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근육의 기생충 조사를 하면서 쥐 한 마리를 주문했다.

혹시나 근육에서 기생충이 나오면 쥐한테 먹여서 1차 증식을 시킨 뒤

쥐의 근육에서 다시금 기생충을 꺼내서 여러 마리의 쥐에게 먹여

2차 증식을 시킬 예정이었다(주문한 쥐를 죽인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생충은 여간해서 나오지 않았고, 그에 따라 쥐의 생명은 하루하루 연장되어 갔다.

심지어 올 여름 리모델링을 하면서 좁디좁은 창고에 기거할 때도

그 쥐 죽이죠라는 조교의 말을 거절하고 쥐를 키웠다.

원래 털이 있는 동물을 좋아하는지라 난 그 쥐에게 점점 정이 들었고,

사료만 먹는 게 딱해서 사과 조각이나 콘프레이크 같은 과자류를 주면서

쥐의 식생활을 풍족하게 해주고 있다.

 

 

 

왼쪽 통에 있는 쥐가 징글스다

 

 

 

그러다보니 쥐는 날 무서워하기는커녕 나만 보면 반가워할 지경에 이르렀고,

나도 그 녀석에게 <그린마일>에 나오는 징글스란 이름을 붙여줬다.

이젠 멧돼지에서 기생충이 나와도 그 쥐에게 감염을 시키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마도 난 다른 쥐를 구하지 않을까 싶은데,

징글스의 생일이 올해 21일이고, 쥐의 수명이 기껏해야 1년에서 1년 반이니

녀석의 수명은 잘해야 6개월이 고작일 테지만,

남은 기간 동안이나마 친하게 잘 지내보려 한다.

그렇다고 징글스가 모든 사람에게 다 친밀감을 보이는 건 아니다.

나 이외의 사람이 나타나면 쥐통을 한바퀴 도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자기를 죽이자고 했던 조교에겐 거의 호의를 보이지 않는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쥐도 이렇듯 아군과 적군을 구별할 줄 아는데

사람들 중엔 그런 구별을 전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자신이 고양이면서 쥐 생각을 해준다면 그거야 뭐, 자비심이 많아서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봐도 쥐에 가까우면서 고양이 편을 드는 사람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특정 세력의 끈질긴 세뇌로 자기가 쥐라는 걸 아예 잃어버린 사람들도 있고-이들은 찍찍 울지 않고 야옹 야옹 거린다-

고양이 근처에 산다고 고양이 편을 드는 경우도 있고,

저 너머에 사는 붉은 쥐가 얄미워 고양이 편을 드는 사람들도 있다.

살 만큼 산 쥐들은 무슨 심보인지 대부분 고양이 편인데,

그게 젊은 쥐들을 힘들게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아무리 쥐가 고양이 편을 든다해도 고양이는 고양이인지라

배가 고플 때마다 쥐를 사냥하면서 사는데,

그때마다 사람 쥐들은 , 내가 왜 고양이 편을 들었을까!”라며 땅을 치며 후회하지만,

5년이 지난 뒤 또다시 자기 소굴에 고양이를 불러들이는 우를 범한다.

이렇듯 사람 쥐는 진짜 쥐에 비해 머리가 훨씬 나쁜데도

평상시 쥐를 대놓고 무시한다.

돈을 밝히고 음모를 잘 꾸미는 사람을 쥐에 비유하질 않나,

하지만 사람 쥐들에게 그렇게 쥐를 비웃을 자격이 과연 있을까?

 

 

이틀 후 1219일 수요일은 중요한 선택을 하는 날이다.

무조건 투표장에 가자라는 구호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자기 자신의 종이 무엇인지 거울을 보면서 파악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거울을 봐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모르겠다면,

주위 사람에게 한번 물어보시라. 내가 과연 누구냐고.

투표소에 가는 건 그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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