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5일, 눈이 많이 내린 그날, 각 언론은 ‘32년 만의 폭설’을 대서특필했다.
서울의 적설량이 7.8㎝였으니 결코 적은 양은 아니었지만,
25.9cm라는, 생애 최고로 많은 눈이 내린 게 2010년 1월 4일이었으니,
몇십년만이라며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런 보도가 나가는 건 기상청이 교묘한 방식으로 기록을 만든 덕분이다.
7.8cm의 눈도 “12월 초순 기록으로는 1980년 이래 32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이라는 식으로 포장되어 기록에 추가되고,
이틀 전 폭설 또한 12년만의 폭설로 기사를 탔다.
해마다 기상에 관한 수십개의 기록이 매스컴을 장식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데,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뭐 이런 걸 가지고 기록이라고 하나 싶은 게 많다.
“5월 4일만 놓고 봤을 때는 77년만”이라든지,
“오후 세시 강우량으로는 109년만”이라든지,
마음만 먹는다면 매일매일 기록을 만들 수 있겠다.
한파에 관해서도 기상청은 비슷한 기록 만들기를 시도한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50년만의 추위” 같은 기사가 얼마나 많이 나가는가?
그냥 온도만 측정하는 것도 부족한지 ‘체감온도’라는 희한한 잣대를 만들어가지고
“체감온도 영하 25도”라고 떠들어대는 걸 보고 있노라면
기상청이 원하는 건 사람들이 밖에 안나가고 집구석에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젠가 모여서 테니스를 치기로 했는데,
매스컴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니 어쩌니 하고 난리를 친 적이 있다.
지레 겁을 먹은 동료들이 줄줄이 불참을 선언하는 바람에 소수의 사람만 나왔는데,
막상 나와보니 별로 춥지도 않았다!
그 후부터 기상청의 발표에 뭔가 음모가 있다 싶어 그들 말을 잘 안믿고 있다.
그들 말대로라면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은 올해 여름이고, 가장 추운 겨울도 올해 겨울이니까.
물론 올 겨울이 춥지 않은 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겨울은 해마다 추웠고,
올 겨울도 왜 이렇게 추운지 신경질이 날 때가 많았다.
게다가 기상청도 관심을 받고 싶은 존재인 만큼
자꾸 언론에 노출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고픈 마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난, 최소한 올 겨울엔 기상청과 매스컴이 춥다는 얘기를 너무 과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람이란 원래 편견의 동물인지라 춥다, 춥다 하면 더 춥게 느껴지는데다,
작년 12월 19일 이후 많은 이들이 엄청난 심리적 한파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마음이 영하 30도인데 바깥 온도도 영하 20도라고 떠들어대면
더 춥지 않겠는가?
이왕 기록 만드는 걸 좋아하니, 기상청에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온도나 강우량 가지고만 기록을 만들 게 아니라
다른 기록도 좀 만들어보면 어떨지.
예를 들어 특정 정부에 대해서도 수많은 기록을 만들 수가 있다.
“광해군 이후 측근비리 연루자 수 403년만의 기록”
“유신수립 이후 환경파괴 32년만의 기록”
“자신과 측근이 해먹은 액수 단군 이래 최다”
“선조 이래 얼굴 두껍기로 421년만의 기록”
이런 기록들이 수시로 언론에 보도됐다면 그 5년이 조금은 덜 지겨웠을 테고,
유난히 기록에 집착하던 대통령도 그런 보도에 기뻐했을 거다.
뭐, 앞으로도 기회가 많다.
좋은 측근과 능력있는 올케를 둔만큼 새 당선인도 여러 가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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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절묘하게 빗대셨네요^^
외국 언론들이 우리나라 언론보고 그랬답니다.
기사 제목에 최고,최초 라는 말이 한국언론엔 왜 이리 많냐고~
그죠? 최고, 최초라는 말을 이용해 신문을 팔기 위함일까요...? 아무튼 너무 그러니까 이젠 그 말에 무덤덤해졌어요 설 잘 보내세요
애고 교수님 죄송합니다. 새해 인사를 먼저 받아 버렸네요^^
교수님도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시구요~
글 재밌게 많이 써 주세요. 의료 관련 글도 더 많이 써 주시구요^^
교수님 재미있는 비유시군요^^^
이준서님 말씀처럼 우리 언론은 '최고','최대','최초' 등등의 용어를 빈번히 사용하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통계라는것이 모집단 표준에 따라 적합도나 타당도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인데 우리 언론은 그것을 마치 확고부동한 진리인양 보도하고 있지요.
조선왕조 실록에서 보듯 역사에서 언론(조선은 삼사)이 권력자들견제 기능이 잘 행해졌느냐에 따라 선왕과 폐왕으로 나뉘는 것은 현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싫은소리,쓴 소리를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 권좌에 앉았을 때 나라가 발전한다는 고금의 진리로 볼 때 박근혜정부(공식 명칭이더군요)는 '글쎄 올씨다?'라 보여집니다.
세눈박이욘님 일등 놓치셨군요^^ 근데 님의 댓글들은 그냥 댓글로 남기엔 좀 아깝다,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한편의 글로 쓰여도 충분할 듯한 글들이어요. 덕분에 제가 많이 배운답니다. 저 역시 글세올시다,인데요 뭐 기대치가 낮다보면 의외로 좋은 평가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설 잘 보내시길!
