 삶의 전성기를 이미 보낸 분들입니다.
그런데도 이분들은, 젊은 세대가 만들려고 하는 대한민국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이 나라를 산으로 몰고가려고 합니다.
젊은 세대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도 따지고보면 여기에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
그분들은 젊은 세대가 감성적이라 뭘 모른다고 하지만,
문재인이 되면 나라가 북한한테 넘어간다고 주장하는 그분들이야말로
이성과 담을 쌓은 분들인 거죠.
2017년 5월 9일 기준, 60대 이상은 1036만명으로 전체의 24.4%입니다.
게다가 투표를 별로 안하는 20, 30대와 달리
부지런히 투표장에 나가서 몰표를 던집니다.
보수가 아무리 삽질을 해도 제대로 된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무서운 사실은 이분들의 숫자가 선거 때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죠.
2012년 대선 때 60대 이상이 843만명으로 20.8%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 대선 때 이분들의 영향력은 훨씬 더 커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그 이하 연령은 판단력이 떨어져 자기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한다는 가정하에서입니다.
그런데 70대의 판단력은 과연 괜찮은 것일까요.
박사모들을 보나, 투표결과로 보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게 이번 정권에서 고령자, 구체적으로 70세 이상 노인의 투표권 제한을 관철시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70대 이상이라고 다 이상하냐는 반론을 제기하겠지만,
19세 미만에도 사리분별이 어른보다 뛰어난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미래의 대한민국을 살아갈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원하는 나라를 만들게끔 어른들은 빠져주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적폐세력 청산도 매우 중요한 문제겠지만,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을 위해 70세 투표권 제한을 꼭 해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오랫동안 글을 안썼습니다.
제 정치적 동지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가니까 글쓸 건덕지가 없더라고요 ^^
게다가 제가 1번과 3번을 모두 지지하지 않는지라
그냥 글을 안쓰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걱정입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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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김치찌개



언젠가 아내가 아침 일찍 서울에 간다고,

햄을 구워놓고 간다고 했다.

이게 좀 의아했던 건 난 평소 아침을 안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햄을 보니 갑자기 아침이 댕겼기에,

렌지에 햇반을 돌리기 시작했다.

돌리면서 보니까 냄비에 김치찌개가 들어있다.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아, 내 아내가 나를 위해 찌개를 끓였구나."

좋아하는 햄과 김치찌개에 밥을 맛있게 먹었다.


퇴근 후 만난 아내에게 아침 잘 먹었다고 이야기했다.

"여보가 김치찌개도 끓여 놨더라? 맛있게 잘 먹었어."

아내가 놀란다. "무슨 김치찌개?"

아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외친다.

"그거, 오래돼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걸 먹었어?"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그 김치찌개는 내가 2주쯤 전에 우리동네 김치찌개집에서

포장을 해온 거였는데

버리는 걸 잘 안하는 아내는 그걸 차일피일 미룬 채 부엌에 방치하고 있었다.

아내 말에 의하면 곰팡이 슬었을까봐 무서워서 못버린 거라나.

그 김치찌개를 난 먹었다.

그것도 한그릇이 아니라, 맛있다며 한그릇을 더 먹었고

그 안의 고기와 김치까지 다 긁어먹었다.

아내는 말한다.

"야, 변한 냄새 안나디?"


자랑은 아니지만 난 십대 후반에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린 후 코로 숨을 쉬지 못했고,

냄새도 맡지 못한다.

그래서 실험할 때 "이게 포르말린인가 알코올인가" 구별을 못해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으니,

설사 그 김치찌개가 변했다고 한들 어떻게 알았겠는가?

사람이란 참 신기한 존재인 게,

아침 든든히 먹었다고 기분좋게 하루를 보냈던 난

변했을지 모른다는 아내의 말에 갑자기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억지로 잠을 청했지만, 엄청난 악몽을 꿨다.

고3이고 입시가 코앞인데, 공부를 하나도 안한 그런 꿈을.

그 꿈을 꾼 덕분인지 미식거림은 다행히 멈췄다.

그래도 난, 여전히 아내가 사랑스럽다.

비록 변한 김치찌개를 먹게 했어도.


* 만우절에 나름대로 멋진 글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친한 친구의 부친상 때문에 3월 31일부터 4월 1일 3시까지 집에 들어오지 못했고,


그 바람에 글쓸 타이밍을 놓쳤습니다ㅠㅠ


할 수 없이 제가 복면가왕에 나왔다는, 평범한 거짓말을 몇몇 분들에게 문자로 전송하는 데 그쳤습니다.


원래 쓰려던 건 이거였어요.


제가 영화에 나온다는 거죠.


[영화 구속, 기생충박사 서민 출연 확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관한 영화가 만들어진다....


