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야 하는 일은 학생들한테 기생충을 가르치고,

기생충을 연구해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 이외에 다른 일을 너무 많이 합니다.

경향블로그에 글을 쓰는 거야 한두해 한 것도 아니고, 그리 큰 부담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만,

방송과 외부강의가 점점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일주에 이틀 정도는 카메라 앞에 섭니다.

게다가 외부 강의도 점점 더 많이 나갑니다.

제 강의를 듣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강의할 수 있다는 건 고마운 일입니다.

 

베란다쇼 재연 녹화 때. 이제 망가지는 것에 대해선 아무런 거리낌이 없습니다 ㅋㅋ

 

 

이런 일들을 하다보니 제 개인적인 일을 많이 포기했습니다.

아내 얼굴도 요즘 잘 못보고,

친구를 만난다든지 하는 일은 정말 가물에 콩나듯 합니다

과거 들개처럼 살던 시절, 그땐 주 5-6회씩 술을 마시곤 했었죠.

그 넘쳐나던 시간을 빌려오고 싶네요.

 

 

여러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저는 어린 시절, 그리고 청소년기까지도

스스로를 쓰레기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외모 때문에 늘 놀림을 받았고, 달리 잘하는 것도 없었던 데다,

어머니 말고는 어느 누구도 저를 인정해주지 않았으니깐요.

이런 자기 비하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도 계속됐지요.

 세상에 제가 있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거든요.

그리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던 그 시절에 저를 구원해 준 건 글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재미있다고 해주는 겁니다.

물론 그 당시 끄적거린 글들이라봤자 지금 보면 유치하기 그지 없었지만,

글은 오랫동안 제 희망의 끈이었어요.

제가 스스로를 용서하게 된 건, 다시 말해서 "넌 죽지 않아도 돼!"라고 생각하게 된 건

경향신문에 글을 쓰고 난 뒤였어요.

많은 사람들이 제 글 얘기를 할 때면 "아, 그때 안죽기 잘했다"라고 안도하곤 했어요.

 

'윤창중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의 초고입니다

 

거기 썼던 글 덕분에 방송에도 나갈 수 있게 됐지만,

그래도 전 여전히, 방송에서 한번 웃기는 것보다, 글로 웃기는 게 훨씬 더 좋습니다.

그래서 주당 1회는 여기다 글을 써야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지만

시간의 제약은 저를 곧잘 거짓말장이로 만드네요.

오늘이 한글날이니, 마지막 글을 쓰고 난 뒤 벌써 열흘이 지나버렸네요.

행여 새글이 있을까 이곳에 오신 분들에게 서비스 차원으로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너그러운 양해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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