교수님 글을 보자마자 조선 최초의 서자출신왕인 선조의 트라우마와 박근혜의 트라우마를 엮어 썼다가 글 맥락이 너무 멀어져 수정했더니 이준서님께서 1착하셨더라구요^^^;
제 댓글을 좋게 평가해주셔서 기쁠 따름입니다.
설날 잘 보내시라는 인사 말씀에 대한 사설이 길었네요ㅎㅎㅎ
교수님,고향 잘 다녀오시구
촌철살인님,이준서님,독일팬님,고은님,열혈팬님 그리고 언급 못 드린 모든 팬 분들께서도 즐거운 귀향 되시길 열망합니다^^^
아이고 세눈박이욘님~ 1등을 뺏어 버려서 죄송합니다^^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셔야 해요^^
가운데 팬서비스 사진~ 훈훈합니다^^
ㅎㅎㅎ 열혈팬님,
저도 그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런 말씀드리면 실례겠지만
교수님 사진은 언제봐도 귀여우세요.
만화 캐릭터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유 미천한 사진, 부끄럽습니다^^ 세눈박이욘님,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
완전 무장하셨군요...ㅎ
나이가 드니깐 추위를 많이 타더라고요^^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표방하셨으니 당연히 자기정부이겠죠? ㅂㄱㅎ의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미 기록을 몇개 세우신 것 같은데요.
그 꿈이 뭔지 솔직하게 얘기해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한 2조원쯤 먹겠다"든지, 그러면 우리 국민들도 이해해 줄텐데, 이전 정부는 2조 먹으려고 22조짜리 공사를 하니 비난을 하는 거죠
선조이래 얼굴 두껍기.ㅋㅋㅋ 뿜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슬슬 잘못한 일에 대한 반성을 할 시기가 오고 있죠.ㅋㅋㅋ
반성은 안할 것 같으니 단죄가 필요하죠
가운데 미남은 누구시죠??
미남.. 훈남..
아이고 왜이러십니까. 미남, 훈남 모두 저와는 무관한 단어인데....
아니, 어쩌자고 그래.. "우리의 기상", 기상청을 까고 그러십니까 그래~ ^0^
그러다, 거기분들.. 정말로 삐쳐서는 날마다 새로운 기록갱신 발표를 해대면 어쩌려구... ㅋㅋㅋ
가만있자~, 아마 내일은 이런 발표가 날 지도...
"유사이래 이렇~게 추웠던 설날은 오늘이 처음!"... ㅍㅎㅎㅎㅎㅎ
안그래도 그런 발표가 없을까 궁금했는데, 뭔가 다른 기록을 준비중인가 봅니다^^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뵈니 좋습니다. ^^
안녕하세요 버디님....
여러가지로 죄송해요
서민 교수! 블로그 개설 이후ㅡ 아님 단군 이후, 그 것도 아니면 최고의 강추위 속에
최고의 훈남 사진 공개!!! 최양락인줄 알았어용!! ㅋㅋㅋ
어 안그래도 최양락 닮았단 소리 옛날에 좀 들었어요
눈이 작은 사람들은 다 비슷하게 생겼거든요.
박지성, 은하철도999 철이 등등...
번외 질문인데요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 약 안 먹으면 7일이란 말이 있잖아요.
근데 저 같은 경우는 기관지가 약하기 때문에 2차 감염와서 기침이 너무 심해 겨울내내 고생한 적이 있거든요.
가능하면 충분히 휴식하면서 약 안 먹는게 좋다고 하던데~ 2차 감염이 우려될 경우 어찌해야 되는지요?
EBS에서 다큐 보니까 거기서도 약을 권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라고만 하더군요~
답이 너무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가물가물한 의사면허의 기억을 되살려 답변을 드리자면
기침이 너무 심하시다면 당연히 약을 드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기침이 병을 퇴치하는 정상적인 반응이긴 해도 겨울내내 기침을 하신다면 그건 좋지 않습니다.
어서 쾌유하십시오.
10년 전 쯤에 그랬던 거에요.^^
요즘은 등산 다니기 때문에 감기 잘 안 걸립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전공이 아니라서 모르시겠지만, 그래도 체감온도란게 나름 과학적인 기준이 있습니다. 기온과 풍속, 습도등을 공식에 넣는거거든요. 근데 애초에 체감온도가 좀 아래쪽으로 뻥튀기 되는게 잘못이죠. 실제 온도에서 바람이 더 불수록 내려가기만 하고 안분다고 오르는 것은 아니니까 정말 그 온도라고 생각하면 안맞죠. 또 바람이란 불었다 안 불었다 하는거라서 추웠다 안 추웠다 하는거기도 하고요. 도시지역에서는 건물덕에 바람이 카오스하게 분다나... 뭐 여튼 실제온도랑 연결시키지 않으면 꽤 도움이 됩니다. 춥거나 바람 많이 불거나 둘 다라는 뜻이니까...
요새는 멋부린다고 옷을 얇게 입고 다녀서 더 추운것 같아요.
예전처럼 없이 살아서 구멍난옷 입고 다녀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위아래로 한겹씩 더 입으면 견딜만 하지 않나요?
더 추운곳에서도 그럭저럭 살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집안 화장실 수도관이 동파할 정도만 아니면 견딜만할것 같은데.. (화장실 망가져서 밖에서 일보기는 좀 마이~ 추울테니깐요.)
그 최초라는 것으로 우면산 사망사태를 묻었죠...
그 유족들은 아직도 시위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