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돼지가 안되려면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집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유력지 논설위원으로 나오는 백윤식의 대사다.
영화속 이 말이 별다른 파문을 일으키지 못한 것으로 미루어
여기에 대해 불쾌감을 느낀 관객은 드물었던 모양이다.
오히려 그 발언은 아무 생각없이 선동에 넘어가는 우리의 현 상태를 제대로 짚어낸 명대사 취급을 받았고,
네이버 명대사 중 추천순으로 6위에 오르기도 했다.




“민중의 개돼지다. 먹여살리기만 하면 된다.”
2016년 7월 10일 밤, 인터넷은 난데없는 설화로 달아올랐다.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언론사와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한 저 말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것.
결국 나 기획관은 “죽을 죄를 지었다”며 사죄했다.
신기한 것은 나 기획관의 발언이 내부자들에서 백윤식의 말과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나 기획관도 영화에 나온 그 대사를 갖다 썼다고 진술한 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말에 대한 반응이 이리도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나 기획관이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었던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허구의 인물이 아닌, 실존하는 교육관료가 우리를 향해 그런 말을 한 게 불쾌감을 유발했다는 게 주된 이유일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개.돼지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도 격한 반응을 드러낸 이유일지 모르겠다.
위에서도 얘기한 것처럼 우리는 주체적으로 생각하기보단 선동에 쉽게 휩쓸리며,
그 결과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시시때때로 벌어진다.
세월호 사건을 보자.
배가 침몰하고 수백명의 학생들이 죽은 이 사건에서
가장 위로받아야 할 분들은 당연히 유가족이건만,
우리들은 그분들에게 돌팔매질을 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사건이 난 지 불과 2년이 지났을 뿐이고, 진상규명은 제대로 된 게 없지만,
사람들은 세월호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짜증을 낸다.

돼지들의 세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대도 이렇게까지 반인륜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았으리라.


불과 1년만에 세월호 뉴스가 지겹다는 사람이 37%였다....


경남지사 홍준표가 진주의료원을 없애려고 “귀족노조가 문제”라고 한 마디 하자
우르르 달려가 노조를 욕함으로써 진주의료원을 없애는 데 큰 공헌을 세웠고,
‘전교조 빨갱이’라는 말에 또 우르르 달려가 전교조를 욕함으로써
결국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가 재벌에게 그간 깎아준 세금을 다시 받겠다고 하면
결사적으로 반대하며, 그러는 사이 국가부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테지만,
여기에 대한 성찰은 거의 없다시피하다.
비단 나 기획관뿐 아니라 수많은 정치인이, 그리고 언론인이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 돼지라는 말이 불쾌한가?
그렇다면 나 기획관을 욕하는 데 그치지만 말고,
스스로 개. 돼지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언론의 선동에 놀아나지 말고 무엇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생각해 보시라.
“국민은 위대하다”라는 말에 취하는 대신 그 말을 하는 언론과 정치인을 의심하자.
마지막으로 투표를 잘 하자.
지역감정에 휩싸여 투표하기보단 후보와 공약을 꼼꼼이 따져보고 표를 던지자.
지금 우리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 못된다면,
그건 지킬 의지도 없는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를 뽑아 준 우리의 업보니까.


* 너무 오랫동안 글을 못썼습니다 .지난번 글이 부족한 탓에 반성의 시간을 보냈는데요,

일이 바쁜 것까지 겹쳐 생각보다 훨씬 길어져 버렸습니다. 앞으론 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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