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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전공은 기생충

한국 남성의 가슴 환타지

 

 

"지난해 10월 서울아산병원 소속 지도전문의 A교수는 직원회식 후 (건국대병원에서 파견을 나온) 전공의 B씨를 자신의 차에 탑승하도록 강요했다. 이 교수는 차 안에서 B씨의 신체 일부분을 만지고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기사를 읽고 궁금해졌다. A교수가 만졌다는 신체 일부분은 어디일까? 혹시 그곳?

지적 호기심이 발동해 다른 기사를 찾아봤다.

[그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10월 25일 밤 10시 30분 경 피해 여성 전공의, B교수 등 일행은 세 번째 회식 장소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이동 차량 뒷좌석 가운데에는 가해자인 B교수가 있었고, 우측에는 피해 전공의, 왼편으로 ...또 다른 여성 전공의가 탑승했다. 운전자 옆 좌석에는 A수련병원 남성 전공의가 앉아 있었다.

술에 취한 B교수는 양 쪽에 배석한 여성 전공의들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오른손을 이용해 피해 전공의의 가슴을 추행했다. 갑작스런 추행에 놀란 피해 전공의는 지속적인 추행을 저지하기 위해 B교수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고 전했다.

이어 B교수는 한 차례 더 강하게 힘을 주고 피해 전공의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으나 잡고 있던 손을 세게 밀어내자 더 이상 추행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게 피해 전공의의 설명이다 (2014년 1월 6일자, 청년의사).]

 

 

그랬다. 역시 가슴이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최연희는

술자리에서 동석한 여기자의 가슴을 만진 뒤 "음식점 주인인 줄 알았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1944년생으로 당시 63세였던 노년의 정치인이 여자 가슴이 그리워 기자와 술집 여자를 구분하지 못한 것처럼,

큰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도 옆에 앉은 여인이 자신이 지도해야 할 제자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던 거였다.

존경받던 시인 서정윤은 여중생 가슴을 만지면서 "얼마나 컸는지 확인하려 했다"는 핑계를 댔는데,

패가망신을 각오하면서도 가슴에 집착하는 남자들이 많은 걸 보면

가슴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것 같다.

'가슴'과 '성추행'을 넣고 검색을 하면 무수히 많은 기사가 뜨는 것도 당연한 일,

귀가 길 여성의 가슴을 만진 고교생부터 크레용팝의 가슴을 만졌다는 남자까지

수많은 기사가 인터넷을 도배하고 있었다.

 

 

 

 

<욕망하는 여자>라는 책을 보면 남자들의 가슴 환타지가 엄마 젖을 먹을 때부터 무의식에 새겨졌다는데,

그것만으로는 가슴에 대한 남성들의 열망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어젯밤 집구석에 앉아 <가슴 배구단>이라는 영화를 시청했다 (쿡에서는 무료로 볼 수 있다).

 

 

첫 장면. 중3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손바닥을 쥐었다 폈다 한다.

잠시 뒤 자전거를 멈춘 아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시속 80킬로로 달리면 가슴을 만지는 것과 같은 감촉이라는데, 이걸로는 안되겠어."

결국 두 아이는 엄청난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고,

절벽으로 떨어지는 참사를 겪긴 하지만 가슴을 만지는 감촉이 어떤지 체험한다.

그렇게 가슴에 집착하는 아이들이었으니,

배구부 지도교사로 임명된 미녀 교수가 "1승만 하면 뭐든지 해준다"고 했을 때

"가슴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은 당연했고,

배구 연습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아이들이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배구연습을 하게 된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가슴! 가슴!"을 구호로 외치며 운동장을 달리는 모습이라든지,

전에 헤어졌던 남친이 여선생에게 접근해 가슴을 풀어헤칠 때 그녀가 그 손을 뿌리치면서 "내 가슴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이건 모두의 꿈이야!"라고 소리치던 장면 등도 감동적이었다.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뜻하지 않게 1승을 거두는데, 상대방이 멤버가 둘밖에 안돼 기권승을 거둔 것.

1승을 했으니 가슴을 보여달라는 아이들에게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식으로 가슴을 보면 개운하지 않을 거야."

한 학생의 반박, "가슴을 보면 개운해질 거에요."

하지만 이런 식은 곤란하다는 다른 이의 의견에 배구반은 진짜 1승을 하기로 하는데,

영화를 보던 내가 녀석들의 1승을 간절히 바라게 된 것도

"그 참에 나도 같이..."라는 어부지리를 노리기 위해서였다,고 전해진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느낀 점은 다음과 같다.

1) 가슴을 보기 위해서 저렇게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에 오른 중년 (혹은 노년) 남성들은 너무 쉽게 가슴을 만지려고 한다.

2) 그렇게까지 가슴이 만지고 싶다면 엄청난 경사의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시라. 절벽에서 떨어져 다칠 수도 있지만, 직접 만지다 패가망신하는 것보다는 덜 아프다.

 

  • CJK 2014.01.08 15:56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흠야..!! 본문에 대해서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 뭔가 김이 빠진 맥주를 받아든 느낌이 들기도하고
    상품권을 선물로 받고 좋아라 뜯어보니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상품권이라, 뭐 이런 기분이 들기도하고
    한 때 장풍으로 벽돌담을 무너뜨린 고수가 흔들거리는 촛불을 끄지 못해 애쓰는 것 같은 모습이 연상
    되기도 하고.. 우쨌거나 새해에는 그 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듬뿍 담긴 글을 기대해보겠습니다.

