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단일화로 인해 박근혜가 속상할 것으로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사실 박근혜는 오랜 시간 단일화를 기다려왔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첫째, 관심

그 동안 박근혜는 억울했을 것이다.

지지도에서 오랫동안 1위를 달려온 후보인데,

사람들은 정작 자기에게 주목하기보단

2, 3위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만 관심을 쏟았다.

물론 박근혜 자신이 그리 매스컴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기자들에게도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해 왔지만,

이건 관심이 없어도 너-----무 없잖아!

하지만 안철수의 양보로 단일화가 성사됨으로써

이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둘째, 정책대결

사실 이번 대선 때 박근혜는 무지하게 많은 정책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놈의 단일화 때문에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무슨 정책을 펼 건지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거다.

세금을 줄인다는 줄푸세를 버리고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으로 소신을 바꿨지만

아무도 그 이유를 묻지 않았고,

재벌과 친하게 지내는 정책을 버리고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역시나 관심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여성을 내세워 ‘여성대통령은 정치개혁의 완성’이라고도 해보고,

충격요법용으로 ‘대통령이 되면 4년 중임제로 개헌할 거다’라고도 해봤지만,

사람들은 야속하리만큼 관심이 없었다.

이제 단일화가 됐으니 그간 준비한 수많은 주옥같은 정책들을 얘기할 수 있게 됐으니,

단일화야말로 박근혜에게 축복 그 자체다.

 

 

 

셋째, 토론

그간 박근혜는 TV 토론에 나오라는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저쪽은 아직 후보가 정해지지 않았는데 나 혼자 토론에 나가는 건

예의가 아니다“였는데,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지, 후보 결정이 안되도 너-----무 안되는 거다.

토론에 나가 “아는 게 없다”라는 세간의 평을 불식시켜보고 싶은 박근혜의 안타까운 마음을

이렇게 표현해 본다.

“저는 말을 못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달변인 편입니다. 병 걸리셨어요,라든지 저하고 싸우자는 건가요,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낸 게 도대체 누굽니까?”

 

 

 

하지만 이제 저쪽도 후보가 정해진 마당이라

박근혜는 TV 토론을 통해 그간 대중들이 몰랐던 자신의 말빨을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됐다.

야당 후보의 단일화에 박근혜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이유다.

 

 

넷째, 정치생명

(이건 앞의 세 가지와 좀 배치되는 측면이 있지만

어쩌면 이게 박근혜가 가장 바라는 것일 수도 있겠다.)

대구 보궐선거에서 “아버지”를 수십번 외치며 국회의원에 당선된 게 1998년,

박근혜는 그로부터 14년간을 정치인으로 살았다.

그 과정에서 느꼈을 것이다.

정치란 게 참 더럽고 치사한 거라고.

아버지가 사람 몇 명 죽인 걸 자기더러 사과하라고 하고,

몇 조원밖에 안되는 정수장학회마저 뺏으려 한다.

그것도 모자라 신나게 돈 벌고 있는 올케까지 자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는 판.

정치만 안했으면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살 팔자였고,

자기가 가진 돈이면 평생 놀고먹어도 충분한데,

대통령이 되면 5년간 갖은 욕을 먹으며 이 짓거리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만둔다고 하면 측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게 걱정되던 차에

야당 후보가 단일화됐다!

단일화 다음날 박근혜가 재빨리 의원직을 사퇴하고

선거에서 지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였다.

즉 단일화는 짜증스럽던 정치판을 떠날 좋은 계기,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안철수가 박근혜는 고맙지 않겠는가?

어제 기자회견에서 나온 "대통령직을 사퇴하겠습니다"란 말은

이런 심리상태를 반영한 거라 하겠다.

박근혜 씨, 그렇게 고마우면 언제 안철수 후보 찾아가서 밥 한번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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