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응은 없었지만 스스로 생각할 때 최고의 글이었던 <좌변기의 꿈>은 이렇게 시작된다.

“저 멀리 아프리카엔 가상의 나라 ‘누리공화국’이 있다. 인구 450만명의 조그만 나라인데...”

그 누리공화국 주민들은 기생충감염률이 심각해, 전국민 감염률이 거의 90%에 달했다.

다음 광경은 누리공화국에서는 흔히 보는 풍경이다.

장면 1; 누리공화국 학교 선생님,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다.

“그러니까 댓글을 다는 것도 중요한 선거전략이거든.... 어, 이게 뭐지? 회충이 입까지 기어올라왔네. 잠깐만요, 입에 회충 있는 것 좀 빼고 수업할게요.”

장면2: 대변을 보던 아이, 놀라서 엄마를 부른다.

아이: 엄마, 60센티짜리 기생충 조각이 나왔어요.

엄마: 아이 깜짝이야. 뭐 그런 거 가지고 놀라? 지금 엄마는 2미터짜리 기생충 빼내고 있는 중이거든.

 

 

집권하는 대통령마다 후진국의 상징인 기생충을 어떻게 박멸할지 고민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었다.

시중에 구충제가 있기는 있지만 워낙 비싼데다 구하기도 힘들었던 것.

그래서 사람들은 석유를 먹는다든지 독초를 먹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기생충을 없애려 했지만,

그건 기생충보다 오히려 자기 자신의 몸을 더 상하게 하는 길이었다.

 

그러던 중 희소식이 들려왔다.

차기 대통령 후보 G가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전 국민에게 구충제를 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

국정운영을 할 만한 경륜이 부족해 보여 그리 미덥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의 구충제 발언에 열광했고,

그 덕에 G는 대통령이 됐다.

사람들은 이제나 저제나 구충제가 지급될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나라에 돈이 없어서 구충제를 줄 수 없다는 것.

“에... 올해 아프리카 날씨가 너무 덥습니다. 그 바람에 사람들이 일을 안하고,

그러니까 세금을 안냅니다. 그러니 모두에게 약을 주는 건 어렵습니다.

이건 제가 공약을 안지키는 게 아니라, 일을 안하고 농땡이를 친 좌파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가 더운 게 어디 한두해냐’고 따졌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대신 G는 새로운 방식의 구충제 지급방식을 발표했다.

“에...그러니까... 돈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구충제를 사먹을 수가 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까지 구충제를 줄 필요는 없으니, 월수입 하위 70%만 구충제를 주겠습니다.“

 

 

 

 

서민 씨를 비롯한 기생충학자들은 격렬히 반발했다.

“구충제를 스스로 사먹으라고 하면 잘 안사먹습니다. 그들이 변을 보면 기생충알이 밖으로 나가고, 애써 치료한 사람들이 그 알을 먹고 다시 감염이 됩니다. 그럼 구충제 준 게 무효가 됩니다“

 

더 큰 문제는 회충약-디스토마약 연계였다.

회충약은 알벤다졸이라는 건데, 이 약은 회충과 편충 등 배추를 통해 전파되는 기생충에 효과가 있고,

디스토마약은 간디스토마와 촌충 등에 효과가 있어서 두 약을 모두 투여해야 몸안의 기생충이 박멸되는 거였지만,

G는 이렇게 말했다.

“에...최근 3년간 회충약인 알벤다졸을 먹은 사람에게는 회충약을 지급하지 않고 디스토시드만 주겠습니다. 회충약을 먹은 사람에게 또 회충약을 주는 것은 명백한 낭비입니다. 마찬가지로 디스토시드를 한 번이라도 먹은 사람에게는 회충약만 주겠습니다.”

기생충학자들은 더 크게 반발했다.

-회충약과 디스토마약은 전혀 다른 약으로, 연계해서는 안된다.

-그 두 약은 지속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 한번 먹었다고 해서 다시 기생충에 걸리는 걸 막아주지 못한다.

-누리공화국 국민들의 회충 감염률은 80%, 디스토마 감염률도 70%에 달하는만큼 어렵더라도 두 약을 한꺼번에 먹이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

 

 

하지만 G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이건 다 이전의 좌파정권들 탓입니다. 좌파정권이 기생충을 잔뜩 키워놓은 게 오늘날 기생충왕국의 이유입니다...”

신기한 것은 사람들이었다.

구충제 전원지급의 약속을 깼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G를 지지했다.

“몸에 기생충 좀 있으면 어때? 죽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내 말이 그말이야. 괜히 좌파들이 기생충 가지고 트집잡아 대통령의 인기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거 같아.”

이런 충성스러운 국민들 덕분에 G의 지지율은 지금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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