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학을 하라고 날 꼬일 때,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21세기에는 기생충의 시대가 온다.”

그때는 정말 그런 일이 있을까 반신반의했지만, 지금은 안다. 

그런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2005년 김치기생충 파동 때 잠깐 “혹시 교수님이 말씀하신 게 이건가?” 싶었지만

기생충학자들이 인터뷰 공세에 시달렸던 그 시기는 금방 지나가고 말았다.

영화 연가시가 개봉했을 때 “교수님이 이걸 예언하신 건가?” 싶기도 했지만,

그 영화의 성공은 기생충의 시대와는 별 관계가 없었다.



그.래.서.

난 기생충의 시대를 만들기로 했다.

회충알 수십만개를 상수원에다 뿌린다든지, 이런 건 아니다.

기생충에 관한 멋진 소설을 써서 기생충 붐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것.

쥬라기공원이란 영화가 개봉된 뒤 공룡 붐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그걸 대놓고 따라한 ‘기생충공원’이란 소설을 써서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고자 했다.

1)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2) 영화로 만들어져 천만관객이 본다.

3) 공룡이 그랬던 것처럼 기생충이 캐릭터상품으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우리나라 애들이 과학적 호기심이 없는 이유가 기생충이 멸종한 탓이라고 믿고 있기에

이러게 만들어진 기생충 붐은 우리나라 과학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다행히 노빈손 시리즈를 낸 곳에서 내 요청을 받아줬고,

작년 겨울 동안 죽어라 원고를 집필했다.

기생충을 보러 온 관람객들을 기생충들이 인질로 잡고 기생충의 알을 먹이는 내용. 

수정을 위해 원고를 읽다가 깜짝 놀랐다.

읽는 내내 다음 내용이 궁금해 죽겠는 거다!

이런 생각을 했다.

“아니 내가 원작자인데 내가 재미있으면 일반 독자들은 거의 까무라치겠네?”

기생충의 시대가 곧 도래하겠구나는 생각에 엊그제 <매드맥스>를 보러 간 나는 깜짝 놀랐다.

<쥬라기 월드>라는 영화가 조.만.간. 개봉된단다.

예고편을 보니까 시조새가 사람을 납치하고, 어유, 비쥬얼이 장난이 아니다.

노빈손의 영원한 창조자 이우일 선생이 창조해 낸 기생충 캐릭터도 귀엽긴 하지만,

기생충이 아무리 노력한들 공룡을 이길 수 있겠는가?

게다가 감독이 그 유명한 스필버그다. 

예고편을 보고나서 이런 탄식을 했다.

“기생충의 시대는 글러먹었구나!”



쥬라기월드에 나오는 공룡들



                                                 내 소설에 등장하는 기생충 캐릭터.



참고로 내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를 했냐면,

1) <기생충공원>이 나오면 초등학교 애들한테서 강의가 많이 들어올 것이고,

2) 초딩들 앞에 서려면 내가 너무 늙어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해 연휴 직전에 시술을 했고

3) 그 결과 지금 내 얼굴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다.


왼쪽 사진: 시술 전. 웃으면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오른쪽: 시술 후 모습으로 파안대소를 해도 주름이 잘 관찰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다, 소용없어졌다.

그리고 지금 난, 날 꼬인 기생충학 교수님을 원망하고 있다.

“기생충의 시대는 도대체 언제 오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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