    • 서민 2014.01.08 16:23

      아 네 솔직한 평 늘 감사드립니다 담번엔 잘하겠습니다

    • 세눈박이욘 2014.01.08 17:09

      CJK님,
      장풍과 촛불이라는 표현이 참신하게 다가옵니다.
      교수님께서 장군복장 하셨던 사진과 장풍쓰시는 모습 오버렙되어 희죽희죽 웃었어요^^^
      건강하고 활기찬 말띠해 되세요.

    • 촌철살인 2014.01.09 17:36

      저는 이 글이 참 재밌는 걸 보니..저도 가슴을 좋아하나 봅니다..

  • 세눈박이욘 2014.01.08 16:06

    '나는...?'이라는 반문을 해보게 하시는 글 감사드립니다.
    옛말에 '남자는 세 끝을 조심해라'하였는데
    글의 분들 역시 끄트머리 조절에 실패하셨군요.
    남성이 가슴에 대한 욕망에서만 머문다면 패가망신으로 그치겠지만,
    그 욕망을 권력에까지 뻗치려 하니 패국지경이겠습니다.
    아울러 여성의 명품 욕망은 자신과 주변의 통장잔고를 망치는 정도지만,
    어느 한 여성의 권력 욕망은 나라 전체를 지저분하게 휘저어 가고 있네요.

    • 서민 2014.01.08 16:24

      제허접한글을 승화시켜주셔서감사드립니다 패국망신보단 패가망신이 훨 낫죠ㅅㅅ

  • 이현애 2014.01.08 22:45

    역시 오늘도 웃으면서 시작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새해가 되시기를...
    글구 일주일에 한번 정도 쓰시겠다고 하신 말씀도 지키시기를 바람니다.ㅎㅎㅎ

    • 기생충서민 2014.01.10 02:43 신고

      아...네. 그걸 지켜야 할텐데, 연말, 정확히 12월 27일 정도부터 한 열흘간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누워만 있다시피 했답니다. 정신 차릴게요

    • 이현애 2014.01.12 22:54

      지금은 회복이 되셨나요?
      건강하게 사는게 같이 사는 사람과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행복입니다.

  • 익명 2014.01.09 03:59

    비밀댓글입니다

  • 성삼기 2014.01.09 13:14

    저도 다시한번 조심을 명심하겠습니닭.
    그리고 CJK님과 같은 생각입니닭. 쩝
    암튼 좋은 하루들 되시기 바랍니닭.

  • 이준서 2014.01.09 13:39

    사람은 자신이 권위가 있는 자리에 오르면, 선민의식이 발동되는 착각을 일으키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치권,교육계,기업임원 기타등등~

    '보이지 않는 완장' 대단한 것임에는 틀림 없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가 않죠!

    • 기생충서민 2014.01.10 02:41 신고

      이준서님 새해 들어 처음 인사드리네요.
      올해는 좋은 일이 많아야 할텐데, 그게 참...쉽지가 않죠.ㅠㅠ
      제 복 나눠드릴게요!

  • 촌철살인 2014.01.09 17:38

    長자리에 있으신 분들 중 몇 몇 분이 長의 자리를 개망신 시키고 있죠...

    長자리는 그냥 자리일 뿐이나...그걸 자신의 특권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컥;;;;바로 위에 준서님이 쓴 내용이넹.ㅠ.ㅠ

    여하튼 그런 사람들 진짜 꼴불견인데;;;진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유야무야 넘어가는게 더 싫더군요..

    • 기생충서민 2014.01.10 02:42 신고

      촌철살인님, 님이 달아주시는 댓글 땜시 감사한 한해였어요. 늘 많은 것을 깨우쳐 주시고 격려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 구름과 나무 2014.01.10 23:17

    ^^ ㅎㅎㅎ

  • 김민서 2014.01.11 09:42

    제 해석으로는 여기서 논의된, 남자의 잠재된 무의식의 성적 환타지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확인해보려는 판단착오로 자신들이 힘들게 쌓아올린 인생의 공든 탑을 삽시간에 무너뜨리게 하므로, 권력욕이 더 무서운 요소인 듯 합니다.

    가슴은 그저....
    권력입니다.
    여성의 가슴을 상품화 하는 매스 미디어의 범람...돈의 권력에 굴복한 매스미디어의 공공성 망각...
    그 가슴을 권력으로 이용하는 연예인

    그리고 또 다른 사람의 권력(가슴) 따위는 자신의 큰 권력 앞에 하잘 것 없다 여기는 권력남용 놀이에 맛들린 바보들이, 앞 선 다른. 추행사례의 바보들을 이겨보겠다는 또 다른 종류의 권력 투쟁을 날마다 벌이는 중입니다. 넌 추행이라 개망신하고 파멸할 정도의 권력 밖에 못 가졌지?
    난 달라!
    난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이 여성의 권력 쯤은 이 손으로 간단히 제압할 수 있어...라고 착각하는
    개...혹은...캐...바보들의 행진이지요.

    단언컨대...가슴은 권력입니다.
    그래서 그토록 남자들의 권력욕을 챌린지하라고 부추기는 겁니다.

    • 기생충서민 2014.01.11 14:09 신고

      네...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가슴을 아무렇게나 만질 수 있는 권력... 저기 위에 열거된 사람들, 다른 사람 가슴을 여러번 만졌고, 그러고도 별 일 없이 잘 살았던 사람들일 거에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니깐요. 그래서 다들 권력을 가지려고 애쓰는 거겠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