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출어람 대통령



1997년 영국에서 복제양 둘리가 만들어졌을 때,

복제하고픈 사람이 누가 있냐는 설문이 경쟁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 고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흥미로웠다.

복제희망 인물 1위가 김구 선생, 2위가 테레사 수녀였는데

3위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던 것.

앞의 두 분이 인간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심오한 경지에 이른 성인들이라는 점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인간계에 속하는 인물들 중 단연 1위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이하 박통)의 업적이라면 경제성장과 더불어 언론장악을 꼽을 수 있다.

정권에 호의적인 언론의 존재가 정권의 성패를 가른다는 점에서,

박통의 언론장악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 시절 언론들은 박통의 의도와 다른 기사를 거의 내보내지 않았고,

심지어 내가 영원히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지의 유신헌법을 발표했을 때도

일등신문인 조선일보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알맞은 조치로서 이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설을 쓰기도 했다.

한때나마 동아일보가 정권에 저항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지만,

박통은 기업들한테 동아일보에 광고를 주지 마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더 이상의 저항을 허용하지 않았다.

박통이 복제하고픈 인물에서 인간계 1위를 차지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 때 자발적 광고를 실은 시민들...

 

하지만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지금,

복제에 관한 설문조사가 다시 이루어진다면

지금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인간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 (이하 박대통령)이 그에 대한 향수를 모두 지워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박대통령이 집권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잘 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 근무하는 모 교수는 박근혜를 뽑은 이유에 대해

정권이 빨갱이의 손에 넘어가는 걸 원치 않았다고 말한 바 있는데,

박대통령이 대통령이 당선된 데는 그의 능력보다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한몫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박대통령의 행보는 경탄을 자아내며, 특히 언론장악 부문이 그러하다.

이 대목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유신 시절인 40년 전과 지금의 시대적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언론의 자유가 많이 신장됐고, 언론사도 그때에 비하면 훨씬 늘어났다.

또한 그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경향과 한겨레같은 좌파언론이 버젓이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수많은 정보들이 범람하게 됐으니,

과거와 같이 언론을 장악하는 건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 어려워졌다.

스타일 면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박통은 마음에 안드는 언론인이 있을 경우 잡아다 족치면 됐다.

밤새 열나게 맞은 언론인들은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뒤 회사로 출근했고,

왜 그랬냐고 물으면 넘어져서 다쳤다고 말하고 했다.

금은 언론인들의 맷집이 약해져,

한두대 친다고 해도 병원에 입원해 전치 2-3주짜리 진단서를 끊는다.

이런 와중에 박대통령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으니,

찬사가 쏟아질 수밖에.

 

박대통령의 전략은 무식하게 쥐어박는 스타일이 아닌, 부드러운 선긋기다.

대통령이 정말 부드럽게 한 마디를 하면

정부 기관이 앞다투어 그 얘기를 복창하고,

언론은 그간의 논란은 없었다는 듯 대통령의 말을 대서특필한다.

예를 들어 박대통령이 세월호 얘기 그만하고 경제를 살리자라는 식의 말을 하면

경제부처 장관들이 앵무새처럼 경제살리기를 얘기하고,

그건 다시금 언론에 의해 기사화된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라고 하면

검찰이 나서서 카톡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언론은 우리편 잘한다면서 카톡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이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좌파언론의 척결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종편과 종이신문, 그리고 사이버공간까지 대부분 박대통령이 장악했다.

 

이 정도만 해도 대단한 것이지만,

박대통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어려서부터의 꿈이었던 세계언론정복에 나선 것.

그 첫 발이 바로 산케이 신문에 대한 고소였다.

물론 박대통령은 검찰에 아주 부드러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뿐이었지만,

대통령을 하늘같이 모시는 검찰은 그 가이드라인이 떨어지자마자

산케이신문을 기소했다!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대통령을 모독하는 기사를 쓴 산케이 기자와 지국장을 감옥에 보낼 수 있다면

누가 감히 박대통령을 음해하는 기사를 쓸 수 있겠는가?

조만간 뉴욕 타임스에서 박대통령을 가리켜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고 보도하는 그날을 기다려 보자.

 



형광등 100개를 조롱하는 듯한 이런 방송부터 손봐야 한다



대부분의 영화는 속편이 1탄보다 못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배트맨 시리즈(다크나이트)이나 다이하드 시리즈 등

2탄이 1탄보다 나은 경우가 아주 드물게 나온다.

박대통령이 지금처럼만 열심히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면

우리는 아버지 대통령보다 나은 딸 대통령을 모시는 행운을 누리는 셈이다.

박대통령이 결혼을 안해서 3세 대통령이 나오지 못한다는 게 갑자기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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