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1216일 오전 1130, 구로을 선관위 관계자가 투표함을 옮기는 모습을 한 시민이 목격한다.

그날은 대통령선거일이었는데,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투표함이 옮겨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시민들은 투표함을 빼앗은 뒤 구로구청에서 농성을 벌인다.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봉되지 않았던 그 투표함이 지난 721, 29년만에 열렸다. 개표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if !supportEmptyParas]--> <!--[endif]-->

전체 투표수 4,325표 중 1번 노태우 후보가 3,133(73.8%)를 차지했고, 2번 김영삼 후보가 404(9.5%), 3번 김대중 후보 575(13.55%) 등이었다.

실제 득표수를 살펴보자.

-전국: 1위 노태우 후보 8282738(36.6%), 2위 김영삼 후보 6337581(28.0%), 3위 김대중 후보 6113375(27.1%)

-서울; 노태우 후보 30%, 김영삼 후보 29.1%, 김대중 후보 32.6%

-구로을 전체; 노태우 28.05%, 김영삼 25.36%, 김대중 35.66%

<!--[if !supportEmptyParas]--> <!--[endif]-->

사정이 이런데도 시민들이 빼앗은 투표함에서 노태우 후보가 73.8%를 차지했다면 부정투표의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그 투표함이 부재자투표함이었고, 그 당시 부재자투표가 대놓고 1번을 찍으라는 분위기였다는 증언이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부정투표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댓글이 달리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다.


하지만 늘 보수후보에 투표를 해온 분들은 이 기사가 왠지 보수세력에게 불리한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들은 이게 조작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데, 그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이게 무슨 말일까? 처음에 난 이 댓글을 읽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좀 생각해보니 이들의 논리는 이런 것이었다.

"구로을 개표함에서 노태우 후보가 많이 나왔다. 진보진영에서는 그걸 빌미로 조작이라고 한다."

---> "그렇다면 지난 대선 때 전라도에서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10% 미만인 것도 조작이냐?"

진지하게 이런 주장을 하는 걸 보면 그저 웃음이 나온다.



김대중 혹은 김영삼 후보가 1위를 했다면 조작이라는 주장은 힘을 잃었을 거다.

이건 페르미의 정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수준이 아닌,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이다.

하지만 애국세력에겐 '실제득표 노태우 1위, 구로을 부정투표함 의심에서도 노태우 1위'라는 게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니, 조작이라는 주장이 먹히지 않는다.



이분은 기사의 논리를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내세운 게 노태우가 구로을에서 인기 짱이었다는 것.

딱 저때만 그랬다는 게 상당히 궁색해 보이지만, 기사를 이해할 수 있는 분이 애국세력 중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무적이다.

물론 이분의 주장엔 논리는 있을지언정 그 논리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

구로을 전체의 득표율이 28%에 불과한 후보가 한 투표함에서 73%를 획득했다는 게

부정선거가 아니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이 아이디를 바꿔가면서 댓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들은 모두 다른 사람이다.

즉 애국보수 세력 중에는 중학생 정도의 이해력을 갖추지 못한 분들이 한둘이 아닌 셈이다.


기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이 댓글이 덜 한심하다.

기사를 반박할 논리가 없다면 노무현을 욕하는 게 그나마 상식적인 반응이니까.




난독증에 가까운 수많은 댓글들을 보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지 이해가 됐다.

저들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1인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할 테니까.

플라톤이 철인정치를 주장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소크라테스가

우매한 대중에 의해 독배를 마시고 죽은 사건이었다.

훌륭한 철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그 당시 그리스 대중들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표를 던지는 우리나라 대중들이 과연 얼마나 다를까.

나이가 들수록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하게 되는 이유다.

저작자 표시
신고

'전염병 권하는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언론인과 내시  (43) 2016.10.26
창조경제가 주는 감동  (16) 2016.08.28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 비결  (18) 2016.07.28
개. 돼지가 안되려면  (13) 2016.07.11
강남역 살인은 여혐범죄가 아니다  (73) 2016.05.23
반박문 잘 쓰는 법 특강  (20) 201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