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머리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제 머리는 늘 이랬습니다.



빗을 가지고 다닌 적도 없을 뿐더러, 집에서 머리를 빗은 적도 없습니다.

파마 같은 것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외모가 이런데 머리에 신경써서 뭐하냐,는 '어차피주의'의 산물이었어요



머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한 십여년간 모자를 쓰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주례를 서던 날, 신경쓴다고 쓴 머리가 저 모양입니다.



이런 머리죠 하하.




하지만 모 방송사에서 절 변신시킨 후부터 제가 좀 달라집니다.



천안에 있는 명문 헤어샵 리챠드에 다니기 시작했고, 제 전속 미용사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주위 사람들도 제 파마머리에 적응을 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 머리가 이상해집니다.




제가 아는 김모 선생님과 같이 찍은 사진인데요, 제 머리 보면 좀 한심하죠?


이 모든 것은 서대문박물관에서 시작됩니다.

거기서 강의가 있었는데 제가 미련하게도 좀 빨리 간 게 비극의 원인이죠.

서대문박물관은 관장님이 새로 오신 이후 완전히 탈바꿈했고,

연간 몇만명이 찾는 엄청난 박물관이 돼 버렸습니다.

공룡을 보러 온 아이들 탓에 박물관이 만원이어서

강의장소에 가서 책이나 읽고 있자고 생각했습니다.

책 한페이지를 읽었을 때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옵니다.

한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여기서 뭐 하느냐고요.

공룡 영화를 상영한다나봐요.”

그래서 전 공룡의 모험을 그린 15분짜리 3D영화를 봐야 했습니다.

3D안경이 없어서 입체감도 즐기지 못했고요.

아이들이 나간 후 책이나 읽자고 했지만,

청소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나가라고 합디다.

조금 있다가 50분짜리 영화가 상영된다면서요.

 

할 수 없이 서대문박물관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 앞에는 갈 곳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PC방도 문을 열지 않았고, 커피집도 없었습니다.

강의 후 애프터로 가는 호프집만 영업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다고 강의 전 맥주를 마실 수는 없기에 문을 연 또 다른 곳인 헤어샵에 갔습니다.

그 결과가 바로 이 모습입니다.





아래 사진은 아내가 너무 심하다고 손을 봐준 사진입니다.


교훈을 얻었죠.

서대문박물관에 갈 때는 미리 머리를 깎고 가자고.

그리고 웬만하면 시간에 맞춰서 가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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