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과 물타기



2014년 1월, 변희재 형님의 선행이 화제가 됐다.

고깃값 300만원을 내지 않고 튄 것을 굳이 선행이라고 한 이유는

그게 어버이연합 등 나이든 어른들에게 고기를 대접하다 발생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그날 열린 ‘보수 대연합 발기인 대회’에 참석했고,

그 뒤 여의도의 고깃집으로 가서 1인당 2만여원어치의 고기를 드셨다.

그분들이 잘 드시는 광경을 상상하니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한 가지 의혹의 생겨났다.

“어르신들의 집회 참석 목적에 혹시 고기먹는 것도 들어 있는 걸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집회와 시위를 주도한 건 소위 진보단체였다.

하지만 어버이연합이 생겨난 2006년 이후, 보수단체의 시위가 크게 늘었는데,

이념이 달라서인지 이들은 시위 방식도 진보단체와 달랐다.

첫째, 나이든 분들이 대부분이다.

진보단체는 대개 청. 중년층이 모이고,

그러다보니 평일의 경우 직장에서 퇴근한 저녁 7시 경에 모임이 이루어진다.

정부가 한때 ‘야간시위 금지법’을 검토한 것도 다 이 때문,

반면 보수단체의 시위는 거의 대부분이 나이든 분들이다. 

직장이 없다보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젊은 보수 분들은 도대체 뭘 하기에 나이든 분들을 거리로 내모는지 의아했다.



둘째, 진보단체의 시위는 대개 평화적이다.

젊은 사람들이 나이든 분들보다 과격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물론 진보라고 해서 폭력사태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가스통을 들고 불을 지르는 어버이연합에 비할 바는 아니다. 

진보단체의 시위가 시종 웃음이 넘치고, 아이들을 동반해 가족 단위로 시위에 참석하는 사람이 많은 반면,

어버이연합은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해봐라, 는 표정으로 눈을 부라린다.

실제로 어버이연합이 주도한 시위에서는 폭력사건이 심심치않게 발생했는데,

진보단체의 폭력이 주로 경찰과 대치 도중 발생하는 반면,

어버이연합의 폭력은 대부분 길가던 시민이나 기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늘 폭력시위 근절을 외치는 정부가 어버이연합에 별반 관심이 없다는 게 신기할 정도. 




셋째, 진보단체는 시위가 끝난 후 밥을 먹지 않는다.

저녁을 먹고 시위에 참석하니 그게 당연하고,

혹시 술자리를 갖더라도 각자 돈을 각출한다.

그밖에도 돈이 드는 일이 있으면 모금함을 돌리곤 했는데,

이런 문화를 전혀 모르는 보수 측 인사는 “촛불시위 때 사용한 그 많은 양초 값은 누가 냈느냐”며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수단체는 위 사례에서 보듯 집회가 끝나면 저녁을 먹고,

그 값은 변희재 형님을 비롯한 다른 누군가가 지불한다.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돈을 댔던 게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은

어르신들이 일당을 받고 시위에 참석했다는 의심을 오래 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다.



넷째, 진보단체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에 대해 시위를 하며,

설령 같은 편이라고 할지라도 의견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보단체는 노무현 정부 때 이라크 파병이나 FTA 반대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보수단체는 보수정권에 불리하다 싶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거리로 나서는데,

어떻게 저런 일까지 시위를 하는지 의아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유가족들에 맞서

희생자들을 비하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매도하는 걸 보면

단체명에 ‘어버이’가 들어갔다는 게 부끄러울 정도다. 

얼마 전에는 나경원 의원의 딸이 성신여대에 입학할 때 특례의혹이 있었다는 보도를 한

뉴스타파에 몰려가 시위를 했는데,

이쯤 되면 이분들의 지향이 새누리와 박근혜인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그러던 차에 전경련이 이들에게 돈을 줬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니,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라고 할 수밖에.



돈을 줬던 전경련은 이 사실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은밀한 지원이 탄로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기에 당황한 탓인데,

그럼에도 네티즌 일부는 열심히 물타기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박원순 시장이 하던 아름다운 재단에 대한 기업들의 지원.

가스통을 들고 친정부 시위를 하는 어버이연합과 달리

아름다운 재단은 그 이름처럼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을 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그 재단에 후원을 하는 기업들은 세무사찰을 받아야 했고,

재단은 수도 없이 그 회계내역에 대해 조사를 받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이 여전히 건재한 건 한 치의 비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을 위해 가스통을 들었던 어버이연합은 역시나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추측도 가능할 것 같다.

이 재단을 걸고 넘어지는 저 네티즌들도 뭔가 받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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