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와 재수

 

 

김학철, 박한범, 박봉순, 최병윤. 요즘 억세게 재수없는 분들이다.
이들에게 재수가 없다고 하는 건 너무 이분들 편에 서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재수가 없는 건 사실이다.

지난 7월 16일, 충청도 지역에는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내가 사는 천안은 원래 자연재해가 없어서 ‘하늘 아래 안전한 곳’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이번엔 지하차도가 다 잠길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다.
청주 역시 기상청 관측 이래 2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니,
그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8박10일간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구경하러 갈 생각에 한껏 들떠 있는데,
왜 하필 이 시기에 맞춰 물난리가 났는지,
이분들은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했으리라.
위에 언급한 분들이 재수가 없다고 하는 건 이 대목이다.

 

 

                                                         * 내가 사는 집 바로 옆의 지하차도 2개가 물에 잠겼다 ㅠㅠ

                                  

 

하지만 이분들이 재수는 없었을지언정, 뚝심은 있었던 것 같다.
도의원의 역할이 뭔지 정확히는 모른다만
그래도 자신들의 담당 지역구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물난리가 났다면 외유를 떠나는 걸 한번쯤 고려해봤어야 하건만,
다시금 모여서 회의를 한 결과 3대 2로 강행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 명 정도는 가자고 우길 수 있다고 쳐도,
그런 정신나간 분들이 셋이나 있다는 건 그 셋이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라는 걸 감안해도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게다가 강행한 이유가 “이미 두 차례나 연기했던 연수 일정”이고
“민선 6기 임기 중 마지막 기회라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이라니,
그들의 말과 달리 꼭 가야 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자신들에게만 의미를 가질 외유를 강행하는 그 뚝심을 난 존경하며,
그런 뚝심이라면 지금 쏟아지는 비판도 다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결국 이분들은 구경도 제대로 못한 채 급히 귀국해 기자회견장에 서야 했다.

 

마음에 없을 사과를 하긴 했지만, 이분들을 단죄하고 사태를 마무리짓는 건 좀 허전하다.
업무와 그닥 관계없을 외유로 국고를 탕진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다.
내가 사는 천안을 예로 들어봐도 여러 건이 나온다.

-2014-10-21; 천안시의회 의원들이 절차를 무시한 해외연수 강행으로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천안시의회에 따르면 천안시의회 의원 21명 가운데 15명이 3개팀으로 나눠 지난 19일 터키, 20일 일본으로 해외 연수를 떠난데 이어 21일 중국 연수를 떠날 예정이다. 연수 비용은 1인당 140만-180만원이 지원되며, 터키팀은 130만원을 자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아산경실련은 “연수 목적도 명확치 않고, 일반 여행상품과 대동소이한 외유성 관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1)
-2015-11-23; 충남 천안시의회가 고질적인 외유성 국외출장 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천안시의회에 따르면 복지문화위원회는 지난달 10일간 서유럽을, 건설도시위원회는 9월 하순 7일간 미국과 캐나다를 각각 다녀온 뒤 최근 국외출장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연수단은 계획과 달리 다른 곳을 둘러보고, 보고서의 상당부분도 인터넷에서 검색한 자료를 그대로 옮겨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국외출장에서 복지문화위원회는 4,400여만원을 들여 시의원 7명과 의회사무국직원 2명 등 9명, 건설도시위원회는 2,480만원을 들여 시의원 8명과 직원 2명 등 10명이 참여했다.
-2016-11-4; 시의원 2명이 구속된 초유의 사태 속에 천안시의회가 국외출장을 강행했다. 3일 천안시의회에 따르면..12명의 시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 2명, 행정부 1명 등 15명은 7박 9일(11월 3일~11일) 일정으로 러시아,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등 4개국을 방문하는 국외출장을 떠났다. 이번 국외출장에는 시 예산 3499만 원이 투입된다.3)

 

이게 비단 천안과 청주만의 일은 아닌지라,
‘시의원 & 외유’를 넣고 검색해보면 수많은 기사가 나온다.
충북도 의원들이 뭇매를 맞는 걸 지켜본 충주시 의원들이
8박 10일간 뉴질랜드와 호주를 다녀오겠다는 계획을 긴급 취소했다는 미담이 가슴을 훈훈하게 하지만,
그동안 이런 식으로 낭비된 혈세가 도대체 얼마일지 생각하면
그 훈훈함의 수십배에 달하는 분노가 가슴에 회오리친다.
시민단체는 “이런 와중에 뭐하러 가느냐?”고 항의하고,
관련 기사도 죄다 비판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 의원들의 외유는 거의 관행이었다.
그렇게 본다면 이번에 비판의 도마위에 오른 충북도의원들이 억울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분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앞으로 자치단체 의원들과 국회의원들의 외유를 제한하는 게 어떨까.
최순실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독일에 간 안민석 의원같은 분도 있으니,
전면금지보다는 심사를 엄격히 해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하도록 하자.
그리고 이 규정을 위반한 이들에겐 가차없이 철퇴를 가하자.
우리가 80년에는 들쥐었을지언정, 37년이 지난 지금까지 들쥐일 수는 없으니까.

 

1)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40734

2)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69&aid=0000108721

3) http://www.cc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01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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