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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권하는 사회

각하가 그립다

 

 

저는 뭐 그 연장이라는 말에 대해선 동의하고 싶지가 않고요....북한의 위협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냐 하는 것을 우리가 냉철하게 분석하고 그 다음에 그것에 대항하는 방법의 최선이 무엇이냐, 이런 쪽에서 접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선집중에 나온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의 말을 들으면서 황당했다.

전작권 환수 시기가 연장된 건 분명한 사실인데 연장이란 말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단다.

세금을 올려도 증세가 아니고 공약을 안지켜도 공약파기가 아니라는 논리의 연장선상인데,

아무래도 새누리식 국어교육을 따로 받아야 덜 어지러울 것만 같다.

무기한 연기라는 것도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위협이 있느냐 없느냐지...”

황의원의 센트럴미시건대학 석사 주제가 궤변이었는지는 모르겠다만,

기본적인 국어도 안되는 분이 우리나라의 국방위원장이라니 나라의 앞날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바야흐로 혼돈의 시대다.

어린 학생들 수백명이 물에 빠져 죽어도 그 진상을 알 길이 없고,

국정원은 탈북자를 간첩으로 만들다 걸렸다.

그리고 검찰은 청와대와 협력해 다음카카오라는 잘 나가는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오죽하면 내가 박근혜를 잘못 뽑았다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는 지인을 위로하고 다니겠는가?

    

 

 

 

과거는 늘 미화되기 마련이지만, 작금의 실태를 보다보니 문득 그리워지는 분이 있다.

각하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이명박 전 대통령 (이하 명박님) 말이다.

그 시절도 나름 힘들게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비하면 그때는 순진한 시대였다.

무슨 일을 하시든 명박님은 그 의도가 뻔히 들여다보였으니까.

 

 

예를 들어 취임하자마자 종부세를 대폭 깎은 건 자신이 종부세를 덜 내기 위함이었다.

설마 대통령이, 돈도 그렇게 많은 분이 겨우 26천만원 덜 내려고 종부세를 깎아?”라고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명박님은 정말로 그런 분이다.

대선 때 유행한 광고처럼 명박님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늘 배가 고팠고,

명박님이 일을 벌일 때마다 사람들은 다 알았다. 돈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그게 너무 속이 보여 사람들은 어이없이 웃곤 했다.

꿩이 머리만 숨긴 채 아무도 못찾겠지?”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예를 들어 내곡동 사저의혹은 청와대의 힘을 빌어 땅을 좀 싸게 사 보려는 의도였고

(이시형 씨는 부지 매입 대금으로 23억 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112천만 원에 매입했다)

한식 세계화는 국민 세금으로 사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었다.

4대강을 한 것도 자신을 믿고 따르던 지인들에게 크게 한 턱 쏘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었던가?

본심이 아닌, 강요에 의해 헌납한 재산을 지키기 위해 청계재단을 만든 것도

정말 명박님다운 일이었다.

 

 

 

 

 

 

너무 티나게 일을 벌이다 많은 측근들이 감옥에 갔고,

명박님의 형님은 넘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장롱에다 7억원을 넣어 뒀다가 걸리기도 했지만,

명박님에 대한 사람들의 정서는 사랑이었다.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컨테이너 박스로 바리케이트를 친 것에

사람들은 명박산성이란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고,

각하라는 애칭도 대통령이 강요한 게 아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붙인 것 아닌가?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며 아는 척을 할 때마다 시민들은 빵빵 터졌고,

명박님이 청렴을 가장하느라 대통령 연봉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에

저리도 돈 좋아하시는 분이 얼마나 괴로울까?”라며 그와 함께 울어준 수많은 시민들이 있었다.

측근들 대부분이 감옥에 갔음에도 명박님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고, 그래서 외롭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지금 박근혜 대통령님의 모습에서는 진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새누리당과 검찰, 국정원 등 모든 단체와 기관들이 그의 말 한마디에 벌벌 떨지만,

그럴수록 외로움은 커지기 마련이다.

속내를 드러내는 대신 침묵으로 일관하고,

힘들게 입을 열어도 나오는 건 궤변이었던 통치 스타일이

대통령과 시민들의 거리를 멀게 만든 것 같다.

돈만 대입시키면 다 이해할 수 있었던 명박님의 단순함과 달리

박대통령의 행동은 도무지 그 의도를 알기가 힘들다.

