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기자들이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김어준이 진행하는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를 아느냐고 물었다. 모른다고 하기엔 체면이 깎이고, 평소 김어준과 친분이 있는 걸 과시하고 싶기도 했던 홍준표는 즉각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한다.

“김어준, 황금시간대에 한 시간만 비워 달라.”

 
<나꼼수>는 스튜디오에서 녹음해 미디어파일의 형태로 인터넷에 올라오고, 사용자들은 그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원하는 시간에 듣는다. 이걸 팟캐스트라고 하는데, 아이팟(iPod)과 방송(broadcast)을 합친 말이다. 드라마가 시청률로 승부를 내듯이, 팟캐스트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들었는지 시시각각 순위가 나온다. 팟캐스트 1위는 꽤 오랜 기간 <나꼼수>가 차지하고 있는 중인데, 황금시간대 운운한 것으로 미루어 홍준표는 팟캐스트의 개념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생물학적 나이를 떠나서 거대 정당의 대표가 이런 것도 모른다는 건 요즘 젊은이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별 관심이 없었다는 뜻도 된다. 결국 성사된 홍준표의 출연은 <나꼼수>의 인기를 높여주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나이든 정당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을 거다. 

<나는 꼼수다>의 야외공연에서 인사하는 출연진 l 출처 경향DB



2002년 대선 결과는 충격이었다. 지역기반도 없고 당내에서도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으니 말이다. 이회창의 승리를 확신했던 한나라당은 더 충격을 받았으리라. 그들이 분석한 노무현의 승리 비결은 다름 아닌 노사모였다. 실제로 노사모는 인터넷을 장악하며 여론을 노무현에게 유리하게 만들었고, 불가능해 보이던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한나라당의 분석은 정확했지만, 문제는 그 대처방안이 글러먹었다는 거였다. 노사모가 지역구도 타파에 끊임없이 도전하던 노무현에게 감동해 탄생한 자발적인 조직이란 걸 그네들은 알지 못했다. 뭔가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는 대신 그네들은, 이건 물론 추정이지만, 아르바이트(알바)를 풀어 인터넷을 장악하려 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에 유리한 댓글로 도배질을 하던 알바가 양심고백을 했는데, 그는 시급 3700원을 받고 “노빠” “빨갱이” 같은 댓글을 하루 50개씩 달았단다. 한나라당 당원이 알바를 고용한 게 들통나 1년 징역을 선고받은 적도 있으니, 이게 전혀 근거 없는 추정만은 아니다. 그후 네이버 등 유명 포털사이트는 ‘빨갱이’로 점철된 댓글이 주를 이루는 곳이 됐는데, <나꼼수>의 다운로드 수가 200만회를 넘는다는 말에 홍준표가 “알바 쓰는 거 아니냐”고 했던 것도 자신들이 알바를 쓴다는 걸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민주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전당대회를 하는 반면, 한나라당이 팟캐스트도 모르는 정당이 된 건 이런 한심한 마인드 탓이었다. 

인터넷과는 거리가 먼 낡은 정당, 이런 한나라당의 이미지는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으로 사라졌다. 믿는 사람은 없어 보이지만 이 사건은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들끼리 윗선의 개입 없이 저지른 범죄라는 게 검찰의 결론인데, 아무튼 이 디도스 공격은 노사모의 인터넷 도배와는 비교도 안되는 첨단기술을 필요로 한다. 투표소 좀 못 찾는다고 해서 이미 판세가 결정된 선거판이 뒤집어질 리도 없지만, 낡은 이미지라도 바꿔보자라는 게 당시 한나라당의 소박한 마음이었다. 그 전략은 적중했다.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다시 보기 시작한 것. 농협 해킹 사건도 한나라당의 자작극이 아닌가 의심하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고,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국정원이 김정일 사망을 이틀간이나 몰랐던 것도 한나라당이 국정원을 해킹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바꿔보려던 이미지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불거지면서 망가져 버렸다. 관성의 힘은 이리도 무섭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마시라. 다음엔 꼭 인터넷 뱅킹으로 돈을 돌리길, 그래서 이미지를 다시 만회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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