영화 '구속'에서 전원주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 역을 맡고


최순실 역에는 박경림 씨, 우병우 전 수석에 정준하 씨 등이 출연한다.


기생충박사 서민은 제대로 말을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 박 전 대통령이 혹시 기생충에 걸린 게 아니냐고 병원에 왔을 때


"그럴 가능성이 높다"며 자문하는 역할로 나온다]


뭐 대충 이렇게 거짓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쓰고 보니까 제가 바빴던 게 다행이다 싶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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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와 진돗개



박근혜가 삼성동 주민에게 선물 받았다는 진돗개 두 마리를 안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선물이 돼선 안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받는 이가 그 동물을 좋아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동물을 주는 건 서로에게 비극이 된다. 

판다 쯤 되는 희귀한 동물이라면 또 모르겠다만,

우리나라에서 개는, 설사 진돗개라 해도, 구하기 어려운 동물은 아니다. 

개를 좋아하는 이는 대부분 개를 기른다.

여건이 안돼 기르지 못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구하지 못해서 못기르는 이는 없단 얘기다. 

그럼 박근혜는 개를 좋아할까.

그의 삶을 뒤져봐도 그런 흔적을 찾긴 어렵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주민이 개를 선물한 건, 

박근혜의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의 계획이었다. 

박근혜와 그 개의 관계는 출발부터 어긋난 거였다.


개를 싫어하는 사람 중 일부는 개에 대한 편견 때문에 개를 싫어한다.

그랬던 사람이 개와 함께 지내면서 개를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애교가 뛰어날 뿐 아니라 주인에 대한 충성심도 대단한 개의 본성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사람의 마음도 능히 녹일 수 있으니 말이다. 

기획의 산물이긴 해도 전국민 앞에서 개를 예뻐하는 척 했다면,

박근혜에게는 개를 돌볼 의무도 있다. 

어차피 할 일도 없었으니 관저에서 개를 쓰다듬는 정도는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박근혜가 “출근할 때마다 반겨준다”며 SNS에 쓴 걸 보면 

그 개는 삶의 주 무대가 관저였던 박근혜 곁이 아닌,

청와대 본관에 있었다.

관저에 주로 머물며 출근도 잘 안했다는 점에서,

박근혜가 개를 만날 일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즉 박근혜는 사진 찍을 때를 제외하면 그 개에 대해 일말의 관심도 없었을 터,

그래서 난 박근혜가 자택으로 가면서 

“진돗개 혈통을 잘 보존할 수 있는 곳으로 보내 달라”고 말했다는 걸 믿지 않는다.

그가 진돗개에게 혈통이 있다는 걸 알았을 리도 없고,

설사 알았다해도 파면당해 쫓겨나는 마당에 개를 챙길만큼 우선순위를 높이 두진 않았을 것이다.

측근이 물었다해도 “내가 개까지 신경써야 해?”라며 화를 내는 게 더 박근혜답지 않을까. 

그렇다면 출근할 때마다 개가 반겨줬다는 SNS는 진실일까.

이것 역시, 다른 이가 써준 것일 확률이 높다.

오히려 개들은 박근혜로부터 풍기는 범죄의 냄새 때문에 

그가 나타날 때마다 경계를 했을 것 같다. 

혹시 그 SNS가 진실이라면, 그건 개들이 당장 꺼지라는 의미로 짖는 걸 

박근혜가 반가움의 표시로 착각한 탓이리라.

2017년 3월 10일, 박근혜가 파면당하면서 개와 박근혜의 형식적인 관계는 끝이 난다. 


사람들은 박근혜가 자택으로 가면서 개를 데려가지 않은 걸 욕한다.

박근혜가 최근 4년간 한 모든 일에 대해 욕을 해도 괜찮지만,

개를 놔두고 간 건 백번 잘한 일이다. 

명목상의 주인은 박근혜일지라도,

실제 주인은 박근혜가 아니다. 

개는 자신의 소유권을 가진 이가 아닌,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이를 주인으로 섬기니까. 

박근혜가 자택으로 갈 때 개를 데려갔다면 

그건 그 개를 선물한 삼성동 주민에 대한 예의 때문이거나,

자기가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이기 위함이지,

개 주인의 의무감에서 나온 건 결코 아니었으리라.

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개와 함께 있는 건, 둘 모두에게 비극이니,

차라리 놓고 가는 게 좋았다.

그 개는 지금 혈통보존 단체로 갔다.

박근혜한테 간 것보다야 낫지만, 

거기서 하는 일이 새끼를 많이 낳는 것일 텐데,

그보다는 원래 개를 분양했던 진도주민 김기용 씨에게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거기 가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고, 지금까지 못받은 사랑을 받으며 살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실제로 김기용 씨는 개를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던데,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앞으로는 개가 정치인의 이미지를 위해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개도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주인과 같이 살 권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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