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의 후예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를 하기 전에도 가질 만큼 가진 사람이었다. 현대건설에 다니는 동안 보통 사람은 꿈도 못 꾸는 재산을 모았으니,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여생을 보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아주 가끔씩 재산의 0.1%도 안될 몇 천만원 정도를 좋은 일에 기부하면 “훌륭한 분”으로 칭송도 받을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정치판에 뛰어드는 바람에, 그리고 대통령이 되는 바람에 그는 절반이 넘는 국민들로부터 욕을 먹는 중이다. 수상한 점이 있긴 하지만 300억원이 넘는 재산을 사회에 헌납했음에도 시선이 싸늘한 건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왜 그분은 정치 같은 것을 해서 스스로 피곤한 삶을 사는 걸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야말로 보통 사람의 한계다. 보통 사람이야 수백억원의 재산에 만족하며 살 수 있지만, 그 정도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야심가라 부른다. 보통 사람은 10억원을 은행에 넣어두고 매달 300만원의 이자를 받으려 하는 반면 야심가들은 그 10억원을 투자해 그보다 몇 배의 이익을 내려는 사람이다. 재임기간 중 이 대통령의 재산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사 그의 재산이 몇 억원 정도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해도,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주위 사람들이 단체로 부유해진 건 확실한 것 같다. 그가 아버지처럼 모시는 형님을 비롯해서 그의 멘토라던 최시중씨도 한몫을 잡았으리라 추정되고, 대통령 고향 분들과 고교 동문들 중 많은 이들이 대통령을 잘 둔 혜택을 본 듯하다. 물론 이분들 중 많은 수가 감옥에 있긴 해도, 병보석도 있고 특별사면도 있으니 기회가 있을 때 한탕 크게 하는 건 여전히 이익이리라.이런 야심이 꼭 남자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여자가 대통령이 되기 힘든 현실을 감안해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듦으로써 8년이나 세계 최강국을 통치했고, 그걸로도 성이 안 차 현재 국무장관으로 재임 중이다. 여성 야심가는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평강공주. 고구려 평원왕의 딸 평강공주는 어려서부터 자주 울어 아버지로부터 “바보 온달에게 시집보낸다”는 농담을 듣고 자랐는데, 그녀는 진짜로 온달과 결혼해 그를 고구려의 명장군으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 평강이 공주였던 만큼 누구와 결혼해도 안락한 삶을 보장받았을 터였지만, 그녀가 온달과 결혼하지 않았다면 후세 사람들이 평강이란 이름을 알 수 있었겠는가? 이런 아쉬움은 있다. 온달이란 바보 대신 멀쩡한 사람과 결혼했다면 얼마나 엄청난 장군이 나왔을 것이며, 그 경우 고구려가 삼국통일을 할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故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 참석한 박지만, 서향희씨 부부의 다정한 모습 (출처: 경향DB)


2004년 12월, 네이버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서향희라는 변호사가 자기보다 열여섯 살이나 많은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부잣집 딸에 미모까지 겸비한 그녀가 왜 마약 전과도 있고 아버지 후광 말고는 별 능력도 없어 보이는 남자와 결혼을 했느냐는 거였다. 나 역시 그녀가 남편 때문에 고생만 할까봐 걱정했지만, 이런 게 바로 보통 사람의 기우였다. 서 변호사는 결혼 후 고생은커녕 눈이 부실 정도로 놀라운 약진을 거듭하고 있으니 말이다. 몇 달 전 끝난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문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를 공격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만사올통’이라는 말을 아느냐. (현 정권에서는) 만사가 형통하다가 이제 만사가 올케에게 다 통한다는 말이다.” “36세의 젊은 변호사가 26명을 거느린 대규모 로펌의 대표로 있고, 비리로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법률고문이었으며,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홍콩으로 출국했다.”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특별한 경력이 없던 서 변호사가 이렇게 빛나는 활약을 할 수 있었던 건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의 올케이기 때문, 그러니까 이해가 안돼 보이던 8년 전의 결혼은 야심가 서향희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한 첫 단추였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서향희는 힐러리 클린턴이 부럽지 않은, 평강의 진정한 후예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더욱 기대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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