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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초능력 내각

 

 

어릴 적, 유리 겔라라는 초능력자가 우리나라에 왔다.

그는 눈에서 나오는 염력을 이용해서 숟가락을 구부리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는데,

당시 TV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에게도 그런 초능력이 있지 않을까 싶어

숟가락을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 그런 초능력자들이 대거 등장한 모양이다.

먼저 김무성 의원.

그는 대통령 선거일 닷새 전인 지난해 1214

부산 서면 거리 유세장에서 쪽지에 적힌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읽었다.

당시만 해도 김무성 의원은 대화록을 본 적이 없었기에

사람들은 대화록의 요지를 다른 이에게서 전달받은 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대화록이 국민의 알 권리를 중시하는 국정원에 의해 공개되고 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김 의원이 유세 때 읽은 내용이 대화록과 토씨 하나 안틀리고 똑같았다는 것.

보지도 않은 글을 토씨까지 알아내는 김무성 의원,

이는 일본에 갔을 때 병풍에 적힌 18천구의 글을 외워

일본인들을 놀라게 한 사명대사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인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싸움질만 하는 등 평범한 의원인 듯 행동했던 그의 인내심이 놀랍기만 하다.

망토와 쫄팬티를 숨기면서 기자인 척 일했던 클라크라면 김무성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더 감탄할 만한 건 이에 대해 기자들이 묻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렇게 대답했다는 것.

비슷할 수도 있지 뭐.”

어찌 우리가 김무성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두 번째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다들 알다시피 김씨는 말하기 민망스러운, 별장 성접대 파동으로 인해 차관직에서 물러났다.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벌어진 파티를 누군가 촬영했는데

거기 김학의의 얼굴이 있었다는 것.

물론 김씨는 그 동영상의 인물이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나중에 원본 파일을 분석한 경찰은 그 인물이 김학의 전 차관이 확실하며,

너무 확실해서 굳이 국과수에 의뢰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8개월의 긴 수사 끝에 김학의를 무혐의처리했는데,

공명정대하기로 이름난 검찰이 틀릴 리가 없으니 그 결론은 존중받아야 한다.

얼굴과 목소리가 똑같은데 무혐의가 나온 이유는 뭘까?

김학의는 분신술을 구사할 줄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집에서 아내와 저녁을 먹고 있을 때

김학의의 머리털에서 나온 그의 분신은 별장에서 신나게 성접대를 하고 있었던 거였다.

자신의 그림자가 DMZ를 넘었다고 해서 월북한 것이 아닌 것처럼,

분신이 한 짓까지 본인이 책임질 이유는 없다.

분신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지 왜 하필 성접대냐고 따질 분도 계시겠지만,

머리카락은 원래 좀 야한 구석이 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 머리가 빨리 자라는 것도 그 때문,

우리가 김학의에게 요구해야 할 것은 특검이 아니라

기인들을 모시는 쇼프로에 출연해 분신술을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김기춘 비서실장.

1939년이니 우리 나이로 75세에 달했지만

그 어려운 비서실장 업무를 무난히 수행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 능력이지만,

더 대단한 건 사람을 보는 그의 능력이다.

그는 인재를 영입할 때 다른 건 하나도 안보고 오직 능력과 됨됨이만 보는데,

희한하게 뽑는 족족 그의 고향후배거나 직장 후배다.

이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자 김 실장은 좋은 사람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고,

우리 역시 그의 말을 철썩같이 믿지만,

신기하긴 하다.

공직에 뽑힐만한 좋은 사람이 왜 하필 그의 주위에만 몰려 있는지.

그와 같이 복국을 먹다보면 없던 능력이 마구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읽고 노무현의 NLL 포기발언이 입증됐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도

초능력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난독증일 뿐, 초능력은 아니다.

 

숟가락을 휘는 묘기를 선보인 유리 겔라는 그의 능력을 의심한 검증단에 의해 그 모든 게 사기임이 드러났다.

검증단 앞에서는 어떠한 초능력도 보이지 못했던 것.

이에 대해 유리 겔라는 자신의 초능력은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데

청중들이 자신을 불신하니 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는 구차한 변명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 등장한 저 세명의 초능력자도 검증단으로부터 한번쯤 검증을 받으면 어떨까.

물론 저분들은 유리겔라와 급이 다르니만큼 검증 따위는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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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서 2013.11.27 02:18

    첫 댓글의 영광을, 오타 수정요구로...죄송합니다만, 성접대를 한 게 아니고...받은 거죠. 엄청난 차이가 생기는 오타입니다.

  • 길벗 2013.11.27 07:21

    그정도 능력을 가진 김학으라면 성접대를 받으면서도, 거꾸로 상대방이 성접대를 받는것처럼 느끼게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서민교수님은 꿰뚫어 보시고 쓰신 것이지 오타가 아닙니다

    • 기생충서민 2013.11.27 10:20 신고

      길벗님, 님 댓글에 제가 빵 터졌어요 ^^^^ 호호, 고치려다 그냥 놔둡니다 님이야말로 진정한 천재...!

