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 단국대 의대 교수


 

우리나라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땅을 파 내려가면 아르헨티나 근처로 나온단다. 축구를 잘하고 마라도나라는 축구신동을 배출한 탓에 아르헨티나는 대부분 알 것이다. 근처에 있는 브라질은 축구를 더 잘하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고, 우루과이는 우루과이 라운드 때문에, 칠레는 남북으로 가장 긴 나라라서, 자메이카는 우사인 볼트, 쿠바는 카스트로, 멕시코는 전통의상 때문에 나름대로 인지도가 있다. 이 나라들을 중남미 국가라고 부르는데, 중남미에는 이들을 포함해 총 33개나 되는 나라가 있지만 위에서 예를 든 나라를 제외하면 우리가 모르거나 알아도 이름 정도밖에 모르는 나라들이 대부분이다.하지만 이 중남미 국가들이 우리나라 경제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는 건 사람들이 잘 모를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남미를 상대로 한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이보다 더 감동적인 일은 중남미 국가들이 우리나라 재벌들에게 기업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도와준 거였다.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이 2010 남아공월드컵 멕시코전에서 작전지시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DB)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재벌그룹이 세금도 거의 내지 않고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줬다고 치자. 이런 부도덕한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효과적인 장소를 찾다보니 해당 재벌의 본사 앞으로 몰려가기 마련이다. 자기 건물 앞에서 ‘○○그룹은 편법상속을 철회하라’는 시위가 벌어지면 해당 재벌은 영 기분이 좋지 않을 거고, 그런 것에 신경이 쓰인 나머지 본연의 임무인 기업 활동을 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중남미 국가들이 나섰다. 그 국가들은 재벌그룹의 사옥에 자기 나라 대사관을 입주시킴으로써 이런저런 시위를 원천봉쇄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 1호는 대사관이 있는 곳 100m 내에서는 집회 자체를 불허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한때 재벌기업 본사마다 중남미 국가들의 대사관이 있었다. 현대상선 건물에는 파나마, 삼성생명 본사에는 엘살바도르, 종로 삼성타워에는 온두라스, 롯데호텔에는 과테말라 대사관이 들어 있었다. 그러니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는 등 억울한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 앞에서 시위를 하는 건 불가능했고, 재벌들은 열심히 물건을 만들어 파는 데만 전념할 수 있었다. 지난 세월 재벌들이 눈부신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중남미 국가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도 중남미 국가들은 우리나라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한때 우리나라의 지도층 인사, 즉 돈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아이들을 조기 유학 보내는 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있다 보면 적응도 잘 못하고, 탈선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어 고민이었다. 그들이 대안으로 찾은 건 바로 외국인학교. 영어교육 면에서 탁월하고, 자식을 해외 명문대에 보낼 때도 유리하다니 얼마나 좋은가? 교육비가 연간 3000만원 선이지만 지도층 인사이니만큼 그 정도 액수는 아무것도 아니다. 



외국인 학교 전경 (경향신문DB)


문제는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면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어야 한다는 것. 자식 문제가 잘 해결돼야 지도층 인사들이 우리나라를 잘 지도할 텐데 엉뚱한 조항이 발목을 잡는 안타까운 현실, 그래서 중남미 국가들이 나섰다. “강남에 거주하는 중견기업체 사장의 며느리 박모씨는 4000만원을 주고 과테말라 위조여권을 발급받아 셋째를 ㄱ외국인학교에 입학시켰다.” 이뿐이 아니다. 강남의 병원장 이모씨는 아예 국적을 도미니카로 바꿨고, 중소기업 사장 부인인 이모씨는 남편과 위장이혼을 한 뒤 에콰도르인과 위장결혼까지 했다. 이 밖에 1억원을 주고 니카라과 위조여권을 발급받은 재벌가 며느리 등 수많은 지도층 인사가 중남미 국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여권에 국적, 그리고 남편까지 제공하는 나라가 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마음만 있으면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란 걸 그 나라들은 보여준다. 우리 사회가 안정된 것도 자식 문제를 잘 해결한 지도층 인사들이 지도를 잘한 덕분, 중남미 국가들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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