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언론인과 내시



“봉건시대도 없는 얘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을 사람 있겠느냐”


대통령 비서실장 이원종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쳐줬다는 의혹에 대해 위와 같이 말했다.


하지만 jtbc의 보도로 인해 봉건시대에도 없던 그 얘기가 사실로 드러났다.



그리고 대통령은 개헌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다 그게 잘 안되자 ‘연설문에 한해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아주 성의없는 대국민사과를 했다.


명백한 증거를 확보한 jtbc 뉴스룸이 아니었던들 청와대는 최순실과 관련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을 것이다.



jtbc는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아냈을까.


최순실의 사무실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한 곳에서 최씨가 경비원에게 ‘처리해 달라’고 한 짐이 있었고, 거기에 최씨의 PC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과를 불러온 이 중대한 컴퓨터를 최씨가 놓고 간 이유는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최씨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파일들을 챙겨가느라 연설문과 국정개입 따위는 흘리고 간 모양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최씨가 판단할 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자료들을 보며 경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력과 권한이 한정된 jtbc가 이런 성과를 올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


의혹이 불거졌을 때 진작 검찰이 나서 최씨를 출국금지하고, 파일들을 압수했다면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시점은 최씨 모녀가 독일로 도망가고, 대통령이 수사를 해도 좋다는 말씀이 있은 뒤부터다.


그 동안 검찰이 한 일은 놀랍게도 없다.


시기적으로 늦긴 했지만 최씨의 활동이 워낙 방대했던 만큼 지금이라도 열심히 증거를 찾으면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이 한 일이라곤 jtbc가 확보한 컴퓨터를 뺏어간 게 전부다.


jtbc가 보도한 것 이외에 그들이 거기서 어떤 새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생각 있는 사람들이 죄다 특검을 주장하는 것은 검찰의 과거는 물론이고 현재 모습에서도 일말의 희망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리라.



존경받는 언론인인 손석희가 jtbc에 갈 때, 비난하는 여론이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거기 동조했다.


jtbc는 ‘조중동’ 중 하나인 중앙일보가 만든 종편이니, 그 안에서 손씨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공중파 뉴스의 고위층들이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권력에 굴종하는 동안


jtbc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 말하면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제 진실을 알고자 하는 시청자들은 jtbc 뉴스룸을 본다.


우리나라를 순식간에 봉건시대 이전으로 돌린 박대통령 같은 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손석희의 성공은 한 사람의 힘이 이렇게 클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암울한 시대에 손석희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을까.




눈여겨봐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새누리당 대표 이정현이다.


별 시답지 않은 이유로 단식을 할 때부터 보통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는데,


연설문과 관련해서 했던 “나도 친구 얘기 듣고 쓴다”라는 말은 한숨으로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미소를 짓게 한 쾌거였다.


그 역시 이 말이 어이없게 들린다는 것을 알았겠지만-물론 몰랐을 확률도 있지만-


TV조선을 비롯해 그간 박대통령을 옹호하던 이들이 모두 등을 돌린 와중에도 이런 쉴드를 치는 건 그 자체로 감동이다.


내시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권력이 몰락한 후에도 충심을 지킨다는 것, 그렇게 본다면 이정현은 이 시대의 진정한 내시,


1년여 남짓한 박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그가 펼치는 내시의 정치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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