    • 벙어리장갑 2013.11.27 10:31

      교수님 외모에대한 에피스도... 이거는 언제 고치실겁니까? 알고도 그냥 두시는건지 아님 다른뜻이 있으신건지 ...^^

    • 세눈박이욘 2013.11.27 11:04

      ㅎㅎㅎㅎㅎㅎ
      멋진 해석에 감탄 또 감탄합니다^^^

    • 촌철살인 2013.12.02 16:14

      이런 대단하신 분들밑에서 국민생활을 할 수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 너무 좋아요...ㅠ.ㅠ

  • CJK 2013.11.27 10:37

    <역사 앞에서>

    취객이 불안스레 휘청거리듯
    역사도 간혹 비틀거릴 때가 있지만

    취객이 용케 제집을 찾아가듯
    역사도 제 갈 길을 간다.

    고래고래 악다구니를 쓰기도 하고
    제 흥에 겨워 고성방가를 하기도 하고
    골목 가로등 아래 노상방뇨를 하기도 하지만

    발길은 집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듯
    역사도 제 갈 길을 알고 있다.

    헛발 디뎌 넘어지기도 하고
    일어서다 다시 넘어지기도 하고
    계단에 쭈그려 깜빡 졸기도 하지만

    툭툭 털고 일어나 제집을 찾아가듯
    멈칫거리는 역사도 제 갈 길을 간다.

    누가 불러서 가는 것이 아니라
    가야할 곳이기에 가는 것이다.

    • 세눈박이욘 2013.11.27 11:29

      오늘도 멋진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이현애 2013.11.27 12:06

      '역사도 제 갈 길을 간다'
      너무 멋진 말인거 같아요.
      오늘, 딸들하고 전쟁위안부(comfort women), 독도 얘기를 했거든요,
      이런 이야기도 제 갈길을 찿아 가겠죠?
      .
      .
      멋진 시 고맙습니다.

    • CJK 2013.11.27 12:14

      세눈박이욘님, 이현애님. 졸시(拙詩) 어여삐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성삼기 2013.11.27 16:45

      햐~ 아우 멋진...
      즐감하였습니다.

    • KGB 2013.11.28 18:04

      가끔 아주 가끔 로드킬이라는 것이 있어 영정만이 집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집에 바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주변에서 신경써주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 촌철살인 2013.12.02 16:16

      CJk님 시가 심금을 울리네요...가야할 곳이기에 가는 것이다....
      제가 문학에는 잼병이지만....멋진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이현애 2013.11.27 10:53

    교수님 연타(?) 치셨네요.
    오늘은 너무 행복한 날!!!
    교수님의 새로운 글과, 새차(4년 동안 할부금 내야 하지만), 새 ipad ㅎㅎㅎㅎ
    김학의, 김기춘,등등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저녁입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세눈박이욘 2013.11.27 10:59

      와~~~
      누님께 축하 먼저 드립니다.
      저도 갑자기 차 바꾸고 싶어지네요 ㅎㅎ

    • 촌철살인 2013.12.02 16:18

      삼성 40인치 TV가 미국에 수출한 것을 해외구매로 구매하면 배송료와 관세까지 포함해서 250만원, 한국에서 바로 사면 450만원 이라는 기사가 어제 SBS뉴스에 나왔네요..미국에서 차도 사고, 아X패드도 살 수 있는 누님이 부럽습니다ㅠ.ㅠ.

    • 이현애 2013.12.02 21:49

      너무 심하네요.
      삼성 55" smart tv를 세금 포함해서 $900에 샀는데,뭐라 드릴 말이 없네요.
      (2 시간동안 깜짝 세일이긴 했지만요.)

  • 세눈박이욘 2013.11.27 11:28

    교수님,
    김기춘의 "좋은 사람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에서 주어가 누군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그 좋은 사람들을 골라 '누구를' 위해 쓸 것인지.....
    초능력이 없는 제겐 문맥파악이 어려운 부분이네요.

  • 더불어숲 2013.11.27 14:16

    어렸을 때 친구들이 숟가락 굽혔다고 하는데(유리겔라 TV보면서)
    나만 안되더라구요...(믿음이 없어서였군요)

    이제는 그들의 초능력을 믿음으로 봐야하는 것이지요..
    이성으로는 도대체....

  • doli 2013.11.27 14:58

    교수님 멍충이도 기생충의 일종인가요?
    아님 아예 없는말 지가 지어낸긴가유!
    유리겔라도 백성을 멍충하다 생각했을깁니더

  • 존경해요 2013.11.28 14:23

    너무 재미있게 읽고 친구들에게 전하려고 트윗합니다

    감사합니다. ^^

  • 삐따기 2013.11.29 11:29

    난독증에도 빵~~~


  • 서영구 2014.01.11 08:49

    속이 시원 합니다.

  • 콩이엄마 2014.01.12 09:03

    어릴때..가족들과 티비로 유리겔라 초능력 본적있어요 ㅋㅋ 엄마가 부엌에서 숟가락 들고와서 따라하던것도 ㅋㅋ
    그나저나... 제가 젤 존경하는 김진태씨가 알고보니 제가 다녔던 여고 바로 옆에있던 고등학교 출신이네요...
    역시 진주 비봉산의 정기가 모두 그쪽으로?ㅎㅎ
    비봉산이 죽어가고 있다니
    진태씨도 얼마안남은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