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1학년 때 모습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학생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기에

길을 걷다보면 늘 전경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위가 있을라치면 그들은 길을 막고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이

혹시 수배자가 아닌지 검문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난 경이적으로 어려 보였기에,

전경들은 내가 아무리 왔다갔다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게 못내 분했던 걸 보면 그 시절 난 빨리 어른으로 대접받고 싶었던 모양인데,

못생겼지만 어려보이는 외모 때문에 대학 4학년 나이인 본과 2학년 때까지도

술집에 가면 늘 학생증을 내보여야 했다.

 

 

 

서른두살 때

 

일정 나이를 지나고 난 뒤부터는 어려보이는 게 찬사로 느껴쪘다 (그게 아마 서른을 넘기면서였을 거다)

우리 학교에 교수임용 공채서류를 낼 때 난 우리 나이로 서른 둘이었는데,

그때 접수처에서 날더러 "대학입학 전형은 여기가 아니어요"라며 입학처를 가리켰던 일화는 그 후

5년 정도 우려먹었던 일화였고,

혼자서 전도연 주연의 <해피엔드>를 보러 갔을 땐-그땐 서른넷이었고, 영화는 야하다고 소문났었다-

"혹시 미성년자는 아니시죠?"라는 매표원의 말에 감격해 또 5년간 그 얘기를 술자리에서 떠들었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그런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가끔 시력이 안좋은 할머니들이 날 "학생"으로 부르며 길을 묻는 게 고작이었다.

 

40대 중반이 되자 그 할머니들마저 그리워지게 됐는데,

외부 강의를 나갈 때마다 학생들이 "팬이어요"라고 하는 대신 "저희 어머니가 팬이어요!"라고 하는 게

지금은 익숙해졌다.

이 와중에 믿지 못할 얘기를 들었다.

엊그제 대출을 받으러 학교 도서관에 갔더니 거기 있던 직원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거다.

"학생증 주세요!"

순간 녹음을 할 걸 그랬다는 생각을 했고,

그 뒤 십여명에게 이 얘기를 자랑했을 때 "설마"라며 의심의 눈을 치켜뜨는 걸 보면서

녹음을 안한 걸 거듭 후회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그래도 우리 학교인데, 그 직원들 중 한명도 날 몰라봤다는 게 신기하고,

내게 학생증 얘기를 꺼내는 것도 정말 경이롭지 않은가.

실수였겠지, 이러면서도 이틀간 마음이 들떴고,

책을 반납하러 갈 때는 꼭 녹음기를 켜면서 '학생증'이란 단어를 유도해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47세의 모습....여기서 학생을 느끼다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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