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하는 날

 

 

잘 치진 못하지만 테니스를 좋아한다.

2000년대 초반 내가 테니스를 치던 곳은 중지도 코트였다.

한강대교 중간쯤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곳은 테니스 코트가 20면 이상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클레이코트였다.

수십개의 테니스 클럽이 그 코트를 발판으로 테니스를 쳤고,

한달에 한번 이상 아마츄어 대회가 벌어지곤 했다.

대회를 하려면 코트가 많아야 하는데, 중지도 코트는 그런 점에서 최상이었다.

목동코트가 모래가 많은 데 비해 중지도는 코트 상태도 좋았던 것도

테니스 동호인들이 중지도를 선호하는 이유였다.

 

일요일마다 친구들과 중지도에서 테니스를 치던 나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에 출마를 하는데 오페라하우스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하필이면 그 장소가 중지도였다.

““한강 한 가운데 오페라 하우스가 만들어지면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에

버금가는 명소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전문가들은 중지도가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떨어져 문화시설을 짓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반대했다.

또한 예술의 전당을 비롯한 서울 대규모 공연장이 절반 이상 비는 현실에서

또 다른 오페라하우스가 필요한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씨가 누군가.

국민의 80%가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을 뚝심 하나로 밀어부친 분 아닌가.

서울시장이 된 이명박 씨는 끝내 중지도 공사를 한다면서 코트에서 철수할 것을 종용했고,

클럽 회원들은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짓는다던 오페라하우스는 결국 취소됐지만,

잡초가 무성해진 중지도는 더 이상 테니스 코트로 쓸 수가 없게 됐다.

어쩌다 한강대교를 지나갈 때 중지도를 보면,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 뒤 우리는 올림픽코트에서 4년인가 테니스를 치다가

한강 고수부지에 마련된 코트에서 공을 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그 고수부지 코트는 면이 8개밖에 없어 면 수에 비해 늘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가끔 생각한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자신도 테니스를 좋아하면서 대체 왜 코트를 없앴을까?

그가 남산에서 돈도 안내고 황제 테니스를 쳤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퇴임 후 예약이 힘들기로 유명한 올림픽코트 실내를 전세내다시피 하며 테니스를 즐겼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울화가 치밀었다.

게다가 얼마 전 개그 청문회의 진수를 보여 준 윤진숙 장관이 끝내 해양수산부 장관이 됐단다.

앞으로 해산물의 기생충 감염 현황을 조사하겠다고 해양수산부에 연구비를 신청해도

해산물도 물이니 수자원공사 소관이라며 퇴짜를 놓지 않을까 싶다.

 

 

국정원 댓글에 대한 경찰의 수사를 봐도 그렇고,

어찌된 게 신문을 들출 때마다 울화가 치미는 일 투성이다.

이렇게 울적함이 밀려올 땐 머리를 새로 하는 게 기분전환이 된다.

살아생전 내가 파마를 할 줄 몰랐는데,

파마를 하고나니 기분이 묘하게 좋아진다.

기분전환엔 역시 미용실이 최고다 (심장이 약한 분은 더 이상 보지 마세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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