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이슈에 묻혀 후보간의 정책경쟁이 안된다

이런 비판을 한 이는 놀랍게도 새누리당 쪽이다.

아니, 새누리당이 언제부터 정책 가지고 선거를 치렀던가?

1992년 대선 때는 우리가 남이가가 주요 정책이었고,

1997년엔 색깔론이, 2002년 대선 때는 차떼기가 주요 정책이었던 것처럼,

새누리당과 그 전신의 정책은 주로 지역감정과 색깔론, 그리고 돈선거로 요약됐다.

그러던 정당이 갑자기 정책 운운하니, 기특하기는 하다.

드디어 사람이 되려나 싶어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가 내세운 정책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저 한숨만 나온다.

얼마 전부터 들고 나온 여성대통령이 정치쇄신이라는 게 과연 정책이라 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고,

또 다른 쇄신안으로 내건 게 “4년 중임제 개헌도 좀 어이가 없는 게,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같은 주장을 했을 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한 당사자가 바로 새누리당 대선후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후보가 보수진영의 대표선수로 나오는 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을 품다가,

차라리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방안을 생각하게 됐다.

갑자기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할 테니, 그 근거를 한번 들어본다.

 

첫째, 보수 지지자들도 좋은 후보를 찍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보수만 찍는다는 유권자를 만나 속내를 들어보면 이런 말을 한다.

“(음성변조) 사실 박근혜가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좌파세력이 정권을 잡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듣고나니 마음이 아팠다.

선거라는 건 가장 좋아하는 후보를 뽑는 행위여야 할텐데,

보수층은 늘 쟤가 싫어서 할 수 없이 얘를 뽑는다는 식의 선거만 해왔던 거다.

그럴 듯한 후보를 내지 못한 새누리당류(그 전신 포함)를 비판해야 하지만,

이번에도 내세운 후보가 철학이라곤 없는 박근혜다.

 

그녀는 줄푸세로 요약되는 감세정책을 줄기차게 내세우다 어느 순간부터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주장하더니만,

경제 5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선 그와 반대되는 주장을 했다.

기존 순환출자에 대해선 기업자율에 맡기자.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대규모 비용을 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렇게 자신의 말을 잘 뒤집는 이유는 철학도 문제지만 아는 게 별로 없어서이기도 하다.

박근혜의 경제보좌관이라 할 김종인의 말을 들어보자.

박 후보가 의결권 제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비용과는 관계가 없다.”

그래서 난 박근혜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뜻은 알고 하는 걸까?”라는 의혹이 드는 거다.

보수 유권자들도 이런 부분을 모르는 건 아닐 터, 그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박근혜를 지지하고 있다.

박근혜가 설마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닐거야,라고 스스로를 세뇌하면서.

 

작년 8월 기사를 보자.

한나라당의원들 중 일부에서 안철수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음은 올해 1월 기사다.

전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선 이 회사 최대주주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안철수 영입에 실패했지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

후보등록 전까지 박근혜와 안철수가 단일화를 하면 된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론 박근혜가 앞서 있는 것 같지만,

아까 그 보수 유권자처럼 어쩔 수 없이 박근혜를 찍겠다는 사람들도 많은데다

TV 토론이라도 한번 해보면 여론의 추는 급격하게 안철수로 이동하지 않을까?

보수 유권자들을 방치해 온 기나긴 세월을 생각하면, 이제 그들에게도 좋아서 찍을 권리를 줘야지 않겠는가?

 

둘째,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도 생각해 주시라

그간 진보.개혁 유권자들은 대선 때마다 공포감을 가져야 했다.

저쪽 후보가 되면 우리나라 망한다라는 식의 공포감 말이다.

실제로 민자당 후보로 대통령이 당선된 김영삼은 임기말 우리나라를 외환위기로 끌고갔고,

경제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747 공약은 고사하고 집권 초기부터 우리나라를 외환위기로 끌고갈 뻔했다.

선거날은 휴일이고, 휴일이면 마음도 편하게 투표를 한 뒤 외식도 하면서 즐길 수 있어야 하건만,

그 동안은 그게 불가능했다.

투표결과가 나라가 망하느냐 안망하느냐의 갈림길이었으니, 투표를 마치고도 마음을 졸이며 개표를 기다려야 했으니까.

요컨대 선거가 끝나고 난 뒤 아쉽지만 새 대통령이 잘하길 빈다같은 덕담을 하기는커녕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걱정하는 날들이 반복된 것.

하지만 저쪽 후보가 안철수고 이쪽 후보가 문재인이라면

얼마나 마음이 편하겠는가?

 

안철수-박근혜 단일화는 이렇듯 보수와 진보 유권자들을 모두 행복하게 해주는 길이다.

그러니 자기네들은 선진당과 합당 비슷하게 해놓고선

-문 단일화를 야합이니 국민을 홍어x으로 안다느니 하며 욕하는 일은 그만두고,

-박 단일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 주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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