이해할 수 없으니 다가가기 어렵고, 다가갈 수 없으니 사랑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런지 내 주변은 물론이고 보수쪽 사람들 사이에서도

박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사랑받지 못하는 자의 외로움,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이란 중대한 사건의 와중에서도 몇 시간씩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던 것도

그런 외로움의 표현이었으리라.

사랑받지 못하는 대통령은 불행하지만, 대통령을 사랑하지 못하는 국민들보다 불행하진 않다.

보수나 진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사랑했던 전임 대통령 명박님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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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애 2014.10.28 11:52

    가카가 그립다.
    오늘 아침 cbs뉴스에서 세월호 재판소식을봤어요. 저희 딸들과 함께요.
    정말 거지같은 세상......
    본문 읽지않고 댓글 먼저답니다.

  • 세눈박이욘 2014.10.28 13:21

    전작권 환수 포기 보도를 듣고
    이 나라에 대한 희망을 버리게 됩니다.
    온천지가 아부하고 줄서고 삥땅치는 것들이 떵떵거리는 세상이죠.
    19c 세도정치 때와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요?
    정치가 개판인 때일수록 부자들,권력쥔자들에겐
    가장 살기 좋은 시절이라는 것을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교수님의 풍자글에 허허거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기생충서민 2014.10.28 16:18 신고

      죄송하긴요 매번 좋은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희망을 갖자고 얘기할 수도 없는 게 안타깝네요

    • 이현애 2014.10.28 21:51

      요즈음 '조정래'님의 태백산맥을 다시 읽고 있읍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흐르면 나아지겠지하면서 읽고
      두번,세번째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읽던 책인데
      세번째 읽은 뒤 오년이나 지난
      이번에는 뭐라 표현할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네요.

    • 촌철살인 2014.10.28 22:24

      그래도 그 분 덕택에 국민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으니...세상이 조금씩이나마 바뀌고 있는걸 느끼고 있습니다. 저 살아생전에는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분명히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뀔꺼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 세눈박이욘 2014.10.28 22:51

      저도 현애님을 따라 그동안 뜸했던
      독서를 해봐야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촌철님을 닮아
      저도 희망을 갖게 될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날이 차졌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항상 위트를 잃지 않으시는 교수님과,
      멀리계시지만 늘 조국을 염려하시는 멋진 엄마 현애님,
      긍적의 힘을 지니신 촌철님,
      그리고 다른 모든 기생충 팬 분들 모두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 촌철살인 2014.10.28 16:09

    저는 아직도 각하 사진을 보면 별로던데요...각하의 위엄을 감히 근혜씨와 비교하시다니요...얼마전 교수님 댓글에도 적혀있지요..저에게 "각하"란 존재는 유일무이하옵나이다라고요.ㅎㅎ

  • 교수님아 2014.10.29 09:34

    박대통령의 40프로 후반대의 지지율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국민들의 사랑이 아니고 여론조작인가?
    국정원이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한 것인가?

    • 서민 2014.10.29 17:06

      조작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실제로 어머니 친구 분들-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75세-은 만날 때마다 박대통령 칭찬을 하거든요. 그런 분들이 모여서 40%가 되는 거겠죠.

  • 피구왕 2014.10.29 10:44

    이제 읽었습니다. ^^ 평안히 귀가하셨는지요? 가을이 깊어 가는데.... 교수님의 글이 조금 서글퍼지네요 ㅠㅠ
    응원합니다!

    • 서민 2014.10.29 17:06

      어머 안녕하셨어요 덕분에 잘 들어갔습니다^^ 원래 밝게 쓰려고 했는데요 쓰다보니 좀 어두워지더라고요.

  • 뿡간다 2014.10.29 15:47

    어휴.... 각하사진보고 깜짝놀랐네요
    혐사진 제발 쓰지마세요 폰 던질뻔 ㅜㅜ

  • 내영혼의슬픈눈 2014.10.30 13:54

    웃고있어도 눈물이난다. 참으로 웃픈세상입니다.

  • 노연촌놈 2014.11.04 00:23

    흘러흘러 들어와서 읽고있는데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좋은날이 오겠죠

  • softral 2014.11.19 18:44

    교수님 광팬입니다. 오늘은 맹박씨 이야기 나와서 더 복장터지네요 그네뇬도 그렇긴하지만...매주
    교수님 빵터지는 풍자글 기다리는 일인이..

  • NKUN 2015.02.05 11:33

    블로그에 처음 방문해 글 처음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가 빵 터지고 갑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